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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 이후 개헌론이 우선 순위가 높은 정치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가 개헌론의 실현 기회로 활용되고 있으며, 이 사건으로 형성된 정치개혁의 기회의 창이 개헌론으로 제한되기 쉽다. '최순실 게이트'가 형성한 정치개혁을 위한 기회의 창이란 박정희 신화, 반북 근본주의가 민주공화정을 침식시키는 퇴행성을 드러내고, 1990년 '3당합당'을 계기로 형성되어온 보수적 유권자편성을 해체시킨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개헌론은 이 사건을 통해 드러난 문제점들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도출된 대안이라기보다, 기존의 정치권과 지식인들의 인식을 적용하여 정치문제가 해소되기를 막연히 기대하는 것에 가깝다.

이런 판단의 이유는 '최순실 게이트'의 기본 성격은 대통령제나 의원내각제 등의 권력구조와 별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 글에서 '최순실 게이트'와 '87년 헌법'의 특성이 개헌론의 근거가 되기 힘들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며, 이를 통해 국민들이 형성한 기회의 창이 보다 실질적인 정치개혁과 이를 위한 경쟁과 협조로 연결되기를 기대한다.

1. '최순실 게이트'는 권력구조의 문제인가?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인 최순실씨가 지난 5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왼쪽은 이경재 변호사.
▲ 법정 출석한 최순실과 이경재 변호사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인 최순실씨가 지난 5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왼쪽은 이경재 변호사.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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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최순실 게이트'의 특성은 전근대적인 섭정정치와 세도정치와 같은 양상에서 찾을 수 있다. 이것은 근대정치에 기본적인 대의 민주주의와 공화주의 원리에 위배되는 것이다.

대의 민주주의는 주권자로서 국민이 대표를 선출하여 국정운영의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정치시스템이다. 국민이 대표에게 부여한 권한과 책임은 다른 사람에게 재위임될 수 없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에게 국정운영의 최종 결정 권한을 위임한 증거가 많이 드러났다. 청와대 관저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대면보고를 회피하는 대통령의 보고자료가 비선실세에게 유출된 것은 국정방기의 증거로 볼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공백과 비선실세의 개입 그리고 이를 통한 국정농단은 섭정과 세도정치의 양상으로 볼 수 있다. 대통령에 대한 보좌와 자문 그리고 권한배분은 국정에 대한 대통령의 최종적이고 포괄적인 책임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방기와 비선실세 의존은 대통령의 권한과 책임을 재위임하여 대의 민주주의 원리를 벗어난 의미를 지닌다.

공화주의 원리에서 대표의 권한행사는 사적 이익과 분리된 공공성을 전제로 하며, 헌법과 법률에 기초한 공적 시스템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국정농단의 주인공 최순실은 청와대나 행정부의 어떤 공적 시스템에도 속하지 않는 사적 인물이며, 그녀의 국정개입은 국가의 공적 시스템을 우회했을 뿐 아니라 그 기능을 마비시키거나 왜곡시키면서 이루어졌다.

그러므로 이 사건은 단순히 대통령의 비선실세가 대통령의 묵인이나 지원하에 국정농단하여 사익을 추구한 측면 이외에, 국가의 공적 시스템을 이를 위한 도구로 전락시켜 공화주의를 침식시킨 근본적인 문제를 지닌다. 그러므로 '최순실 게이트'의 문제점은 대통령제, 의원내각제 혹은 이원집정제 등의 체제유형이나 개별 체제 내부의 국가별 차이가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민주공화제 원리에 대한 위반에 있다.

둘째 '최순실 게이트'의 발생은 박근혜 대통령의 청와대와 행정부의 미시적인 절차와 규칙에 대한 무시와 마비에 의해 가능했다. 국가기밀 사안인 대통령 서면보고 자료는 청와대 외부로 유출되었으며, 보안손님이 청와대에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청와대 비서실과 경호실 기능은 마비되었다.

대통령의 인사과정에서 청와대와 정부의 검증 시스템은 작동되지 않았고, 대통령과 정책조정수석은 비선실세와 재벌의 유착의 매개역할을 수행했으며, 비서실장과 민정수석은 권력기관에 대한 선별적 통제와 동원에 집중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들 모두 제도적으로 부여된 고유한 기능이 중단되고, 편법적이고 탈법적인 역할에 집중했던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거시적 권력구조의 성격보다는 대통령과 비서실이 청와대와 행정부의 미시적인 규칙을 무시한 결과이다.

