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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16일 트레킹 동우회 사람들과 함께 서울에서 출발하여 일본 나가사키현(長崎縣)의 '쓰시마(對馬島,대마도)시'에 다녀왔다. 보통의 사람들은 쓰시마에 낚시, 쇼핑, 자전거종주, 음식투어를 하기 위해 주로 방문하지만 나는 삼(杉)나무 숲을 걷는 트레킹을 했다.

나는 쓰시마에 처음 방문했고 잘 몰랐던 사실을 몇 가지 알게 되었다. 우선 조선 후기 조선통신사 조엄이 이곳에서 고구마를 조선에 가지고 왔다는 사실, 그리고 고종황제의 딸인 덕혜옹주의 시집, 그리고는 대마도가 원폭의 피해를 본 나가사키현(長崎縣)에 속한다는 점, 그래서 짬뽕과 카스텔라(castella)가 유명하다는 것이다.

쓰사마로 가는 길
▲ 부산항 쓰사마로 가는 길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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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부산에서 50km도 되지 않는 거리에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이해 비해 일본 본토와의 거리는 120km에 이른다. 인구 3만 명 정도의 섬으로 크기는 거제도의 1.7배 정도 되는 커다란 섬이다.

크게 남북 두 개의 섬으로 길이는 80km, 폭은 15km 정도 되고, 남에서 북쪽 끝까지는 통상 차로 2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북은 '히타카츠(比田勝)'가 중심으로 부산으로 오가는 배가 있다. 남은 시청이 있는 '이즈하라(厳原)'가 중심으로 역시 부산을 오가는 배가 있다. 일본 여객선은 없고 한국 배만 두 곳을 오가고 있다.

배를 타고 간다
▲ 부산항 배를 타고 간다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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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남섬의 맨 북쪽에 산 정상을 깎아서 만든 쓰시마공항이 있는데, 주로 일본 본토를 연결하는 항공편이 있는 국내공항이다. 원래는 한 개의 섬이었는데 중앙부의 아소만(淺茅灣)과 인공적으로 굴착된 만제키세토(萬關瀨戶)라는 수로에 의해 두 섬으로 나누어졌다. 물론 수로 위에 다리가 있어 자유로운 왕래가 가능하다.

섬 전체가 해발고도 400m 내외의 산지이고, 삼나무가 많다. 산지의 계곡들은 곡벽이 험준하다. 농경지는 총면적의 4%에 불과하고 논은 거의 없고, 계단식 밭이 많으며 최근까지 화전 경작을 했다. 산촌에서는 숯 제조와 표고버섯 재배가 주업이다.

장어, 오징어, 도미, 전복, 소라, 성게, 김 채취, 진주조개 양식이 성하다. 신라시대에는 계림의 영토였다는 기록이 있지만, 산이 많고 농지가 적어 사람이 살기에 불편하다고 관리를 파견하지는 않았다.

이후 조선 세종 1년에 이종무 장군이 200척의 군선을 이끌고 대마도 원정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당시 대마도의 수비가 완강했고 복잡한 지형의 현지사정에 어두워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퇴각했다는 기록이 전한다.

1906년 구한말에는 조선의 마지막 선비로 불렸던 애국지사 최익현 선생이 볼모로 잡혀와 사망한 곳이며 그를 추모하는 순국비가 이즈하라의 '슈젠지(修善寺)'에 세워져 있다.

또한 이즈하라 가네이시성(金石城) 유적지에는 덕혜옹주가 대마도 도주 다케유키(宗武志)와 정략결혼을 하였으며 두 사람의 결혼을 기념하는 이왕가 종가백작 어결혼 봉축 기념비(李王家宗家伯爵御結婚奉祝記念碑)가 세워져 있다.

