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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은 여전히 미스터리다. 대통령은 그날 정식 출근을 하지 않았고 공식일정도 없었다. 국회와 세월호 특조위의 자료요구에도 청와대가 '자료 제출 불가'로 버텨 궁금증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7시간에 대해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이 수석들에게 '모르쇠' 방침까지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진실을 말하지 않고 계속 은폐하려 하자, 언론들의 끈질긴 취재가 시작됐고 급기야 성형시술을 했다, 프로포폴 주사를 맞았다는 등의 보도까지 쏟아지고 있다. 청와대는 부랴부랴 그래픽까지 동원하여 '이것이 팩트!'라며 나름 설명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증거와 명확한 행적을 내놓지 못한 채 7시간 동안 정식 집무실이 아닌 생활공간인 관저에 있었다는 변명으로 일관해 오히려 국민적 의혹과 분노만 더 커져가고 있는 형국이다.

어느새 대통령의 7시간은 '금기어'에서 '국정 공백'의 상징이 됐고, 최근 언론의 집요한 취재와 관계자들의 증언을 통해 조금씩 그 비밀의 문이 열리고 있다. 국가 위기관리의 최정점인  대통령은 그날 최고결재권자로서 과연 최선을 다했는가? 국민들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묻고 또 묻고 있다.

소중한 목숨이 가라앉던 그 시간 대통령은?

세월호 탑승객들이 차가운 바닷물에 가라앉고 있을 때, 대통령은 정말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49분, 세월호가 침몰하기 시작됐다. 오전 9시 19분, 국가안보실은 '세월호 침몰 사고' 인지 후, 41분 후인 오전 10시, 박 대통령에게 문서로 상황보고를 했다. 그 뒤 30분이 지나 박 대통령은 전화를 통해 3차례 지시를 내렸다.

10시 15분에는 "단 한 명의 인명 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을, 10시 22분에는 "샅샅이 뒤져 철저히 구조할 것"을, 그리고 10시 30분에는 김석균 해경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해경 특공대를 투입해서라도 인원 구조에 최선을 다할 것"을 지시했다. 그러나 이후 오후 2시 11분까지 약 3시간 41분 동안 대통령은 침묵했다.

“자신의 생명과 맞바꿔 우리 학생들을 구한 세월호 의인 5명과 너무나 비교된다”
▲ 세월호 의인 5명 “자신의 생명과 맞바꿔 우리 학생들을 구한 세월호 의인 5명과 너무나 비교된다”
ⓒ 인터넷 카페에서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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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 거의 모든 국민들이 TV를 통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세월호 안에서는 304명의 소중한 목숨이 가라앉고 있었다. 자신이 입고 있던 구명조끼를 기꺼이 친구에게 벗어주고 또 다른 친구를 구하려던 정차웅 학생도 희생됐다. 검도 3단의 유단자로 체육학도 꿈을 키우던 정군은 생일을 하루 앞두고 목숨을 잃어 국민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걱정하지 마, 너희부터 나가고 선생님 나갈게"라고 말하며 세월호가 침몰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제자들의 탈출을 돕던 남윤철 교사와, 최혜정 교사 또한 싸늘한 주검이 되고 말았다.

"승무원들은 마지막까지 있어야 한다. 너희 다 구하고 나도 따라가겠다"고 말하던 박지영 승무원의 모습도 마지막이 되어버렸고, "배가 많이 기울어져 있어. 지금 아이들 구하러 가야 해. 길게 통화 못 해. 끊어…"라는 전화통화는 양대홍 사무장의 마지막 말이 되고 말았다.

이렇게 얼마든지 살 수 있었음에도 다른 사람을 구하려다 희생된 사람들도 있는데, 선장 등 책임자들은 도망치듯 탈출했고, "국민 생명을 지키는 일에는 타협과 양보가 없다"고 입버릇처럼 강조하던 대통령은 1분 1초를 다투던 그토록 위급한 시간에는 보이지 않았다.

