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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소녀상을 지키기 위한 촛불집회. 진짜 소녀상은 동구청에 빼앗기고 석고모형 소녀상이 앉아 있다.
 평화의 소녀상을 지키기 위한 촛불집회. 진짜 소녀상은 동구청에 빼앗기고 석고모형 소녀상이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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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영사관 옆 정발장군 동상 앞에서 부산 시국집회가 열렸다.

'미래세대가 세우는 평화의 소녀상 추진위'(아래 미소추)는 이날 오후 1시께 부산 동구 초량동에 있는 일본영사관 후문 쪽에 평화의 소녀상 동상을 설치했다.

미소추는 이미 '12월 31일 일본영사관 앞에서 소녀상 제막식을 진행하겠다'고 공표한 바 있다. 때문에 이를 막으려는 경찰과 동구청의 감시가 극에 달해 있었다. 이날 소녀상을 설치한 것은 감시망의 허를 찌르는 기습 작전이었다.

하지만 4시간이 넘는 대립 끝에 일본영사관 후문에 세워졌던 소녀상은 철거됐다. 그 과정에서 13명이 연행됐고, 일부 시민들이 응급실로 후송되는 일이 발생했다.

미소추와 서포터즈 단체들은 1년 가까이 하루도 빠짐없이 일본영사관 앞에서 소녀상 설립을 위한 1인 시위를 진행했다. 또한 부산 시민들의 성금 8천 5백만 원을 모아 평화의 소녀상(작가 김서경·김운성) 동상을 제작했다.

매주 수요일 시국집회를 주관하는 민주노총 부산본부는 운영위를 통해 집회 장소의 변경을 결의했고 조합원들은 퇴근 후 삼삼오오 정발장군 동상 앞으로 모였다.

오늘 집회는 빼앗긴 소녀상을 되찾고, 1년 전 박근혜 정부가 체결한 매국적 한일 합의를 무효화하려는 의지를 담았다.

"일본 앞잡이 동구청은 소녀상을 돌려달라!"

촉박하게 공지한 집회였음에도 민주노총 부산본부 조합원들을 비롯해 많은 부산 시민들이 함께 했다.
 촉박하게 공지한 집회였음에도 민주노총 부산본부 조합원들을 비롯해 많은 부산 시민들이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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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겨레하나 선전국장 김주연
▲ 사회 대학생 겨레하나 선전국장 김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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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연 대학생 겨레하나 선전국장은 "1년 전 굴욕적 한일합의로 국민들의 가슴에 큰 상처를 주더니 오늘 또 이런 일이 벌어졌다. 부산 시민들의 모금으로 만든 소녀상은 반드시 일본영사관 앞에 세워져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앞잡이 동구청은 소녀상을 돌려달라!
친일 매국노 박근혜 정권 즉각 퇴진하라!
친일 매국정당 새누리당 해체하라!
국민이 주인이다 소녀상을 돌려달라!
학생들이 무슨 죄냐 연행자를 석방하라!"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사회자의 선창에 맞춰 구호를 외치며 소녀상 철거에 대한 분노를 표현했다. 계속해서 자유발언이 이어졌다.

부산여성단체연합 대표 정경숙, 대학생 겨레하나 회원, 부산여성회 회장 박오숙
▲ 자유발언 부산여성단체연합 대표 정경숙, 대학생 겨레하나 회원, 부산여성회 회장 박오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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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숙 부산여성단체연합 대표는 28일에 있었던 일을 보고한 뒤 "외교부는 관할 지자체의 일이라 했고 경찰과 동구청 모두 자신들은 모르는 일이라 발뺌한다. 그렇다면 소녀상 철거를 누가 시킨 거냐? 박근혜와 그 하수인 황교안 아니겠나?"며 개탄했다. 또한 "소녀상은 우리의 자부심이자 가치이다. 12월 31일 반드시 일본영사관 앞에 소녀상을 세우자"고 말했다.

대학생 겨레하나 회원은 "굴욕적 한일합의가 있었던 작년 12월 28일엔 서울에서 소녀상을 지켰는데 1년 후인 오늘은 부산에서 소녀상을 빼앗겼다"며 "동구청은 일본구청이냐! 반드시 소녀상 돌려받아 이곳에 세우고 지켜 내겠다"고 결심을 밝혔다.

박오숙 부산여성회 회장은 "오늘은 1263차 수요시위가 열린 날이다. 햇수로는 25년이 되었다. 김학순 할머니의 용기 있는 증언으로 묻힐 뻔한 역사가 드러난 것이다. 한일 '위안부' 문제는 일본 정부가 조직적으로 저지른 범죄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일합의는 박근혜 정권의 적폐 1호다. 이 합의를 주도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말한 뒤 "부산에도 부역자들이 있다. 바로 서병수 시장과 박삼석 동구청장이다. 유치원생들이 고사리손으로 가져온 저금통을 모아 만든 소녀상이다. 누구를 위한 시장, 구청장인가?"라며 비판했다.

"도둑 맞은 소녀상을 반드시 되찾겠다"

공무원노조 부산본부장 신세민, 대학생 겨레하나 신새벽, 국민연금 부산본부장 리화수
▲ 자유발언 공무원노조 부산본부장 신세민, 대학생 겨레하나 신새벽, 국민연금 부산본부장 리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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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민 공무원노조 부산본부 본부장은 "5년 전 한진중공업 투쟁 때 행정대집행 명령이 내려 왔었고, 당시 영도구청 공무원들은 행정대집행을 거부한 적이 있었다. 오늘은 역부족이었고 그것이 많이 안타깝고 현실이 분노스럽다"고 말했다. 이어서 "공무원노조 부산본부의 모든 지부가 나서서 소녀상 제작을 위한 모금을 하고 일인시위를 해왔다. 평화의 소녀상을 다시 이 곳에 세우는 일에도 마음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경찰들과 대치하며 목이 잔뜩 쉰 대학생 겨레하나 신새벽 회원은 "너무 많은 경찰들이 왔었다. 아마 부산역에 테러가 났다는 신고가 들어와도 그 정도로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며 "연행 과정에서 친구들이 많이 다쳤다. 하지만 더 많이 다쳐도 포기하기 않을 것이다. 동구청에게 도둑맞은 소녀상 꼭 되찾아 일본영사관 앞에 세우겠다"고 말했다.