멀미약을 미리 먹을 것, 한국은 1병 오백원, 일본은 16배인 800엔
▲ 여권과 멀미약 멀미약을 미리 먹을 것, 한국은 1병 오백원, 일본은 16배인 800엔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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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교대역에서 동우회 사람들과 만나 13일 오후 11시 버스를 타고 부산으로 출발했다. 버스에서 잠을 자면서 휴게소를 두 번 오간 다음, 14일 오전 5시에 부산 해운대에 도착했다. 비가 조금 온다. 이곳에서 복국으로 아침식사를 했고, 두 시간 정도 이슬비 내리는 해운대를 산책하고는 부산항으로 갔다.

오전 9시에 부산에서 쓰시마의 중심인 이즈하라(厳原)항으로 출발하는 배를 탔다. 비가 오고 약간의 파도가 있었지만, 미리 준비한 멀미약까지 먹은 덕에 편안하게 11시를 조금 넘겨 도착했다.

300명 정도 되는 승객 가운데, 한국인이 290명 정도라고 한다. 정말 쓰시마는 한국인 관광객들뿐인 것 같다. 쓰시마에 머문 삼일 동안 한국인을 제외한 다른 외국인은 필리핀인 두어 사람을 본 것이 전부이다.

일본 도시락 좋다
▲ 도시락 점심 일본 도시락 좋다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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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국 수속이 생각보다 복잡하여 한 시간 정도 걸린다. 정오를 넘겨 입국 수속을 마치고는 인근 식당으로 이동하여 간단하게 도시락으로 점심을 했다. 역시 일본은 도시락도 요리의 진수를 보는 듯하다. 이것저것 먹을 것도 많고, 된장국도 좋다.

식사를 마친 일행은 비가 오는 관계로 트레킹은 포기하고 이즈하라 읍내를 산책하는 것으로 하고 길을 나선다. 하지만 나와 국내외 트레킹을 전문으로 자칭 '로드 디자이너(road designer)'로 일하고 있는 고광용 선배는 작은 차를 렌트하여 섬의 남쪽 끝으로 갔다.

하루 7000엔
▲ 차를 빌리다 하루 7000엔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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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많고, 땅이 좁아서 그런지 쓰시마의 도로는 남북을 종단하는 고속화도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왕복1차선이다. 1차선 도로를 주행하다가 앞에 차가오면 천천히 교행을 하는 관계로 속도를 낼 수 없는 단점이 있었지만, 도보로 걷는 사람이나 자전거 주행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울릉도의 해안과 비슷하다
▲ 쓰시마의 끝 울릉도의 해안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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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커브 길에는 반드시 대형 반사경이 있고 전방에 오는 차를 주시할 수 있어 안전운전에는 도움이 되었다. 우선 가장 먼저 간 곳은 남쪽으로 한 시간을 달려 '쓰쓰자키(豆酘崎) 전망대'이다. 섬의 최남서단으로 대한해협과 쓰시마해협의 분기점으로 멀리 여기저기 암초가 이어지는 곳에 등대가 서 있다. 때때로 이곳의 어부들이 부표를 사이에 두고 유유히 지나가는 모습이 좋은 곳이다.

현해탄의 끝이다
▲ 쓰시마의 남쪽 끝 현해탄의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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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에 해수욕장도 있고, 캠핑장도 있어 자전거를 타고 온 사람들이 가끔 이곳에 텐트를 치고 숙박을 한다고 한다. 여름에 오면 해수욕장에서 수영도 하고 좋을 것 같다. 보기에 좋은 곳이다. 바닷가의 기암절벽이 마치 울릉도의 바다와 절벽을 보는 것 같다. 소나무도 많고, 간간히 사슴도 보인다.

멀리 등대가 보인다
▲ 현해탄의 끝 쪽 멀리 등대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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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차를 이동하여 한반도에서 건너온 도래인(渡來人)들이 가장 많이 살았다는 '쓰쓰(豆酘)'를 지난다. 쓰쓰에서 태어난 아름다운 처녀 쓰루오고젠에 대한 슬픈 전설이 있는 '비조(美人)즈카' 쪽으로 이동하다가 길을 잘못 들어 왼쪽으로 들어갔다.