박근혜 통치방식에 의해 강화된 '최순실 게이트'

셋째 '최순실 게이트'의 위험성은 박근혜 대통령의 통치방식에 의해 강화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통치방식은 피드백없는 하향식 의사결정방식과 결정과정의 불투명성으로 대표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면보고 뿐 아니라 서면보고도 회피하여, 사실상 보고받지 않는 대통령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의 지시는 실질적인 심의가 없는 국무회의나 수석비서관회의를 통해 하향식으로 전달되었다. 또한 집행결과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현장검증이나 교차확인 등의 확인과정에 관심이 없었다. 문제제기가 있고 대통령이 이를 외면하기 힘든 경우 담당자의 말을 확인할 뿐이었다.

피드백 없는 하향식 의사결정과정에서 국정의 책임은 대통령에게 집중되고, 대통령의 지시는 정책과정의 결정적인 내용이 된다. 대통령에게 책임을 집중시키는 방식의 국정운영에서 대통령의 의사와 결정에 영향을 주는 비선실세의 위험성은 극단화된다. 대통령의 국정운영방식이 공식라인에 충실하거나 협의적 혹은 경합적이거나, 의사결정과정이 수평적 혹은 상향식되거나, 국정과정이 피드백되며 교차검증이 가능한 경우 특정 비선실세의 문제가 이렇게 극단화되기 힘들다. 그러므로 이 사건의 심각성은 권력구조의 수준보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방식에 밀접히 연계된 것이다.

넷째 대통령의 국정방기와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이 집권 4년차까지 지속될 수 있었던 조건은 무엇이었나? 극단적인 하향식 정책결정과정은 대통령에게 책임이 집중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와 야권에 비난하는 방식으로 책임을 전가할 수 있었다. 그 방식은 주로 안보와 경제 위기론의 동원이었고, 그것은 유리한 정치적 세력관계에 기초한 것이었다.

이를 뒷받침한 조건은 국회의 다수 여당, 대통령의 안정적 지지기반, 국회에 대한 낮은 신뢰도, 친정부 편향적 방송 등이었다. 결정적으로 검찰, 국정원 등에 대한 선별적 통제와 동원, 그리고 실질적으로 입법통제를 받지 않는 행정부의 시행령 등 편법적 재량권이 대통령의 수단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요인들도 거시적 정치권력구조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볼 때 '최순실 게이트'는 대통령제, 의원내각제, 이원집정제 혹은 5년 단임제, 4년 중임제 등의 권력구조와 연계성을 찾기 힘들다. 이보다는 민주주의와 공화주의의 기본적인 원리에 대한 무시, 행정부와 청와대의 미시적인 절차 무시, 취약하고 위태로운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 견제와 균형을 억제하는 기울어진 세력관계와 권력기관과 시행령에 대한 편법적 동원 및 활용, 국회의 기능을 위축시키는 반북 근본주의와 냉소적 정치문화 그리고 이를 조장하는 방송과 언론 등이 이 사건의 특성이자 조건이다. 그러므로 이에 대한 대안도 이런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방향으로 모색되고 제시될 필요가 있다.

2. '87년 헌법'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초래하는가?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참사 당일인 지난 2014년 4월 1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찾아 세월호참사 상황을 보고 받고 있다.
▲ 세월호참사 당일 중대본 방문한 박근혜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참사 당일인 지난 2014년 4월 1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찾아 세월호참사 상황을 보고 받고 있다.
ⓒ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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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개헌론의 두 번째 근거인 현재 한국의 권력구조에 대해 살펴보자. 현재의 권력구조의 기초가 되는 '87년 헌법'은 강한 대통령제를 만드는가?

첫째 헌법의 권력구조 요인에 대한 검토 이전에 필자가 이에 동의하기 힘든 이유가 있다. 그것은 민주화 이후 현실의 한국 대통령은 견제받지 않는 측면과 무기력한 측면을 모두 보여준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임기 초반과 후반, 그리고 보수 진영과 민주 진영 대통령의 권한행사 수준에는 무시하기 힘든 차이가 있다. 동일한 조건에서 상반된 현상이 나타난다면, 이것을 인과관계로 규정하는 주장은 명제가 될 수 없다. 그것은 모든 대통령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헌법이 강한 대통령제를 만들기보다, 헌법 이외의 다른 요인이나 조건에 의해 대통령의 권력 수준이 결정된다는 의미이다.