리화수 전국공공운수연맹 국민연금지부 부산본부 본부장은 "정리되지 못한 친일의 역사가 오늘 이 굴욕을 만들었다. 소녀상을 세우는 것, 아픈 역사를 기억하는 것은 후손들의 당연한 도리이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국민연금 기금을 이용해 삼성의 재벌세습을 가능케 한 문형표가 구속되어 그나마 조금 기뻤다. 정경유착은 친일청산과 함께 반드시 청산되어야 한다"고 외쳤다.

대학생, 금속노조 부양지부 류장현, 청소년 겨레하나 전지환
▲ 자유발언 대학생, 금속노조 부양지부 류장현, 청소년 겨레하나 전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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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과정에서 쓰러져 응급실에 다녀 왔다는 대학생은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 소녀상을 세우는 곳도 있는데 부산은 왜 이럴까. 학생들이 머리채 잡혀서 끌려갈 때,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서 "경찰들은 자꾸 우리에게 불법집회를 한다고 하는데, 돈 10억 엔에 할머니들의 인권을 판 것은 불법보다 더한 것 아니냐"며 끝내 울먹였다.

자신을 '환갑이 다 된 금속노동자'라 소개한 류장현 금속노조 부양지부 부장은 "87년 6월 항쟁 때 전두환 물러 가라며 밤새 싸웠던 곳이 지금 이 자리이고 내겐 잊지 못할 기억이다. 그런데 30여 년이 지나서 다시 이 자리에 서게 됐다"며 소회를 밝혔다. 류장현 부장은 "굳이 마이크를 잡은 이유는 후배들께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다. 좋은 세상 만들지 못해서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다.

오늘 11시부터 이 자리에서 소녀상을 지켰던 청소년 겨레하나 전지환 회원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을 느꼈다. 경찰의 연행 과정이 너무 폭력적이었고 대학생 누나에게 미친× 이라는 욕도 했다. 경찰은 여전히 우리를 개돼지로 보고 있음을 느꼈다"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많은 것이 바뀔 거라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앞으로 바꿀 게 너무 많다"고 분노를 전했다.

전지환 회원은 "소녀상이 트럭에 실릴 때 눈물이 날 뻔했다. 그냥 동상이 아니지 않나. 일본영사가 동구청장에게 소녀상 설치를 막아 달라는 편지를 보냈다고 하는데, 구청장이 두려워해야 할 대상은 일본영사가 아닌 부산시민이다. 31일까지 잘 싸워서 시민의 힘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지환 회원의 발언 후 마이크를 잡은 사회자 김주연 국장이 '그 미친× 소리를 들은 게 나'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장 김재하
▲ 마무리 발언 민주노총 부산본부장 김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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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하 민주노총 부산본부 본부장은 "할머니들뿐 아니라 많은 할아버지들도 끌려가 고초를 당하셨다. 탄광에서 강제노동을 당하며 임금은커녕 밥도 제대로 못 먹었고 심지어 귀국길에서 수장을 당하기도 하셨다. 즉, 소녀상을 세우는 문제는 노동자들의 문제다"라고 말했다.

김재하 본부장은 "이 나라는 식민지다. 나라 잃은 백성은 상갓집 개보다 못하다고 했는데 지금 우리가 그렇다"고  말한 뒤 "소녀상 건립은 박근혜정권 퇴진 투쟁이자 새로운 정권을 세우는 투쟁이다. 반드시 이 자리에 소녀상을 세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촛불집회 후 밤샘농성을 대비에 텐트를 치고 있다.
 촛불집회 후 밤샘농성을 대비에 텐트를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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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가 끝나고 31일까지 이어질 농성을 위해 텐트를 설치했다. 일부 참석자들은 연행자 면회와 항의방문을 위해 동부경찰서로 향했다.

초량동 일본영사관 담벼락을 에워싼 대한민국 경찰
 초량동 일본영사관 담벼락을 에워싼 대한민국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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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동부경찰서에 항의방문한 부산 시민들
 부산동부경찰서에 항의방문한 부산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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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경찰서에 도착한 시민들은 "학생들이 무슨 죄가 있나. 빨리 석방하라"며 구호를 외쳤고 경찰은 "불법집회를 하고 있다"며 해산 명령을 두 차례 내렸다. 분노한 시민들은 "엔화로 월급받냐? 일본으로 가라!"며 항의했다.

이 와중에도 체증에 여념이 없으신 부산동부경찰
 이 와중에도 체증에 여념이 없으신 부산동부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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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겨레하나 김영준 공동대표의 면회결과 보고
 부산겨레하나 김영준 공동대표의 면회결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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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면회에 들어간 겨레하나 대표단의 면회 결과 보고를 듣고 동부경찰서 앞에 모인 시민들은 자진 해산했다.

미소추는 오늘부터 12월 31일까지 일본영사관 옆 정발장군 동상 앞에서 밤샘 농성에 들어간다. 또한 모형 소녀상과 함께 일본영사관 앞에서 24시간 릴레이 1인 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다.



태그:#박근혜즉각퇴진, #평화의소녀상, #부산시국집회, #민주노총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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