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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학생들이 15일 오후 경북대 정보전산원 4층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과 지역경제 활성화' 세미나에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참석하자 '박근혜 퇴진'과 '새누리당 '해체'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경북대 학생들이 15일 오후 경북대 정보전산원 4층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과 지역경제 활성화' 세미나에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참석하자 '박근혜 퇴진'과 '새누리당 '해체'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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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이 여기가 어디라고 오나."

요즘 경북대학교에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발길이 잦다.

11월 4일에 조경태 의원이, 9일에는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다녀갔다. 두 사람 모두 학생들에게 항의와 비난세례를 받았다.

그로부터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15일, 이번엔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 경북대학교를 다녀갔다. '청년 일자리 창출과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세미나와 학생간담회를 열고, 교내의 박정희 동상까지 방문하는 일정이었다. (관련 기사 : 김무성 강의에 대학생 기습시위 "당신도 근혜씨랑 친했잖아요")

정말이지 이 사람들은 부끄러움도 없는 걸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온 국민들의 허탈감과 분노가 끊이지 않는 요즘,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집권당의 의원들이 지금 강연을 다닐 때인가. 게다가 그간 이 무능한 정권이 저질러놓은 경제난과 취업난에 늘 고통 받던 청년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말이다. 어째서 이토록 아무렇지 않게 학교를 들락거릴 수 있는지, 학생으로서 분통이 터져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강연 당일 날, 학생들이 강연장 입구에 김무성 대표의 방문을 항의하는 종이를 붙인다기에 나도 좀 거들어 볼까하고 나섰다. 건물 바깥에 서서 다른 학생들이 다 모이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누군가 "왔다!"하고 소리쳤다. 저 멀리, 김무성 전 대표가 벌써 건물 입구에 도착해 교수 및 관계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었다.

그 순간,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나도 모르게 건물 쪽으로 뛰어나가서는 입구를 막아섰다. 그리고 김무성 전 대표에게 소리쳤다. 

"당신이 여길 어디라고 와?!"

내 다음 외침이 다 끝나기도 전에 교수 둘이 달려오더니 나를 붙잡고 밀쳐냈다. 그들 중 하나는 멱살까지 잡으며 내가 김무성 전 대표에게 가까이 갈 수 없도록 거칠게 제지했다. 같이 온 학생들이 교수들을 말리면서 서로 뒤엉켰다. 몇 분 후에야 몸싸움은 겨우 진정 됐다. 그 사이에 김무성 전 대표는 유유히 입구를 지나 강연장으로 향했다. 강연장 입구에서도 학생들의 거센 항의와 비판이 이어졌다.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국민들은 기억하고 있다

15일 오후 경북대 정보전산원 4층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과 지역경제 활성화' 세미나에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학생들이 박근혜 퇴진과 새누리당 해체 등을 적은 용지를 붙이려 하자 교수들이 빼앗으려 하고 있다.
 15일 오후 경북대 정보전산원 4층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과 지역경제 활성화' 세미나에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학생들이 박근혜 퇴진과 새누리당 해체 등을 적은 용지를 붙이려 하자 교수들이 빼앗으려 하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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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학생들이 15일 정보전산원에서 열린 김무성 특강을 비판하는 A4 용지를 붙이려 하자 주최측이 학생들의 유인물을 빼앗고 있다.
 경북대 학생들이 15일 정보전산원에서 열린 김무성 특강을 비판하는 A4 용지를 붙이려 하자 주최측이 학생들의 유인물을 빼앗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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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도 공범이다! 그것도 주요공범!"

현장의 학생들은 외쳤다.

"김무성도 공범이다!" "김무성도 원흉이다!"

현재 김무성 전 대표는 100만 촛불이 운집했던 민중총궐기 이후 대통령 탄핵과 새누리당 해체를 주장하며 당 쇄신에 앞장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대통령 박근혜를 누가 만들었는가? 김무성의 새누리당이 만들었다. 새누리당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공범이다. 그 중에도 김무성 전 대표는 '주요공범'이다.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든 일등공신이 바로 김무성 전 대표였다. 그렇게 새누리당이 앞세운 그 무능한 대통령이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 때까지, 김무성은 뭘 했던가? 새누리당은 뭘 했던가?

진정으로 반성한다면, 택할 수 있는 길은 단 하나

지난 2012년 박근혜 당시 대통령 당선인이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 참석해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으로부터 당선 축하를 받고 있다.
 지난 2012년 박근혜 당시 대통령 당선인이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 참석해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으로부터 당선 축하를 받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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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능한 대통령 밑에서 나아질 줄 모르는 경제난에 서민들이 먹고사는 일로 허덕거릴 때, 일자리가 없어 청년들이 꿈을 잃어갈 때, 빈민과 약자들이 끝없이 사회의 변두리로 내몰릴 때, 친박·비박 할 것 없이 모두 남의 집 불난 것보듯 외면했다. 저 꼭두각시 대통령 뒤에 숨어 정치적 힘겨루기와 제 잇속 챙기기에만 바쁠 뿐이었다. 그런데 김무성 전 대표는 저렇게 당당히 나서서 박근혜에 대한 단죄를 말하고 있다. 공범이 공범을 단죄하자고 설치는 우스꽝스러운 꼴이 아닌가.

"조용히 떠날 수 있을 때 떠나시길."

이번 강연에서 김무성 전 대표는 학생들의 항의를 의식한 듯 "저도 최순실 사태를 막지 못한 공범 중 한 사람이라고 깊이 자성하며 죄인된 심정으로 매일 국민들에게 사죄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무성 대표의 이번 경북대 방문을 보아하니 '공범'의 뜻을 잘 모르거나 아직도 자신이 왜 공범인지 모르는 모양이다.

그의 말이 진짜 진정성 있는 자기반성과 사죄의 마음에서 나온 것이라면, 자신을 어느 쥐구멍에 숨겨도 모자랄 부끄러움에서 나온 것이라면, 과연 그가 이렇게 대학생들 앞에 나타나 '네, 저도 공범입니다!'하고선 청년실업이나 일자리 창출 같은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을 리 없으며, 또 그렇게 해서도 안 되는 거니까.

이후 김무성 전 대표는 다른 몇 개의 대학교에서 동일한 세미나 일정이 예정 중인 것으로 안다. 앞으로도 학생들의 분노와 계속 마주칠 것이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혹여 우주의 기운이 도와 그 학생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릴 수 있는 기적이 당신에게 생긴다면, 당장 일정을 중단하고 새누리당 해체와 함께, 정계에서 조용히 떠나길 바란다.


태그:#경북대, #김무성, #새누리당, #박근혜, #공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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