둘째 대통령 임기중에 혹은 대통령 별로 차이가 있더라도, 평균적으로 한국 헌법은 대통령에게 강한 권력을 부여하는가? 한국 대통령제의 대표적 특징인 5년 단임제는 대통령의 권력을 제약하는 조건이다. 대통령의 재임가능성이 없는 조건에서 여당은 차기 후보직을 둘러싼 경쟁이 일찍 시작되기 쉽고,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은 경우 여당은 대통령과 차별화를 시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은 여당의 선거에 불리한 조건이며, 대통령과의 결별은 여당에게 치명적인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이것이 대통령직 수행에 어려운 장애요인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반면에 단임제 대통령이 정권재창출에 관심이 없어 책임성이 낮아진다는 주장이 있지만, 이것은 과장된 것이다. 자신의 정책과 정치세력이 퇴임이후에도 지속되기를 바라는 대통령의 선호는 단임제에서도 소속 정당의 정권재창출 기대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셋째 미국 대통령과 비교할 때 제도적으로 한국 대통령의 권한이 강하다는 근거는 불분명하다. 한국 대통령은 국회가 반대할 경우 이를 돌파하여 자신의 정책을 추진하기 힘들다. 최근 미국도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되었지만 한국의 여야대립이 보다 강해, 미국 대통령에게 입법부에 대한 설득 가능성이 한국 대통령에 비해 좀더 열려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미국 대통령은 국회의 동의나 승인없이 법률적 지위를 갖는 행정명령(executive orders)을 선포할 수 있다.

이에 비해 한국 대통령은 일반적인 상황에서 법률적 지위를 지니는 명령을 선포할 수 없으며, 긴급재정경제명령의 경우에도 선포 직후 국회에 보고하고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외에 국회 합의법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은 미국 대통령과 거의 동일하기 때문에, 제도적으로 한국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에 비해 국회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기 힘들다.

넷째 한국의 의원내각제 요소가 대통령의 입법권을 강화한다고 볼 수 있으나, 이것으로 앞의 국회에 대한 제한적 영향력을 넘어 한국 대통령이 견제받지 않는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기 힘들다. 국회의원 입각허용, 행정부의 입법제안권, 국무총리제 등의 의원내각제 요소는 한편으로 대통령이 국회를 설득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국회에 대한 행정부의 책임성을 강화하기 때문이다.

한국 대통령은 국회의원 입각허용제도를 국회 설득에 활용할 수 있다. 그런데 국회의원의 장관 임명이 국회의 교착상태를 돌파할 만한 영향력을 대통령에게 부여한다고 보기 힘들다. 그 적용은 지금까지 주로 여당의원으로 제한되었으며, 이 경우 국회의 교착상태를 이 제도로 넘어서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 제도가 야당의원들에게 적용되는 경우 연립정부가 되며, 김대중 대통령의 경우 김종필의 자민련과 국무총리와 장관직을 통해 연립정부를 유지했다. 그런데 연립정부는 정당간 합의를 통한 권력의 공유이자 분점인 만큼 야권에 대한 대통령의 권력을 강화시키지만, 정부내에서 대통령의 일방적인 권력행사를 어렵게 한다.

행정부의 입법발의권은 발의를 위해 국회의원을 설득할 필요없는 만큼 대통령의 입법권 강화 요인이다. 그런데 한국 국회에서 대통령의 관심법안의 경우 오히려 심의과정에서 야당의 집중적인 견제를 받기 쉬우며, 행정부는 이를 회피하기 위해 국회의원을 통해 대리 입법발의를 시도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행정부의 입법발의권이 한국 대통령의 입법권을 미국 대통령에 비해 얼마나 강화하는지 불분명하다.

국무총리제의 경우 현실정치에서 대통령이 국무총리를 권한분담보다 정치적 방패로 활용하는 측면이 있다. 그렇지만 제도적으로 국무총리는 국회의 임명동의를 받아야하는 만큼, 부분적이나마 행정부의 국회에 대한 책임성을 강화시키는 의미를 지닌다. 그러므로 한국의 의원내각제 요소는 제왕적 권력의 요인이라기보다 국회의 여야대립과 정당규율이 강한 조건에서 대통령과 국회 간의 마찰을 완화할 수 있는 요인으로 볼 수 있다.

현재 대통령 권한정지는 국무총리가 책임져야하는 대상이 대통령과 국회에서 국회로 단일화된 상황이다. 그러므로 한국의 '87년 헌법'은 대통령 탄핵소추 상황에서 국정운영이 가능케하는 탄력성을 지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섯째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심의가 법률심의가 아닌 것으로 헌법에 규정되어, 예산안에 대한 국회의 낮은 견제력이 헌법규정과 관련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현재 국회의 예산안 심의의 문제점은 여야대립과 일괄합의 그리고 쪽지예산 등으로 대표되며, 이것은 심의부족을 의미한다. 물론 이것이 개헌을 통해 예산심의가 법률적 위상과 형식을 갖춘다면 달라질 수 있지만, 현재 예산안 심의의 문제는 여야관계 수준에서 나타나는 것인 만큼 이를 개선하기 위한 개헌의 시급성을 인정하기 힘들다.

