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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 속속 벗겨지는 참담한 현실에 건국 이래 최초라는 100만 촛불까지 타오르면서 대통령의 거취를 비롯한 모든 정치활동이 한 치 앞도 알 수 없게 되었다. 급기야 여당에서는 그간 금기시 하던 대통령 탄핵이라는 카드까지 등장했다. 여당 내 비주류는 13일 국회의원·당협위원장 비상시국회의 성명문을 발표했다.

비주류긴 하지만 갑작스레 등장한 여권의 대통령 탄핵이라는 카드를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다소 찜찜한 기분을 지우기 어렵다. 상수동전략그룹에서는 대통령 탄핵이라는 카드에서 엿보이는 정치권의 셈법을 비박(이하 비주류) 중심으로 풀이·정리해 보았다.

여당을 벗어나지 않는 비주류

(서울=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김무성 전 대표가 1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비주류 주도 비상시국회의에서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
 (서울=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김무성 전 대표가 1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비주류 주도 비상시국회의에서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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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생각해 볼 부분은 과연 촛불의 규모를 예측하지 못했느냐는 점이다. 그렇지 않다고 본다. 다만 마지노선을 어디까지로 정했느냐의 문제로 판단된다. 일례로 엄청난 역풍을 불러왔던 일방적인 총리지명과 2차 대국민 사과에서 드러난 유체이탈화법보다 우병우 전 수석의 팔짱 낀 사진 하나에서 표출된 분노의 크기가 더 컸다. 촛불의 그을음이 채 날아가기도 전에 반응이 나온 점을 미루어보면 비주류의 행동은 정황상 사전에 준비해둔 가이드라인에 맞춰진 인상이 짙다.

사전에 준비한 흔적은 메시지의 전달에서도 드러난다. 얼마든지 열린 해석이 가능한 성명을 준비하되 각 의원의 발언으로 압박의 강도를 조절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이는 입장문과 발언으로 전달하려는 메시지의 대상이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비주류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친박 지도부의 사퇴, 전략적 탄핵카드의 필요성으로 풀이된다.

성명은 크게 '새누리당 해체 추진', '거국내각 구성 위한 대통령의 결단', '헌정중단 불가, 법의 질서에 충실한 국정수습'으로 요약된다. 크게 보도된 새누리당 해체의 경우 이를 뒷받침하는 그 어떤 방법이나 표현도 드러나 있지 않다. 기존 질서의 해체와 새로운 보수정당의 건설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후자의 경우 지지기반의 호응이 높지 않다는 점이 걸린다. 한국 정치에 새로운 정당은 필요 없다고 답한 비율이 58%, 새로운 보수정당의 필요성에 찬성을 표시한 비율은 6.2%에 불과했다(50대와 60대 이상 1200명을 대상으로 지난 9월 28일~10월 5일까지 진행한 정치인식에 대한 여론조사, 한국리서치).

나머지 둘은 여당이 국정농단 게이트에 대해 '국정 공백은 불가'라는 메시지로 일관해왔던 점을 떠올려보면 하나의 패키지로 볼 수 있다. 거국내각을 위한 책임총리 추천에 필요한 대통령의 협조와 대화카드로 야당을 압박하겠다는 해석이 자연스럽다. 어김없이 등장한 국정정상화 표현도 그 궤를 같이 한다. 철저히 여당의 틀에서 벗어나지는 않겠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조용한 성명과 강한 발언의 의미

성명 그 자체만 놓고 보면 당장 내일이라도 현 지도부가 거취표명을 할 경우, 비주류 역시 성명에서 그어놓은 틀대로 '국정 정상화'에 매진할 가능성이 높다. 겉으로 드러난 성명의 강한 표현 역시 대통령 거취에 대한 명확한 요구가 가장 평범하고 무리 없는 해석이다. 기존의 2선 퇴진과 친박에 의한 대통령의 탈당건의가 이에 포함된다.

하지만 혼란을 주는 부분은 개별 의원들의 탄핵 언급이다. 성명과 결이 다르다. 여당의 간판을 달고 있는 이상, 비주류라고 해서 국정농단 게이트에 대한 책임이 경감되는 것이 아니라는 인식에 더해 권력재창출에 나서야 하는 정당의 상황도 복합적으로 고려된 맥락으로 읽힌다.

