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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닮은 도시의 모습
 너무 닮은 도시의 모습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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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 시먼역 주변 풍경이다. 한국 서울의 명동과 부산 남포동과 매우 흡사해뵌다. 심지어 커다란 전광판이나 상점 대형 간판에 한국 연예인 사진도 많고 한국 가수 노래도 들린다.

너무 닮은 도시들. 집도 사람도 물건도. 마음을 잡아당기는 본연의 매력 따위 없는. 일상에서 느꼈던 답답함과 지루함이 되살아난다.

누군가는 자랑스러워하고 동경하는 '현대화'라는 것이 속은 비어가고 겉은 물질 따위로 그저 요란해지는 것이라면...... 안팎으로 다부져져 더불어 융성하는 것이면 멋지련만.

새삼 내 나라 유명 관광도시인 해운대에서 '외국인존'을 만들려했던 게 기억난다. 생각해보라. 기껏 외국에 왔는데 나와 같은 국적의 사람과 익숙한 문화 시설이 가득한 모습을.

대만의 독재자 장제스를 기리는 '중정기념관'에서 인증샷 시위
 대만의 독재자 장제스를 기리는 '중정기념관'에서 인증샷 시위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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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독재자 장제스를 기리는 중정기념관이다. 도착하자마자 인증샷 시위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내에 있을 땐 저녁 집회에 참가했지만 해외에 나오니 무엇으로 시국에 동참해야 할지 막막했었다.

숙소에서 만든 플래카드를 들고 촬영을 해줄, 그보다 함께 서줄 이들을 찾았다. 어떤 이들은 맘은 다르지 않지만 부담스러워했고, 한 한국인 중년 남성은 "외국까지 와서 이래야겠냐" 했다. 속으로 '네, 이래야겠습니다. 이래야 합니다' 생각했다.

국가는 결국 개인의 집합체다. 한 나라가 동요한다는 것은 그 안에 사는 대다수 사람들의 가치관이 흔들리고 삶이 위협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고로 지금 대한민국 사태는 민주주의를 원하고, 모두에 공정한 사회를 원하는 이라면 국적, 인종 불문 누구와도 무관치 않다고 나는 믿는다.

세계 5위 마천루 101타워.
 세계 5위 마천루 101타워.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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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세계 최고층 건물이었으나 지금은 다섯 번째인 101타워다. 고개를 한껏 젖혀야 상층부가 보인다. 101타워뿐 아니라 도시 전체가 누가 더 높고 독특한지를 겨루는 마천루의 경합장 같다. 밤이 되자 건물들은 갈라쇼를 위해 옷을 갈아입은 듯 더욱 화려해졌다.

그 웅장함이나 기술력이 놀라우면서도 한편 이런 생각도 들었다. '이것이 21세기 인류가 최상이라 여기는 집의 모습인가'. 그리고 '아래서 보면 제법 높은 것 같지만 하늘의 견지에서 보면 하찮고 하찮은 인간의 사치스런 장난감 정도'.

너무 딱딱하고 부정적인 시각 안에 있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지만, 편히 누워 잠잘 곳 없는 이들이 존재하는 한 그저 화려하고 거대한 집들에 감탄만 할 수 없다.

이에류(野柳) 지질공원의 유명한 '하트' 바위
 이에류(野柳) 지질공원의 유명한 '하트' 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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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이 잘릴 위기에 처한 '클레오파트라'
 목이 잘릴 위기에 처한 '클레오파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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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롭고도 재미난 모양의 기암괴석이 가득한 이에류(野柳) 지질공원이다. 꼭 개구진 신들이 빚어놓고 간 듯 '하트', '아이스크림', '주먹', '그 여자 그 남자', '닭다리', '촛대', '버섯' 등과 꼭 닮은 모양의 커다란 바위들이 사방에 널려 있다.

많은 기암괴석들 중에서도 가장 인기있는 하나인 '클레오파트라'다. 그런데 그놈의 인기 탓에 그녀가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바로 너무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특히 그 목을 어루만지며 희롱한 탓에 수 년 새 100센티미터나 야위었고, 앞으로 10센티미터만 더 여위면 목이 잘린다고.

'희롱'이라 표현한 이유는 사람들의 그녀에 대한 애정이 그닥 진실돼 보이지 않기 때문. 그렇게나 한 번이라도 만져보길 바랐던 여인이 생사의 기로에 놓였는데 사람들은 제 욕구 채우기를 멈추지 않았고, 이제는 아예 가짜 클레오파트라를 만들어 그 앞에서 희희낙락하고 있기 때문.

사람들의 이동을 제한하기 위한 지질공원 바닥 위 붉은 선
 사람들의 이동을 제한하기 위한 지질공원 바닥 위 붉은 선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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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하나 처참한 풍경. 마치 이미 목이 떨어진 클레오파트라를 보는 기분. 이에류 지질공원 바닥에는 피처럼 붉은 페인트로 칠한 경계선이 있다. 사진 촬영 등을 위해 어디까지고 가는 사람들을 규제하기 위함. 하지만 내가 머무는 잠시 동안에도 선을 넘는 이들이 수두룩했다.

가짜 클레오파트라
 가짜 클레오파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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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나의 일상에서 그대 일상으로>

'여행은 결국 나의 일상에서 누군가의 일상을 오가는 여정. 고로 내 일상에선 먼 곳을 여행하듯 천진하고 호기심어리게, 남의 일상에선 나와 내 삶을 아끼듯 그렇게.

'삶은 여행'이라는 너무 익숙해서 인용조차 꺼리던 이 표현이 새롭게 깊이 다가오는 요즘입니다. 

또 한 번의 여행을 11월 9일부터 시작합니다. 길의 단절이 아닌 확장을 위함이고, 보다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운 나와 내 삶을 만들고자 하는 바람입니다.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 종종 전하겠습니다.

facebook /travelforall.Myoungju


덧붙이는 글 | 대한민국 현 시국에 해외에 있는 것이 맘이 편치 않습니다. 하지만 마음과 목소리를 더함에 물리적 거리가 그닥 큰 난관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여행 중에도 소신껏 꾸준히 함께 행동하겠습니다. - 대한민국 국민 이명주



태그:#해운대구청, #클레오파트라, #타이베이시먼역, #예류, #박정희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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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보니 삶은 정말 여행과 같네요. 신비롭고 멋진 고양이 친구와 세 계절에 걸쳐 여행을 하고 지금은 다시 일상에서 여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바닷가 작은 집을 얻어 게스트하우스를 열고 이따금씩 찾아오는 멋진 '영감'과 여행자들을 반깁니다.

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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