세월호 생존학생인 박아무개씨는 "세월호가 침몰한 뒤 한 시간이 지나도록 학생들이 구조되지 못했다는 것을 청와대가 몰랐을 리 없었을 텐데, 어떻게 대책회의도 하지 않고 어디서 뭘 하다가 3백 명을 수장시킨 후 뒤늦게 나타났는가"라고 분통을 터뜨린 뒤 "자신의 생명과 맞바꿔 우리 학생들을 구한 세월호 의인 5명과 너무나 비교된다"고 한탄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뜻에서 학생들이 신발 304개를 마련하여 희생자 이름과 함께 노란 바람개비를 전시하고 있다.
▲ 세월호 안에서는 304명의 소중한 목숨이 가라앉고 있었는데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뜻에서 학생들이 신발 304개를 마련하여 희생자 이름과 함께 노란 바람개비를 전시하고 있다.
ⓒ 세월호 416특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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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나타나 현장과 동떨어진 질문을 한 대통령

오후 5시 15분 중앙재난대책본부를 방문한 박 대통령은 "다 그렇게 구명조끼를, 학생들은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라고 묻는다.

대통령의 '세월호 관련 첫 공식 발언'이었다. 청와대 참모들도 중대본 방문 수행 과정에서 박 대통령을 이날 처음 봤다고 한다. 7시간 만에 나타난 박 대통령의 발언은 당시 현장 상황과 동떨어진 내용이어서 지켜보는 이들을 모두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4·16연대 관계자는 "국정 농단이라는 희대의 '박-최 게이트'도 충격이지만, 4월 16일 참사 당일, 뒤집혀진 배에서 생때같은 학생들이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사실을 대통령이 알지 못하고 있었다는 게 더 큰 충격이었다"며 "일부 언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성형시술 후 마취에서 덜 풀린 것 아닌가 하는 합리적인 의심까지 든다"고 성토했다.

광화문에서 만난 이아무개 시민은 "아이들이 죽어가는 시간에 대통령이 긴급회의 한 번 열지 않고, 7시간 동안 대통령은 단 1건의 대면 보고를 받지 않고 있다가, 배가 완전히 침몰한 후 나타나 상황파악이 전혀 안된 질문을 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이 만약 보고를 제대로 받았다면, 아니 침몰하는 세월호를 TV 통해서라도 봤더라면 나올 수 없는 질문"이라고 일갈했다.

‘세월호 7시간, 대통령은 어디서 뭘 했는가?-이것이 팩트입니다’
▲ 청와대의 해명 ‘세월호 7시간, 대통령은 어디서 뭘 했는가?-이것이 팩트입니다’
ⓒ 청와대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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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7시간에 대해 드디어 청와대가 입을 열었으나...

온갖 무성한 추측성 보도가 나돌자, 청와대는 지난 19일 누리집에 '세월호 7시간, 대통령은 어디서 뭘 했는가?-이것이 팩트입니다'라는 글을 올려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이 "7시간 동안  관저 집무실과 경내에서 30여 차례의 보고와 지시를 내렸다"고 세간의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그러자, 1분 1초가 아까운 그 절박한 순간에 사실상 재택근무를 했다는 얘기 아니냐며 시민들의 분노는 커져만 갔다. '4·16연대'는 20일 바로 "청와대의 반격은 시원찮은 정도가 아니라 거짓말은 또 거짓말을 낳을 뿐"이라며 반박했고, 4·16가족협의회도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청와대가 제시한 세월호 7시간 대통령 행적 타임라인과 언론 오보 탓은 모두 엉터리"라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이 “7시간 동안  관저 집무실과 경내에서 30여 차례의 보고와 지시를 내렸다”
▲ 이것이 팩트입니다 박 대통령이 “7시간 동안 관저 집무실과 경내에서 30여 차례의 보고와 지시를 내렸다”
ⓒ 청와대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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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협의회는 "10시 15분이면 세월호는 거의 다 침몰해 가는 상황으로 현장에 출동한 해경 중 아무도 세월호 선내에 진입하지도 않았고, 퇴선지시도 내리지 않았다"며 "이는 당일 박 대통령이 오후 5시 15분 중앙재난대책본부에 와서 한 이야기만 이상한 게 아니라 이 지시부터 이미 상황파악을 못했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박 대통령은 7시간 동안 정상적이며 공식적인 집무, 즉 대통령직을 수행했던 게 아니었다는 것은 이미 그 보고와 지시 과정에서 다 드러났다"며 "그런데 청와대는 얄팍한 수로 기만하고 면피하려 들고 있다. 납득할 수 없는 청와대의 거짓된 해명"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

