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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늦게 들어온 아들 녀석이 내일 아침 새해맞이 해돋이를 보러 가자한다. 덤덤한 마음에 좋다 싫다는 말없이 잠을 잦다. 2016년 병신년(丙申年)은 그렇게 지나가고 2017년 정유년(丁酉年)이 되었다. 6시다. 눈을 떴는데 따스한 이불속에서 빠져 나오고 싶지 않았다. 아들도 잠이 깨어 있는 모양이다.



해돋이를 보러 갈까 망설이다가 그래 가자 아들하고 해돋이 보러 간지가 언제였던가? 2007년 정해년(丁亥年) 황금돼지해. 10년이 지났다. 녀석이 초등학교 5학년이었다. 그 때 해돋이 보러가자는 것은 나의 일방적인 의사였다. 어린 아들은 잠도 부족한 이른 아침에 아빠가 해돋이 보러 가자했을 때 얼마나 가기 싫어했을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이젠 20대 성인된 아들이 해돋이 보러 가자고 하는데 아들의 의지에 따르기로 했다.


"해돋이 보러 가자"


주섬주섬 옷을 여러 겹으로 껴입었다. 집과 가까운 광양가야산(497m)으로 출발하였다. 예전에는 주차장뿐만 아니라 도로까지 줄서 주차해있던 차량 행렬을 볼 수 있었는데 겨우 주차장 정도 매울 정도의 차량이 눈에 띈다. 어수선한 나라분위기와 AI조류독감 등이 새해맞이 사람들의 마음까지 움츠리게 한듯하다.  


산길이 어둡다. 더듬더듬 한발 한발 오르는 등산 길.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숨이 차다. 매일 아침 맞이하던 해돋이. 무심코 바라보면서 출근하였는데 굳이 새해맞이 해돋이를 보려니 땀방울이 필요한 노력이 필요하다. 차갑게 느껴지는 나뭇가지 사이로 멀리 도시의 불빛이 보인다. 이 땅에 정의를 부르짖던 광화문의 100만 촛불처럼 이제 막 새해 아침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촛불 같다.



컴컴한 산길을 올라 바위암벽 평평한 곳에 이르자 멀리 남해가 보이는 동쪽 하늘이 불거지고 있다. 구름이 조금 끼여 있지만 새해를 보는데 큰 문제가 없을 듯싶다. 멀리 공장 굴뚝에서 쉬지 않고 내뿜는 하얀 연기는 하트모양, 새 모양 등 다양한 모양을 만들어 낸다. 새벽을 가장 일찍 열고 있다. 새벽잠을 반납한 사람들은 벌써 자리를 잡고 해돋이를 기다리고 있다. 추위를 잊기 위해 몸을 움직이며 스트레칭을 한다. 중년의 여성 등산객은 매년 새해 소원은 빌기 위해 해돋이 보러 온다고 한다.



아들 녀석에게 새해가 떠오르면 소원은 준비했냐고 묻자 새해 소원 3가지를 준비하였다고 한다. 첫 번째 소원은 우리가족의 건강이고 두 번째 소원은 기사자격증 취득 그리고 세 번째 소원은 여자 친구를 사귀겠다고 한다. 그리고 자기 자신의 건강한 삶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한다. 특별하지도 않은 소박한 꿈이다. 10년 전 이곳에서 소원을 똑 같이 물었을 땐 소원이 5가지라고 하던데 이젠 현실에 맞는 소원을 가지고 있다.



2017년 정유년. 불그스레한 해가 떠오른다. 수즙은 듯 구름사이를 비집고 나온다. 이 땅에 사람들이 자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들켰다는 듯 반쪽 붉은 홍조는 점점 둥근 모습으로 사람들과 마주친다. "와" 환성이 들린다. 그리고 사람들의 스포트라이트 세례를 받는다. 기다림과 만남사이에 가슴 벅찬 환희가 교감한다. 검은 새벽을 가르고 환한 세상을 알리는 닭의 큰 우렁찬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이 땅에 부정 앞에서는 비굴하지 말고 올바른 정의가 시작되는 닭띠 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태그:#해돋이, #정유년, #광양가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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