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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천천히 남쪽으로 몰아 쓰시마의 가운데 있어 남섬과 북섬을 가르게 만든 '만제키세토(萬關瀨戶)'라는 수로 위의 다리인 '만제키바시(万関橋)'로 갔다. 군인들에 의해 인공수로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하나의 섬이었던 쓰시마는 수로가 생기면서 두 개로 나뉘어졌지만, 1901년 다리가 건설되어 다시 연결되었다. 

수로는 당초 일본군이 대한해협의 제해권(制海權)을 확보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비교적 조선과 거리가 가깝고 깊숙한 곳에 있는 '아소만(淺茅灣)'의 '다케시키(竹數)'에 50여 척의 군함이 정박할 수 있는 기지를 구축하기 위함이었다.

이에 1897년 굴착을 시작하여 1900년에 수로를 완공했다. 이후 다리가 바로 완공된 것이다. 현재의 다리는 3번째 바뀐 것으로 1996년 건설되었다. 수로는 당초에는 폭 25m, 깊이 3m였으나 배의 규모들이 커지면서 필요에 따라 1975년 폭 40m, 깊이 4.5m로 확장했다.

쓰시마 사람들은 이 수로를 중심에 두고 북섬을 '가미시마(上島)'라고 하고, 남섬을 '시모시마(下島)'라 부른다. 다리 가운데에서 아래를 바라보면 크게 돌아가는 조류의 소용돌이를 구경할 수 있다. 붉은 색 다리는 색다른 인공미를 자랑한다. 다리 양쪽에는 작은 공원과 식당, 주차장과 화장실 등이 정비되어 있다.

다리 위에 서서 아래를 보니 어지럽기는 했지만, 좌우를 급하게 깎아서 만든 모양이 제식훈련 중인 군인들의 모습처럼 보인다. 이어 남쪽으로 조금 더 내려가면 '오후나코시(大船越)'다. 폭이 50m, 길이 240m의 운하가 있는 곳이다.

이미 15세기 이전부터 운하가 있던 곳이다. 조선 초기 쓰시마 정벌을 했던 이종무 장군이 동서간의 길목인 이곳에 방책을 치기도 했다. 이후 1861년에는 러시아 군함이 남섬의 북쪽 아소만 초입에 있는 '이모자키(芋崎)'항에 무단으로 상륙하여 장기주둔을 했다.

이 러시아 군함이 어느 날 갑자기 오후나코시의 운하를 검문도 없이 통과하려고 하다가 실랑이가 벌어져 러시아군인이 쏜 총에 일본군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 사건으로 인하여 일본인들의 러시아에 대한 여론이 상당히 안 좋아졌다.

나중에는 영국해군도 아소만의 '후쿠자키(吹崎)'에 정박하는 등 운하로 인하여 다양한 침략의 피해를 보기도 했던 곳이다. 길목이 좋은 곳이라 그만큼 드나드는 사람도 많아서, 슬픈 역사가 이곳에도 있는 것 같았다. 작은 섬이지만 이곳이 한일간의 길목이라, 몽골군, 러시아군, 영국군, 조선군 등이 침략했다.

초밥 왕창 먹다
▲ 일본 쓰시마 초밥 왕창 먹다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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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저녁을 먹고, 인터넷도 잠시 확인할 겸, 남쪽으로 한참을 가서 이즈하라까지 갔다. 크리스마스라서 가족과 함께 쓰시마 여행을 왔다는 후배도 만날 겸 숙소인 호텔로 갔다가 세 명이 함께 저녁식사를 위해 인근의 초밥집으로 이동했다.

역시 초밥은 일본에서 먹어야 제 맛인 것 같다. 세 사람이 본고장에서 맥주와 함께 30접시를 맛나게 먹고도 5천 엔 정도라니 저렴하게 잘 먹었다. 이제 날이 무척 어두워졌다. 숙소가 있는 북섬의 사스나까지 돌아갈 길이 끔찍하다. 하루 종일 자동차로 너무 많이 이동하며 북섬을 이리저리 다니고는 남섬까지 왔으니, 피곤을 몸을 이끌고 두 시간은 더 가야 할 듯하다.

아무튼 조심조심 두 시간을 운전하여 숙소가 있는 사스나로 갔다. 토요일 저녁이라 3팀 6명의 손님이 더 와있었다. 그들과도 잠시 인사를 하고는 간단하게 씻고서 식당에 집주인 최 사장과 함께 세 사람이 모여 술을 한잔하면서 다시 담화를 나누었다.

