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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현대중공업에서 구조조정이 가시화되자 시민사회 등이 '조선산업대량해고구조조정저지울산지역대책위'를 구성해 구조조정 반대활동에 나섰다. 대책위가 8월 29일 오후 1시 30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가 나서 조선업 구조조정을 중단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현대중공업 노조도 민주노총 재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들어 현대중공업에서 구조조정이 가시화되자 시민사회 등이 '조선산업대량해고구조조정저지울산지역대책위'를 구성해 구조조정 반대활동에 나섰다. 대책위가 8월 29일 오후 1시 30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가 나서 조선업 구조조정을 중단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현대중공업 노조도 민주노총 재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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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13일 오후 3시 41분]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 백형록)가 지난 2004년 민주노총으로부터 제명된 지 12년만인 오는 20일 민주노총 재가입 여부를 결정짓는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한다. 찬반투표에서 조합원 1만 5000여 명 중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민주노총 재가입은 성사된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산별노조로 전환하면 그동안 현중노조만 상대하면 됐던 회사가 앞으로 금속노조, 나아가서는 민주노총과도 상대해야 한다는 점에서 노동조합의 힘은 지금보다 커진다"며 조합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보수언론 등에서는 '제명된 후 재가입하는 데 따른 자존심, 조합비 상승 등을 이유로 일부 현장조직이 반발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민주노총 재가입 추진과정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한때 우리나라 민주노조운동의 선두에 섰었다. 하지만 회사와의 밀월로 임금교섭권까지 반납하는 등 정부정책에 호응하다 결국 글로벌 조선위기에 따른 구조정으로 위기에 봉착했다. 민주노총 재가입이라는 승부수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20일 조합원 찬반투표로 판가름

현대중공업 노조의 민주노총 재가입에 대해 회사 측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지는 않다. 다만 보수언론 등에서는 "상급단체 납입금 등으로 조합비가 오르고 이미 모아놓은 조합 적립금이 거덜 날 것이라며 일부 현장조직들이 반발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12월 20일 산별노조 전환을 결의해 금속노조에 가입하더라도 조합원 개개인이 부담해야하는 조합비는 전혀 늘어나지 않는다"면서 "현재 적립금 173억 원은 고스란히 현중노조 자산으로 남아 계속 사용할 수 있다"며 조합원을 설득하고 있다.

확인결과, 과거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회사와 밀월 관계로 조성된 일부 조합원들의 보수화도 상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올해 총선에서 현대중공업 노조가 지지한 무소속 국회의원의 당선과 이에 따른 활동에 대한 기대감, 과거에 대한 반성, 민주노총과 시민사회가 구조조정 반대 지원으로 보여준 연대감 등으로 민주노총 재가입을 기대하는 조합원들도 상당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 함께 '민주노조운동 선두-회사와 밀월-민주노총 제명-회사와 밀월 계속-글로벌 조선위기-구조조정-민주노총 재가입 추진'이라는 현대중공업 노조의 역사가 우리나라 노동운동 역사뿐 아니라 1987년 민주화운동 이후 우리 사회에서 진행된 과정과 닮은 점이 많다는 평도 있다. 이에 따른 지역사회의 관심도가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중공업노조는 1987년 노조설립과 동시에 진행된 노동자대투쟁의 선두에 섰고, 특히 골리앗투쟁 등으로 노동운동의 표본이 됐다. 하지만 이후 1990년대 중반부터 소위 실리주의 노선을 추구하는 집행부가 잇따라 들어섰고, 투쟁 대신 타협을 통해 연말이면 상당한 성과금이 돌아갔다. 그러는 사이 현장에는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이 점점 늘어났다.

이런 과정에서 지난 2004년 3월 현대중공업 하청업체 노동자 박일수씨가 비정규직차별 철폐 등을 요구하며 분신자살한 일 발생했다. 이후 민주노총은 "현대중공업 노조가 열사투쟁정신을 훼손하고 (고 박일수씨) 영안실에 난입하는 등 반노동자적 행위를 했다"면서 현대중공업노조를 제명했다.

그후 현대중공업 노조는 독자 노선을 걸어왔고 회사와의 밀월관계도 이어졌다. 이명박 정부 때는 집행부가 임금교섭권반납 등에 앞장섰다. 당시 민주노총이 반대하던 정부의 노동정책에 호응하면서 '최고 모범노조'로 불리며 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찾아온 글로벌 조선위기로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회사 측의 구조조정 움직임에 2013년부터 들어선 민주노조 집행부는 민주노총 재가입 움직임을 보였고, 최근 하청노동자에 이어 정규직에 대한 구조조정과 일부 부서에 대한 아웃소싱이 강행되자 급기야 민주노총 재가입이라는 승부수를 던지고 나선 것.

이같은 민주노총 재가입 추진은 구조조정을 반대하고 노조를 지지해준 민주노총 등 노동계와 특히 연대의 힘을 보여준 시민사회에 대한 화답이라는 분석도 있다.

따라서 현대중공업 노조의 민주노총 재가입 여부는 결과에 따라 앞으로 지역계에 큰 파장을 불러올 전망이다. 아울러 '노동조합과 노동운동이 지향해야 할 바가 무엇인지'에 대한 사회적 화두도 던져줄 전망이다.



태그:#현대중공업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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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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