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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정교과서 (중학교 '역사 ①, ②', 고등학교 '한국사') 현장검토본을 공개했다.
▲ 교육부,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 공개 교육부가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정교과서 (중학교 '역사 ①, ②', 고등학교 '한국사') 현장검토본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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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교과서대로 수업하지 않겠다."

김태우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경기 양주고 한국사 교사)의 말이다. 그는 29일 오후 <오마이뉴스> 기자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전국역사교사모임 소속 교사들은 국정교과서를 옆에 두고 자료를 재구성해서 수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정교과서는 이미 탄핵을 받았다"면서 "국정교과서 불복종 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역사교사모임 소속 중·고등학교 교사들은 2000여 명에 달한다. 앞서 전국 서울·경기 등 시도교육청 14곳은 국정교과서가 학교에서 사용되지 않도록 대응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2017년 1학기부터 중·고교 역사 국정교과서 사용을 강제하더라도, 실제 많은 학교 현장에서는 사용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국민 의견을 수렴한 후 도입 방식을 결정하겠다며 한 발 물러선 상황이다.

김태우 회장은 28일 공개된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을 두고 "박근혜 대통령이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효심 차원에서 만든 것으로 보일 정도"라면서 "박정희 정권에 대한 서술이 많은데, 독재를 미화하는 공에 대한 서술은 많고, 과는 살짝만 언급됐다"라고 말했다.

특히, 박정희 정권 당시 경제 개발 성과에 대한 분량이 많다는 게 김태우 회장의 지적이다. 그는 "경제가 몇 퍼센트 성장을 했는지 수치가 많이 보인다"면서 "하지만 역사 서술에서는 경제 성장을 평가하고 그 이면을 성찰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수치와 함께 경제 개발과 관련된 각종 명칭이나 이름이 많이 나온다. 학생들은 관련 내용이 시험에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외워야 한다. 학습 부담이 늘었다"면서 "질문하고 토론하며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약속은 공염불이 됐다"라고 꼬집었다.

"편향적인 친기업적인 서술이 이뤄졌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정교과서 현장 검토본을 공개하며 "올바른 역사교과서는 학생들이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있는 역사관과 올바른 국가관을 가질 수 있도록 심혈을 기하여 개발했다"며 "현장검토분은 완성된 것이 아니라 개발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현장검토분이 공개되는 기간 동안 국민 여러분께서 주시는 소중한 의견들이 교과서에 충실히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이준식 "역사교과서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있게 개발했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정교과서 현장 검토본을 공개하며 "올바른 역사교과서는 학생들이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있는 역사관과 올바른 국가관을 가질 수 있도록 심혈을 기하여 개발했다"며 "현장검토분은 완성된 것이 아니라 개발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현장검토분이 공개되는 기간 동안 국민 여러분께서 주시는 소중한 의견들이 교과서에 충실히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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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고등학교 <한국사> 국정교과서에서 삼성·현대그룹을 세운 이병철·정주영이 부각된 것도 비판했다.

"편향적인 친기업적인 서술이 이뤄졌다. 기존 교과서에서 기업의 이름을 쓴 적은 있었지만, 기업가의 이름이 올라간 예는 본 적이 없다. 기업가들이 경제성장에 어느 정도 역할을 했지만 정경유착에 일조하기도 했다. 또한 이들이 노동자의 권익을 개선하기 위해 노동운동을 억압한 것은 다뤄지지 않았다."

북한 관련 내용에 대해 유신 당시 반공교과서를 방불케 할 정도로 냉전적 사고방식이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한국전쟁에 대한 서술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한국전쟁은 교과서에서 배경·원인, 전개 과정, 결과·이후 영향 등 3개의 카테고리로 서술된다. 국정교과서에는 전개 과정을 중심으로 서술됐다. 세세한 전투과정이 들어갔는데, 군사학자가 쓴 것으로 보인다. 마치 군대 정훈교재가 같았다. 최근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에 대한 연구 결과가 많이 나왔는데, 반영되지 않고 쏙 빠졌다."

국정교과서의 현대사 부문을 집필한 6명 중 현대사 전공자는 한 명도 없다. 정치외교학, 경제학 전공자가 각각 2명씩이다. 법학 전공자가 한 명이고, 나머지 한 사람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김태우 회장은 이날 전국역사교사모임 명의로 낸 성명에서 "국정교과서는 지금 바로 폐기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교육부가 끝내 국정화를 강행할 경우 우리는 절대 물러서지 않고 다양한 형태의 불복종 운동을 전개할 것임을 분명히 한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태그:#국정교과서, #김태우 회장, #교육부, #박정희, #이승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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