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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3시, 여수시청소년수련관 대강당에서 열린 여수시민복지포럼에서 기조강연을 한 광주광역시 민형배 광산구청장 모습
 17일 오후 3시, 여수시청소년수련관 대강당에서 열린 여수시민복지포럼에서 기조강연을 한 광주광역시 민형배 광산구청장 모습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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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특강의 키워드는 복지, 정치, 자치입니다. 결론은 '자치가 진보다' '복지가 진보다', 곧 '자치가 복지다'라는 겁니다."

지난 17일 오후 3시, 여수시청소년수련관 대강당에서 열린 제1회 지역복지 토론회에서 기조 강연한 광주광역시 광산구 민형배 청장의 말이다. 토론회장에는 사회복지와 관련된 시민 100여 명이 참석했다.

"노무현대통령 시절 청와대 행정관출신"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의 이력을 살펴보니, '2015 민선6기 전국 기초단체장 공약실천계획서  최우수 평가'를 받았다는 자료가 있다. "자치가 복지?"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아 그의 말을 귀담아 들었다.

민형배 구청장이 강의를 시작하면서 사회자에게 주문하는 게 있었다. "사회자님, 연단위에 있는 강의용 탁자를 치워주시고 마이크를 저한테 주세요"라고 말한 후 객석에 앉아있는 청중 사이를 걸으며 이야기를 시작해 눈길을 끌었다. "어! 다르네!"라는 생각이 들며 그의 말에 귀 기울였다.

복지는 중앙정부만이 아닌 지방정부도 가능... 삶의 구체적 개선에 기여해야

강의 중인 민형배 구청장 모습
 강의 중인 민형배 구청장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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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사회가 되면서 자본과 노동은 오랜 시간 대립해 왔다"고 말한 그는 "자본과 노동이 함께 만들어낸 부가가치를 나누는데 누가 얼마만큼 더 가져갈 것인가를 놓고 서로 싸우기도 타협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실업자, 영세상인, 취업준비생 들도 총노동에 포함시킨 그는 노동자의 임금을 두  가지로 분류했다.

▲ 시장임금 - 일한 대가로 받는 봉급
▲ 사회임금 - 노령연금, 실업급여, 의료비보조 


"시장임금은 개인과 관련된 것이고 사회임금은 국가가 제공해주는 복지"라고 설명한 그는 "우리나라도 사회임금이 OECD평균인 40.7%는 돼야 합니다. 참고로 우리나라보다 훨씬 못 하는 칠레의 사회임금 비중이 11.3%입니다"라고 말하며 사회임금이 낮았을 때의 세 가지 의미를 지적했다.

사회임금이 낮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첫째, 시장임금 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것으로 해고를 당하면 곧 죽음이라는 의미다. 둘째, 일자리와 재능의 불일치가 높다. 사회임금이 40~50% 수준이라면 적성에 안 맞는 일을 억지로 할 필요가 없다는 것. 봉급이 약간 적지만 적성에 맞는 일을 하기 때문에 생산성과 사회활력이 높아진다. 셋째, 시장임금 의존도가 높으면 사회적 연대가 어려워진다.

종합하면 사회임금이 낮으면 그 나라의 갈등이 매우 높고, 반인권, 폭력, 소수자 차별 같은 문제들이 연달아 발생해 생산성이 낮아지고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불신사회가 된다. 

"위의 사례가 슬프게도 우리나라와 딱 들어맞습니다"라고 말한 그는 "회사에서 봉급이 많으면 좋지만 정부한테서 받는 사회임금도 많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사회임금이 최소 OECD 국가의 평균까지만 올라가도 비정규직, 아르바이트, 청년문제는 심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그는 "사회임금 안전판이 있으면 노동시장 유연화가 가능하고 노사대립에 따른 갈등비용도 줄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복지... 좀 더 살기 좋은 세상, 성장촉진, 고용창출, 생산성향상

"복지정책이라고 하면 가난한 사람을 구제해 주고 배고픈 사람에게 밥주는 정도로 생각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닙니다. 복지는 세상을 좀 더 살기 좋게 만들 뿐 아니라 성장을 촉진시키고 고용을 창출하며 사회 생산성을 높여 줍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복지는 중앙정부가 하는 일이라 생각해 지방정부 하는 일이 국가에 복지예산을 더 달라고 요구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 일도 물론 중요하지만 여기에 머물러서는 복지정책 변화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한 민형배 구청장은 강의를 계속했다.  

