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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가 25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 탄핵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의원총회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 탄핵안 논의하는 이정현-정진석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가 25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 탄핵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의원총회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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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탄핵안 처리 협상을 주도하려는 정 원내대표와 이를 막아서는 비주류(비박) 의원들 간의 신경전이 벌어졌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비박이 정 원내대표를 압박하는 모양새였다. 참석자도 친박(친박근혜) 의원들보다는 비박 의원들이 눈에 띄게 많았다. 의총에는 이정현 대표를 비롯해 김도읍, 이진복, 김광림, 이철우, 신보라, 전희경, 김정재, 송석준, 김종석, 박찬우, 이채익, 주광덕 등 40~50명의 의원이 참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일단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야당이 제안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안 표결 일정(12월 2일 또는 9일 표결)을 전면 거부했다. "새해 예산안 처리와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에 집중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정진석 "벼락치기 대선 바라나"

정 원내대표의 이런 주장은 의총이 시작 전부터 감지됐다. 의총장에 도착한 정 원내대표는 김무성 전 대표에게 다가가 "저는 기본적으로 국정조사를 하고 (탄핵 소추안 의결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밀어붙이기 식은 능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전 대표가 대선 불출마 선언과 동시에 박 대통령의 탄핵 발의를 주도하고 있는 만큼, '탄핵안 조기 처리' 의사를 미리 전달한 것이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무성 전 대표를 찾아가 얘기를 나누고 있다.
▲ 얘기 나누는 김무성-정진석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무성 전 대표를 찾아가 얘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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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정 원내대표는 오는 12월 초 탄핵 소추안 의결은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 체제 장기화'와 '벼락치기 대선'을 불러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헌법재판소의 최종 결과가 마냥 길어질 경우, (대통령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결론이) 안 날 수도 있는 것"이라면서 "대통령 직무 정지 상태에서 황교안 권한대행으로 임기를 다 채우게 되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반대로 헌법재판소가 2~3개월 안에 빨리 결정한다면, 내년 3~4월에 대선을 치러야하는데, 이 경우에는 각 정당의 경선절차도 엉망진창이 되고, 제대로 된 선거운동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허겁지겁 차기 대통령을 뽑는 벼락치기 대선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탄핵 국면이 어떤 방식으로 시작되더라도 혼란을 피할 수 없으니, 예산안 처리와 국정조사를 진행해 '질서 있는 국정 수습'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두 가지 상황을 대비해 면밀, 정밀하게 준비해야한다"라면서 "탄핵 찬성·반대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비주류계 정진석 압박, 나경원 "원내대표가 협상 주도? 이의 있다"

정 원내대표는 탄핵 논의와 함께 개헌 문제도 함께 다뤄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국회는 반면교사를 이룰 책무가 있다"면서 "개헌 작업도 탄핵 논의와 병행해 추진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그는 "헌법 개정 없이 차기 대선을 치른다면 다음 정부도 5년 단임제의 비극을 재현하게 될 것"이라면서 "조종사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사고 당한 그 비행기에 다른 조종사를 태운들 그 조종사 또한 반드시 다시 사고가 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 원내대표는 "탄핵 절차 협상의 권한을 제게 일임해주신다면 그 입장을 정리해 두 야당과 협상에 나서겠다"면서 "원내대표인 저에게 일임해주시겠나?"라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가 "박수를 쳐달라"고 요청하자 친박계 일부 의원이 박수로 화답했다.  

이 순간 비주류 의원들의 반격이 이어졌다.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이 25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 탄핵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의원총회에서 탄핵에 대한 모든 권한 위임에 대해 정진석 원내대표에게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 탄핵에 대한 모든 권한 위임 이의제기하는 나경원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이 25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 탄핵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의원총회에서 탄핵에 대한 모든 권한 위임에 대해 정진석 원내대표에게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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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의원은 정 원내대표의 발언이 끝나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 "모든 탄핵 협상 권한을 원내대표에 위임한다는 것에 이의가 있다"고 말했다. 역시 비주류 모임 '비상시국회의' 대변인을 맡고있는 황영철 의원도 "박수가 몇 명 나왔다고 해서 다 동의한 것처럼 보이는데, 이 부분은 의견을 비공개 토론에서 모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정병국 의원 등 일부 비주류 중진 의원들도 "그래, 의견을 모으자"고 맞장구쳤다.  

황영철 "탄핵 찬성 의원 40명, 명단은 비공개"

한편, 비상시국회의는 '탄핵 찬성'을 서명한 의원이 40명이 넘는다고 밝혔다. 이날 비상시국회의는 의총 시작 전 김무성, 유승민, 정병국 등 중진 의원을 중심으로 회의를 진행했다.

황영철 의원은 브리핑에서 "비상시국회의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들을 대상으로 더 의견을 파악하면, 참여 숫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40명의 명단은 공개하지 않겠다"면서 "탄핵 관련 의사 표시 문제를 공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최근 친박 지도부 일부가 탄핵안 타결 시 퇴장하는 형태로, (본회의장에) 남은 의원들은 (탄핵에) 찬성하는 의원으로 몰아가도록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면서 "국회 의원의 양심을 부적절한 방법으로 제어하겠다는 것인데, 국회를 탈헌법적으로 만드는 비민주적인 사고다"라고 비판했다.

탄핵과 개헌 논의를 병행해야한다는 주장은 비상시국회의에서도 나왔다. 황 의원은 "여야 합의로 개헌 특위를 만들어 새 국가를 만들기 위한 진지한 노력이 병행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면서 "이런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사람들은 결국 국민의 뜻을 외면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황 의원은 최근 불거지고 있는 비주류 의원들의 집단 탈당 가능성에는 "당 안에서 우리 당을 바꾸려는 노력에 첫 원칙이 있지만, 그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최종적으로 새로운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면서 "그건 원하지 않는 길이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한두 명 탈당이 아닌 비상시국회의에서 깊은 논의를 통해 결단 내릴 정도의 상황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태그:#정진석, #새누리,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 #탄핵, #김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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