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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이용한 북카페의 조명이 신선하다.
▲ 조명 책을 이용한 북카페의 조명이 신선하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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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가까운 곳에 대형온라인 쇼핑몰에서 문화사업의 일환으로 '북파크'라는 문화공간을 열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커피와 책과 공연이 어우러진 공간, 무엇보다도 애완견(가방에 넣어서) 출입도 가능하고, 사진촬영도 자유롭다는 점이 나를 유혹했다.

6호선 한강진역 2번 출구로 나서니 제법 쌀쌀한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테라스에 나와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젊은이들 너머로 대형 책꽃이에 진열된 책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현수막에 있는 내용을 통해서 '커피, 책, 공연, 예술'이 어우러지는 공간을 지향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북센터에서 책을 읽는 청소년
▲ 독서 북센터에서 책을 읽는 청소년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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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파그'에 들어서자 층별로 구역별로 다양한 책들이 그득했고, 작은 공간에는 소그룹이 편안하게 앉아서 책을 읽거나 토론을 할 수 있는 공간까지 다양했다.

책상도 많아서 휴일 오후임에도 다소 여유가 있었으며, 아이들은 저마다 작은 공간이 신기한지 그룹별로 공간을 차지하고는 책을 읽기도 하고 떠들며 놀기도 했다. 실내 한 켠에 있는 커피전문점에서 나오는 커피향이 실내를 채운다.

조금 어수선한듯 하면서도 자유스러운 분위기였다.

아직은 준비단계라서 그런지 분야별로 책들은 베스트셀러 위주로 진열되어 있었고, 책꽃이는 많이 비어있었다. 그래도 대형서점 못지않은 책이 있었고, 무엇보다도 편안하게 독서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아서 가벼운 책(?)들은 굳이 구입하지 않고 쾌적한 공간을 제공하는 그곳에서 읽어도 좋을 듯했다.

도서와 책꽂이로 장식된 북센터 내부
▲ 북센터 내부 도서와 책꽂이로 장식된 북센터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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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책을 좋아하고, 읽어야할 책은 가급적이면 구입하는 편이다.
책을 구입해서 읽는 것은 습관이기도 하지만, 집필을 하고 출판을 하는 이들의 수고를 생각하면 독자들이 책을 사줘야만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달에 도서비로 적게는 5만원, 많을 때는 10만 원 정도를 사용하는데 책을 통해서 언제나 그 이상의 이득을 본다. 몇 년에 한번씩, 책을 쌓아둘 곳이 없어서 읽지 않는 책을 정리하긴 하지만 책이 없었다면 나의 텅 빈 머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 새로운 책이나 고전이나 나의 무지를 깨닫게 해주고, 이만큼이나마 품위를 유지하며 살게 하니 고마운 이유다.

개점한지 오래지 않아 아직은 한산한 북센터
▲ 북센터 개점한지 오래지 않아 아직은 한산한 북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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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솔직하게, 커피도 마시고 허기진 배를 베이글로 달래가며, 애완견과 함께 층층이 돌아다니는데 시간가는 줄 몰랐다.

첫날이니만큼 간혹 와서 쉴만한 공간이 되는지 어떤지 탐색하기 위해서 구석구석 돌아보고 화장실까지 다 살펴보았다. 집에서 천천히 걸어도 30분, 버스를 타면 10분 거리니까 오고가기에는 적당한 거리다.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와, 내 놀이터가 생겼다!"

'책은 사람이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은 진리다.
▲ 북센터 '책은 사람이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은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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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두어 시간 돌아본 후에 견물생심이라고 몇권의 책을 구입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잠시 분위기에 취해서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이 중첩되었다.

좋은 일이긴 한데, 작은 소형서점들과 북카페는, 차별화를 통해서 겨우겨우 디딤돌을 놓아가는 작은 서점들은 이 여파에 어떤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일까? 좋은 일만이 아니구나 싶은 생각에 우울해 진다.

자본의 힘, 절대 강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는 자본, 작은 것들이 건강하게 자립하는 것을 눈뜨고 봐주지 못하는, 공생할 줄 모르는 자본, 그럴 때에도 절대로 포악한 포식자의 모습이 아니라 천사의 모습으로 다가오는 자본. 물론, 새로 단장한 '북파크' 주변에는 소형서점은 없었다. 그러나 시스템적인 차원에서 생각해 보면, 이렇게 책을 매개로 한 대형 문화복합공간은 결국 작은 서점들이나 문화공간들을 잠식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북센터의 실내조명, 책 이미지를 이용한 디자인이 신선하다.
▲ 북센터 북센터의 실내조명, 책 이미지를 이용한 디자인이 신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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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 않다.
그냥 나만 좋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다.
함께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은 그래서 쉬운 일이 아닌가보다. 말과 머리로는 함께 더불어 살아가자면서도 나 개인의 편리와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도록 준비된 현대인들이 아닌가?

그러나 한편으로 이런 생각도 든다.
이제 어떤 특정한 물건만 파는 곳은 머지않아 몰락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책과 커피와 공연과 예술이 어우러진 공간은 그런 점에서 반길만 하다. 이것은 단지, 대형화라는 것으로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작은 공간이라도, 그곳만의 특별함을 가질 수 있다면 그곳은 사랑받는 소중한 공간이 될 것이다.


태그:#문화공간, #북파크, #대형서점, #북카페, #소형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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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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