또한 한국에서 행정부는 미국과 달리 집행권 뿐 아니라 편성권도 지니지만, 미국에서도 연방의회의 예산편성의 초안은 백악관 관리예산처에 의해 제공된다. 그렇다면 예산안 국회의 심의가 법률안심의 수준의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행정부의 일방적 권한행사에 어느 정도 관련되는지, 그 개선책이 개헌 이외에 불가능한지 보다 구체적 검토가 필요하다.

이외에 한국 대통령의 인사권이 논란 대상이 되기도 한다. 제도적으로 대통령의 인사에 대한 견제장치로서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이 확대되었으나, 내용적으로 특히 미국에 비해 부실한 편이다. 기본적으로 이것은 헌법 수준의 사안이 아니라 국회법이나 청와대 및 행정부처의 시행령 등에 해당되는 사안이고, 최근 기존의 인사규정도 청와대가 무시하는 것이 문제를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

대안의 측면에서 한국 정치의 개혁을 위해 필요한 것은 국회의 실질적 권한과 능력 강화이다. 현재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증인의 불출석, 위증, 증언회피 등에 대한 규제조치가 미흡하여, 실질적인 청문회의 기능을 수행하기 어렵다. 주요 사안에 대한 국회합의에 의한 국정조사 이외에 한국 국회는 정기적인 국정감사를 실시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국회의 지적사항에 대한 행정부의 대응이 형식적인 경우가 많고, 이에 대한 통제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행정부의 시행령이 모법의 취지를 벗어나는 경우 입법부가 이의 규제할 실질적 수단이 없다. 국회의 입법통제권을 위한 실질적 수단이 없지만, 모법 취지를 벗어나는 행정부의 시행령은 법치주의를 위반하는 편법적 통치이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의 개선을 위해 필요한 것은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이 아니다.

그리고 대통령이 국회를 통제할 수 있는 편법적이고 강제적 수단은 검찰을 비롯한 권력기관이다. 특히 한국의 선거법은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으며, 실제로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비율이 평균 10%를 상회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소독점권을 갖고 있는 검찰을 대통령이 통제하는 경우 국회의원은 대통령으로부터 자유롭기 힘들다. 그러므로 국회의 대통령에 대한 견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권력기관 특히 검찰에 대한 정치적 중립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또한 국회에 대한 시민들의 과도한 부정적 시선이 국회의 행정부에 대한 견제기능을 제약한다. 국회내 여야대립과 국회의 행정부에 대한 견제를 정상적인 것으로 수용하고, 국회에 대한 포괄적 평가보다 국회내 상반된 주장에 대한 비교평가가 중요하다. 

'최순실 게이트'와 '87년 헌법'의 내용을 정리해본 결과, 향후 정치개혁의 기본 방향은 거시적 정치체도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최고 권력자들이 현 제도를 준수하고 책임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감시와 견제력을 강화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특히 권력기관이나 시행령에 기초한 편법적 통치는 엄격히 견제되어야 하며, 여야 대립구도를 유지하며 행정부 견제 기능을 수행하는 국회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필요하며, 국회가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의원내각제나 이원집정제에서 행정부와 입법부의 권력은 하나의 정당을 통해 융합되며, 4년 중임제 또한 국회와 입법부의 임기를 일치시켜 국회다수당과 대통령 소속 정당의 일치가능성을 높인다. 그러므로 이들 모두 집권세력의 권력을 강화시키는 대안이 되기 쉽고, 실제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제안은 국회의 행정부에 대한 견제가 과도하다는 관점이 전제된 것이었다. 그러므로 개헌론은 그 의도와 다른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비해 '최순실 게이트'는 보다 미시적 제도개혁을 통한 견제와 균형 원리를 강화하고, 반북 근본주의와 정치 냉소주의 그리고 '박정희 신화'로부터 벗어나 심의와 참여 민주주의를 강화시킬 수 있으며, 후보단일화에 그쳐온 연합정치를 심화시킬 수 있는 기회의 창을 넓혔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치개혁의 대안으로 제시된 개헌론은 근거와 효과가 불확실한 것일 뿐 아니라, 이러한 기회를 축소하거나 상실할 위험을 지니고 있다.

덧붙이는 글 | 박용수 기자는 연세대학교 국가관리연구원 연구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태그:#박근혜, #최순실, #개헌, #87년 헌법, #정치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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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국가관리연구원 연구교수, 정치학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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