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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며 촛불을 들고 청와대로 향하던 시민들이 경복궁역 인근에서 경찰 차벽에 막혀 있다.
▲ 경찰 차벽에 막힌 촛불 12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며 촛불을 들고 청와대로 향하던 시민들이 경복궁역 인근에서 경찰 차벽에 막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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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100만 촛불'이 청와대 턱밑까지 행진하면서, 이를 허용한 법원의 판단에 관심이 쏠린다.

이날 민중총궐기 집회 때 참가자들은 광화문에서 독립문까지 이어지는 사직로로 행진했다. 많은 시민들은 사직로에 있는 경복궁역에 모여, 청와대 입구인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방면에 차벽을 세운 경찰에 거세게 항의했다(관련 기사 : "열어라 열어라" 가지 못한 시민들, 경복궁역은 아직 뜨겁다).

경복궁역은 청와대 입구와 직선거리로 800m 떨어져 있는 곳이다. 대규모 집회 참가자들이 경복궁역까지 합법적으로 행진을 벌인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경찰은 대규모 집회 때마다 광화문광장이나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집회 참가자들을 막아왔다. 지난 1987년 6월 항쟁 당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인 6월 27일 평화대행진 때는 서울시민들과 대학생들이 숭례문, 명동, 파고다공원 등지에서 집회를 벌였다.

2008년 6월 10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해 서울 도심에 50만여 명이 모인 '100만 촛불 대행진' 때는 경찰이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 컨테이너 박스를 세워놓고 청와대 방면 행진을 막아섰다(관련 기사 : '명박산성'으로 못 막은 50만 촛불 함성).

2016년 민중총궐기 대규모 집회가 열린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 앞에서 시민들이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며 청운동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 청와대로 향하는 분노의 촛불 2016년 민중총궐기 대규모 집회가 열린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 앞에서 시민들이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며 청운동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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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대통령에게 국민 목소리를 전달..."

청와대 턱밑까지 시민들의 행진이 가능했던 것은 법원의 결정 덕분이다. 당초 경찰은 시민들의 행진을 막아섰다.

지난 9일 민중총궐기 투쟁본부는 서울지방경찰청에 민중총궐기 집회 당일 낮 12시부터 자정까지 서울광장에서 4갈래 방향으로 나뉘어져 경복궁역으로 향하는 행진을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이 이튿날 주최 쪽에 행진을 일부 제한하는 '조건 통보'를 했다. 교통통행 장애와 안전사고를 거론하면서 광화문광장 중간 지점 북쪽으로의 행진을 막았다.

이에 주최 쪽은 서울행정법원에 경찰의 조건 통보 집행 정지를 요구하는 가처분(임시처분) 신청에 나섰고, 법원은 민중총궐기 집회 당일 이를 받아들였다.

서울행정법원 제6행정부(재판장 김정숙 부장판사)는 결정문에서 "대통령에게 국민의 목소리를 전달하고자 하는 이 사건 집회의 특수한 목적상 사직로, 율곡로가 집회 및 행진장소로 갖는 의미가 과거 집회들과는 현저히 다르다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경찰의 행진 금지를 비판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집회를 조건 없이 허용하는 것이 민주주의 국가임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 "율곡로와 사직로의 행진을 전면 제한하는 것은 신청인의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한 "(민중총궐기) 집회는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된 기존의 집회들과 동일 연장선상에 있는 바, 위 일련의 집회들은 지금까지 평화롭게 진행됐다"면서 "그동안 보여준 성숙한 시민의식 등에 비추어 볼 때 평화적으로 진행될 것이라 능히 예상할 수 있다"라고 판단했다.

실제 12일 민중총궐기 집회는 평화롭게 진행됐다. 법원의 이번 판단은 경찰의 입장까지 바꾸어 놓았다. 14일 김정훈 서울지방경찰청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이 집회(민중총궐기)와 같은 성격의, 같은 목적의 촛불집회 등에 관해서는 법원 판단을 최대한 존중해 앞으로도 같은 취지와 목적이라고 하면 (사직로·율곡로 집회·행진을) 허용하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번 집회 가처분 신청을 낸 참여연대 소속 양홍석 변호사는 법원의 이번 결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양홍석 변호사는 "법원은 집회·시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주는 방향으로 적극적으로 고민한 것 같다"면서 "국민적 분노가 터져 나오는 가운데, 법원의 판사들이 직업적 양심에 따라 판단한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거리의 변호사'로 유명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원이 이번 판단을 잘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다만, 법원 자체가 바뀌었다기보다는, 현 시국과 국민 정서를 고려한 판단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태그:#민중총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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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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