이미 정치적으로 수명이 다한 박근혜 정부와의 선긋기가 저런 평범한 수준으로 가능한가에 대한 합리적 의문이 따라붙기 때문이다. 해체와 재창당에 대한 불분명한 정의 역시 합리적 의문에 대한 해답을 찾지 못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에 상수동전략그룹은 머지않은 시일 내 현 지도부가 비주류 중심으로 재편된다는 가정을 바탕으로, 현직 대통령에 대한 전략적 탄핵을 중심으로 한 해체와 재창당 가능성을 조심스레 타진해보고자 한다.

해체와 재창당의 도구, 여당에 의한 탄핵

여당의 입장에서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극약에 가깝지만, 지금 여당이 처한 상황은 극약처방을 배제할 만큼 여유로운 형편이 아니다. 특히 TK와 PK의 전통적 지지층의 이탈은 심각한 수준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일부 회복은 되겠지만 그 시점이 언제일지, 어느 정도까지 회복될지 속단하기 어렵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과는 그 성격이 다르고 임기 또한 어중간하게 남은 특수한 상황이긴 하지만, 성급한 여당발 탄핵은 비주류 입장에서도 남는 장사는 아니다. 하지만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첫 번째는 비용 대비 효과를 극대화 시키는 '시점의 선택'이다. 이 과정에서 대선이 다소 당겨지는 부담은 있을 수 있겠지만, 조직을 정비할 여유는 상대적으로 더 확보할 수 있다. 순수 가성비 측면에서 최적의 발의 시점은 12월내로 판단되며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탄핵소추 이후의 액션플랜이다. 무너진 지지층을 회복하고 내부적으로는 붕괴된 당내 리더십을 무엇으로 가져갈 것인가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구심점을 누구로 삼을 것이며, 그를 중심으로 예상되는 당내 반발은 어떻게 무마해 나갈지에 대한 부분이 담겨야 하는 만큼 단시간 내 비주류의 내부정리 역시 반드시 필요하다.

다소의 위험부담은 있지만 결과적으로 여당에 의한 대통령 탄핵은 자연스러운 선긋기와 재창당의 효과를 동시에 누릴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매력적인 카드다. 시점만 제대로 선택한다면 지지기반 와해라는 부담도 줄어든다. 특히 대선을 둘러싸고 벌어질 야권과의 주도권 다툼에서 예상되는 일방적인 열세에서 벗어날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른 시일 내 힘의 균형추만 맞춰진다면 비주류의 입장에서 검토해 볼 여지는 충분하다.

먼저 쏘는 자가 유리하다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민중총궐기 대회가 12일 서울 세종로, 태평로 일대에서 열린 가운데 수십만의 참가자가 촛불을 밝히고 있다.
▲ 광화문 일대 뒤덮은 '박근혜 퇴진' 촛불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민중총궐기 대회가 12일 서울 세종로, 태평로 일대에서 열린 가운데 수십만의 참가자가 촛불을 밝히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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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류가 서둘러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적극적으로 탄핵을 주장하지 않았던 야권의 기류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간 야권이 탄핵에 미온적이었던 데는 대통령보다 여당의 적절한 몰락에 그 목적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통령과 측근 몇몇 날아가는 것으로 매조지 되는 탄핵은 지난 수십 년간 여당이 축적한 유·무형의 잠재력까지 날리기엔 부족하다.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까지 고려하면 편익 역시 크지 않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주말(12일) 촛불집회를 기점으로 여론의 압박을 확인한 만큼 야당 역시 탄핵안 발의까지 속도를 붙여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여당발 탄핵카드의 효용이 야권의 탄핵 발의 전까지 유효하다고 보면 남은 시간이 많다고 보기 어렵다.

비록 촛불로 동력은 얻었지만 비주류의 힘은 아직 부족하다. 바라는 힘의 재편과 당권장악이라는 1차적 목표를 달성할지 여부 역시 아직은 불투명하다. 다만 기회는 열려있고 비주류의 턴은 진행 중이다. 누군가는 떨어져 나가야 사는 이 게임에서 비주류의 선택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덧붙이는 글 | 정치를 숫자로 풀어내는 상상력, 상수동전략그룹에 게재됩니다



태그:#상수동전략그룹, #여당발 탄핵, #비주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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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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