당장이라도 쓰시마에서 작은 식당이나 여행자 쉼터를 해보고 싶어하는 고 선배는 다양한 고민을 토로했고, 나름 희망이 있어 보인다고 최 사장은 말했다. 오늘 돌아본 마사공원과 골프장에 관한 이야기며, 소가묘소, 붕어빵, 임진왜란 때 선발 대장이었던 '고니시유끼나가(小西行長)'의 전함 700척이 집결하여 대기했던 만이 무척 깊은 '오우라(大浦)'에 대한 설명도 들었다.

역사를 포함하여 지역에 대한 설명도 좋았고, 내일 아침에 가고자 하는 사스나에서 '센뵤마키산(千俵蒔山)' 초입에 있는 '이구치하마(井口浜)해수욕장'까지 가는 임도에 대한 내용도 들었다. 지난 수년간 이곳을 두루 살핀 최 사장의 박식함에 조금은 놀랐다.

일본식 아침 식사, 좋았다
▲ 일본 쓰시마 일본식 아침 식사, 좋았다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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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을 넘겨 1시 무렵에 잠자리에 들었다. 이제 크리스마스인 25일(일) 아침이다. 세수를 하고는 맛난 일본식 식사를 했다. 손님이 많은 경우에는 인근에서 식당을 경영하는 아주머님을 직접 불러 일식으로 아침을 준비한다고 했다. 주인장까지 포함하여 9명이 함께 했다.

일본인 요리사가 직접 와서 아침을 준비해 주니 무척 고맙고 감사했다. 식사를 마치고는 바로 어제 밤에 계획한 대로 이구치하마(井口浜)해수욕장까지 가는 임도를 찾아 나섰다. 차를 타고 출발하여 우선 주유소에서 기름을 왕창 넣은 다음, 사스나만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초행길에 임도를 찾는 것도 싶지는 않았다.

임도를 걷다
▲ 일본 쓰시마 임도를 걷다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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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태로 무너진 임도를 건너서 걸어보다
▲ 일본 쓰시마 산사태로 무너진 임도를 건너서 걸어보다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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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를 할까 생각을 하던 차에 숲을 돌아서니 작은 길이 보였다. 전방 400m까지만 전진이 가능하다는 표식도 발견했고 길도 찾았다. 우선 나는 걸어서 올랐고, 고 선배는 차를 타고 뒤를 따랐다. 역시나 조금 올라가니 산사태로 전진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차에서 내려 조금 더 걸으며 위치를 확인했다.

길이 막혀 차로 이동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도보로 가는 것은 가능했다. 이제 차를 돌려 도로를 따라 이구치하마(井口浜)해수욕장으로 갔다. 그리고 그쪽의 임도를 따라 차를 천천히 몰면서 전진했다. 생각보다 길이 너무 험하여 포기할까 하다가 임도의 상태가 좋았다 나빴다를 반복하여 무리를 한다고 생각을 하면서 아슬아슬하게 끝까지 갔다.

바다가 보이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기는 했지만, 반대편에 길이 막혀서 인적이 전혀 없는 임도였다. 전체가 3km 정도로 걸어서 넘으면 한 시간이면 충분할 것 같았다. 사스나에서 출발하여 이곳을 걷고는 해수욕장을 둘러 본 다음, 쉬었다가 차를 타고 센뵤마키산을 오르는 코스를 만들면 좋을 것 같았다. 부족한 점이 있었지만, 나름 걷기에 좋은 코스로 만들어 보자!
센뵤마키산의 풍력발전기
▲ 일본 쓰시마 센뵤마키산의 풍력발전기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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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지난 11월에는 정상에서는 회전이 불가능한 대형버스로 와서 어쩔 수 없이 한 시간 동안 걸어 올랐던 센뵤마키산을 차를 타고 올랐다. 정상부에 풍력발전소와 바람의 언덕이 무척 좋은 곳이다. 억새밭이 더 멋져졌다. 나는 바람에 발전기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다가. 억새밭을 지나 바람의 언덕으로 가서 부산방향을 보았다.