아울러 "정부로부터 완전히 독립적인 수사위원회가 있지 않으면 청와대는 끝까지 오리발을 내밀고 증거를 인멸하려 들 것"이라며 "지금의 퇴진 국민항쟁 국면에서 박 대통령을 반드시 수사하고 기소할 수 있는 대안이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국민의 힘으로 끝까지 진상규명!"
▲ 세월호 참사 900일 문화제 "국민의 힘으로 끝까지 진상규명!"
ⓒ 김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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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들은 대통령이 오면 내 새끼들 살리는 줄 알았다!

찬호아빠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박 대통령이 제대로 된 보고를 받았고 지시를 했는데도 사태가 이렇게 벌어진 것이라면 이건 분명히 국정운영 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청와대는 당시 관련 자료를 공개하지 않다가 이제 와서 해명하려 드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라는 말처럼 박근혜 정부가 감추고 싶어 하는 그런 진실이 담겨있는 것"이라며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준영엄마 임영애씨는 "4월 16일, 팽목항에서 아이들의 생사를 알 수 없는, 심장이 끊어지는 심정인 부모들은 대통령이 오면 내 새끼들 살리는 줄 알았다"라며 "성형했다는 소문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랐는데 이게 사실이면 우리 아이들을 못 구한 게 아니고  버린 것이다. 버림받는 줄도 모른 체 억울하게 죽어간 304명의 희생자를 생각해서라도 세월호 7시간 꼭 밝혀야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아이들이 죽어가는 순간에 성형을 했다니 이게 말이나 되나? 어린 학생들이 살려달라고 아우성칠 때 한 나라의 수장인 대통령이 국민을 지키기보다는 여배우 놀이나 하는 게...  손발이 다 떨린다”
▲ 구조할 수 있었는데... 초등학생들이 만든 세월호 작품 “아이들이 죽어가는 순간에 성형을 했다니 이게 말이나 되나? 어린 학생들이 살려달라고 아우성칠 때 한 나라의 수장인 대통령이 국민을 지키기보다는 여배우 놀이나 하는 게... 손발이 다 떨린다”
ⓒ 김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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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문재인 더민주당 전 대표는 24일 안산시 안산교육지원청에 마련된 세월호 '기억교실'을 찾아 "세월호 7시간 의혹을 박근혜 대통령이 스스로 밝히지 않는 것 자체가 또 다른 탄핵 사유"라고 말했다.

앞서 이재명 성남시장은 '세월호 7시간'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을 지난 22일 검찰에 "형법 제122조 직무유기죄 및 형법 제268조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로 박 대통령을 처벌해달라"며 고발한 바 있다.

덧붙이는 글 | 이와 유사한 글을 '교육희망'에도 보냅니다.



태그:#대통령의 7시간, #세월호 참사, #세월호, #박근혜,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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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포럼 <교육을바꾸는새힘>,<학교안전정책포럼> 대표(제8대 서울시 교육의원/전 서울학교안전공제회 이사장) "교육 때문에 고통스러운 대한민국을, 교육 덕분에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만들어가요!" * 기사 제보 : riulkht@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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