"중앙정부는 전국에 단일하게 적용할 수 있는 보편적 복지질서를 만들지만 지방정부도 보편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정책들을 꾸준히 발굴 시행해야 한다"고 말한 그는 '자치가 진보다'라는 말을 실천한 광주광역시 광산구의 예를 들었다.

비정규직 정규직전환, 투게더광산나눔문화재단, 더불어락복지관은 민관복지연대망

광주광역시에 속한 광산구는 광주의 15%를 차지한다. 인구는 41만 명이다. 광주중소기업의 80%가 밀집해 있는 광산구는 도시와 농촌, 내·외국인, 신도시와 구도심이 다양하게 어울리는 젊은 도시다.

2010년 구청장이 된 그가 맨 처음 한 일은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복지사각지대가 있는 것을 발견한 그는 '투게더광산나눔문화재단'을 설립해 운남권노인복지관을 '더불어락복지관'으로 바꿨다.

더불어락복지관은 낮에는 주로 노인들이 이용하고 저녁에는 주부, 아이들, 청소년들이 이용하는 마을 놀이터, 세상공부방, 문화센터가 됐다. 재미를 본 노인들은 반찬가게, 두부가게, 식당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더불어락복지관은 지역사회교류형복지모델로 대한민국지역사회복지대상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민형배 구청장은 이들의 세 가지 공통점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2014년 10만명당 국적포기자 수를 나타낸 민형배 구청장 강의 화면 모습으로 스웨덴 1.66명, 뉴질랜드 4.5명, 일본 89명, 미국 28명인데 반해 한국은 1680명에 달해 한국인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2014년 10만명당 국적포기자 수를 나타낸 민형배 구청장 강의 화면 모습으로 스웨덴 1.66명, 뉴질랜드 4.5명, 일본 89명, 미국 28명인데 반해 한국은 1680명에 달해 한국인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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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예산이 투입되지 않은 사업 - 지자체 예산 범위내에서 실현
▲ 자치공동체를 조성하고 강화하는 데 기여하는 사업
▲' 전국최초' 타이틀 획득


위 세 가지 정책은 대한민국 국가조직의 말단 지자체가 국가 전체를 견인할 수 있는 진보정책의 진원지 역할을 했다는 뜻으로 "꼬리를 흔들어 머리를 움직이는" 정책들인 것이다.

"이런 정책들을 성공적으로 추진했다고 해서 지금 광산구가 엄청나게 잘살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우리 삶이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주민들이 자치를 통해서 깨닫기 시작했고, 그것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 곧 희망을 갖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지자체 고유의지와 예산으로 자치공동체를 강화시키는 정책을 펼쳤고, 그 정책들을 주민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호응해 좋은 성과를 냈다. 나아가 밖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 말을 짧게 요약한 게 "자치가 진보다"라고 말했다.

"예전 국민들이 생각하는 정치는 국회에서 여야가 싸우는 것이었지만, 지금 국민들이 생각하는 정치는 생활현장을 돌보고 삶의 구체적인 개선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단언한 그는 정치의 최전선은 여의도도 청와대도 아님을 주장했다.

복지가 정의로운 정책일 뿐 아니라 사회의 활력, 효율, 경제적 실용에도 기여한다고 말한 그는 "2400년 전 플라톤이 말하길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한다는 것"이라고 말하며 정치에 참여할 것을 주문했다.

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에도 송고합니다.



태그:#민형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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