몇개 작은 것을 주워오다
▲ 우연히 방문한 몽돌해안 몇개 작은 것을 주워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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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끝에 작은 몽돌해수욕장이 보인다. 이런 곳을 발견하다니, 이곳에서 며칠 캠핑을 하면서 해수욕을 하면 더 좋을 것 같아 보인다. 나는 마음에 드는 아주 작은 돌을 몇 개 주워왔다. 정말 쓰시마는 한국과 가까운 곳인가 보다. 해안선에 한국에서 밀려온 쓰레기들이 생각보다 많다.

숨은 곳에 파도로 밀려온 한국쓰레기가 많다. 정말 부산이 멀지 않다
▲ 몽돌해안 숨은 곳에 파도로 밀려온 한국쓰레기가 많다. 정말 부산이 멀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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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길을 가다 보니 드문드문 집이 보이고 농가 앞에는 작은 무인 농산물 판매대가 많이 보인다. 일손이 부족하지만, 농산물을 팔아야 하기에 피망이나 가지, 감자, 고구마, 간장 등을 무인판매하고 있었다. 나는 100엔을 상자에 넣고는 피망을 한 봉지 샀다. 저녁에 먹어야겠다.
피망을 사다, 100엔
▲ 농산물 무인 판매대 피망을 사다, 100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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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거대한 녹나무 신목이 있다는 '다쿠즈다마신사(多久頭魂神社)'로 가 보았다. 비가 조금 오는 가운데 상당히 음기가 많은 곳을 방문하는 것이 두려움도 있었지만, 삼나무 원시림이 좋은 뒤편의 다테라산(龍良山)의 정기를 가득 품은 이곳 신사는 산을 향하여 절을 하고 있는 자세로 자리하고 있었다.

일본 신사
▲ 신사의 토리이 일본 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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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국 300개 신사 중에 최고의 격식을 갖춘 '명신대사(名神大社,메이신다이샤)' 중 하나인 '다카미무스비신사(高御魂神社)'와 나란히 함께 있는 곳이다. 이곳에 모신 다카미무스비는 일본신화에서 옥황상제와 같은 절대적 존재이다. 일본의 천조대신(天照大神, 아마테라스 오오미카미)이나 음양신의 아들로 대왕신인 스사노오노미코토(素盞鳴尊, 須佐之男)와 같은 큰 신들의 후견인이 다카미무스비이다.

거대한 신목인 녹나무
▲ 신사 거대한 신목인 녹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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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아한 토리이(鳥居)와 신사 내부의 배례전 뒤에는 거대한 신목이 여러 그루 있어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이외에도 동종 등 국보급 문화재가 많은 신사이다. 비가 오는 날 방문하니 기분이 남다르다. 아울러 인근 마을에는 지금은 소량이지만, 고대의 쌀인 붉은 쌀(赤米)을 재배하는 농사가 있고, 적미제(赤米祭)를 지내고 있는 마을이 있다.

신사
▲ 신사 안내판 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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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난 것은 이곳의 붉은 쌀은 기원전 3C에 한반도에서 건너온 도래인들이 재배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신라 김알지의 탄생신화와 비슷한 천동전설이 남아 있는 곳이다. 하늘의 천동이 대마도에 나타났다는 설화이다. 이 전설은 경주김씨 김알지의 계림 탄생설화와 똑같다.

대마도 남단의 천림(天林)에서 애기 울음소리가 들려 가보니 궤짝 속에 천동(天童)이 나타나 있었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이곳 쓰쓰(豆酘)지역이 도래인 마을임에 틀림이 없는 것 같다. 지금도 간혹 발견되는 고대의 무덤을 발굴해보면 이 지역의 주검은 키가 일본 본토인들보다 10cm나 크다고 한다.


태그:#일본, #쓰시마, #신사, #트레킹, #붉은 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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