오늘 하늘이 신령스럽다. 용이 승천 중인가?
▲ 일본 쓰시마 오늘 하늘이 신령스럽다. 용이 승천 중인가?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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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과 바다 및 산의 신비로운 조화가 좋은 날이다. 구름 사이로 햇살이 들고 산과 바다가 만나 용이 승천하는 날의 기운을 느낀다. 잠시 하늘에 기도를 올렸다. 이제 다시 천천히 산을 내려와 강변도로를 따라서 가다가 '이국이 보이는 언덕 전망대(異國の見える丘展望臺)'에 잠시 올라본다. 작은 전망대였지만, 이름만은 거창했다.

이국이 보이는 언덕 전망대, 이름은 거창하다. 사실은 조금만 하다
▲ 일본 쓰시마 이국이 보이는 언덕 전망대, 이름은 거창하다. 사실은 조금만 하다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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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어제는 다 보지 못했던 사고평야로 길을 잡았다. 버드 워칭(Bird watching)공원의 전망대에 올라 까마귀 구경을 했다. 꿩 대신 닭이라고, 두루미 대신에 까마귀만 왕창 보고 왔다. 정말 부러운 새 탐조시설이다.

새 탐조 공원의 탐조탑, 3층의 멋진 목조 건물이다
▲ 일본 쓰시마 새 탐조 공원의 탐조탑, 3층의 멋진 목조 건물이다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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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시 길을 돌려 사스나 읍내 구경을 잠시 했다. 이틀 전 밤에 살펴본 것 보다는 많은 것이 보였다. 식당과 우체국 같은 것도 더 보였고, 경찰서와 경찰관사, 여관도 몇 개 보였다. 그리고 사스나만을 조금 더 구경한 다음 더 바깥쪽으로 가 보았다.

만이 끝나는 부분에 작은 공원과 함께 잘 지어진 양로원도 있었다. 바닷가에 너무 시설이 좋아서 호텔을 해도 될 것 같은 위치인데 양로원이라! 아무튼 부러웠다. 이제 귀국 배를 타기 위해 히타카쓰쪽으로 길을 잡았다.

10여분 차를 타고 가는데, 이런! 무슨 일인지 길이 막혀있다. 순간 '교통사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귀국길에 길이 막히면 큰일인데' 나는 차에서 내려 앞으로 걸어가 보았다. 통상 시속 40~50km로 속도 제한이 있는 쓰시마에서는 교통사고는 아주 드문 경우이다. 혹시 운전자가 지형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 인가해서 확인을 해 보았지만, 한국인은 아니었다.

1년에 한번 나는 자동차 사고를 목격하다
▲ 일본 쓰시마 1년에 한번 나는 자동차 사고를 목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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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음운전인지 차가 정면충돌을 했다. '차를 돌려서 가야하나'라고 고민을 하고 있는데, 경찰이 오면서 바로 도로 한가운데에 있던 더 작은 차를 사람들이 들어서 가장자리로 옮겼다. 순식간에 차를 옮기고는 바로 청소를 하니, 다시 통행이 가능해졌다.

5분 정도 정체 상황이 끝났고 다시 차를 탔다. 시간이 조금 남아서 동북에 있는 '미우다(三宇田)해수욕장'으로 갔다. "겨울에 무슨 해수욕장을 가냐"고 내가 고 선배에게 물었더니, "나름 모래사장과 바위들이 좋고, 캠핑장과 샤워시설, 화장실 등이 잘 준비되어 있어 사람들이 연중 찾는 곳"이라고 했다. 

일본 쓰시마
▲ 미우다해수욕장 일본 쓰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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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한국관광객 천지다. 입구에 음료와 과자 등을 파는 이동식 차량이 2대 있고, 다양한 시설들이 눈에 들어왔다. 언덕 위에는 넓은 부지에 캠핑장이 보였다. 이런 곳에서 캠핑을 하면 너무 좋을 것 같아 보였다. 바다와 산이 마음에 든다.

배가 조금 출출했던 우리들은 입구에서 '타코야끼(たこ焼き)'를 하나 사서는 나누어 먹으며 산책을 했다. 동해의 용왕님이 오늘 기분이 무척 좋으신지, 파도도 없는 바다가 참 마음에 들었다. 귀국 길은 파도 없이 편하게 갈 듯 보인다.  

미우다해수욕장 캠핑장,텐트를 쳐주고, 마루바닥도 있다.
▲ 일본 쓰시마 미우다해수욕장 캠핑장,텐트를 쳐주고, 마루바닥도 있다.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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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일본 쓰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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