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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과 어우러진 백암산 백학봉과 쌍계루가 연못 속에 잠겨 있다. 지난 11월 8일 장성 백양사다. ⓒ 이돈삼
"와! 정말 아름답다. 황홀할 정도로. 물감이라도 풀어놓은 것 같아. 우리 일상도, 우리 사는 세상도 이렇게 아름다우면 얼마나 좋을까."

가을이 연출한 풍경을 본 지인의 말이다.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 그 생각이 떠오른 이유가 뭘까. 미뤄 짐작컨대, 지금의 시국을 염두에 둔 말이었을 테다.

지난 11월 8일 장성 백양사에서다. 쌍계루 앞 연못에 비친 누정과 백암산 백학봉의 자태를 보면서다. 가을 풍경에서 인공의 흔적이라곤 찾을 수 없다. 순전히 가을이 연출한 것이다.
백양사의 가을 풍경. 단풍을 보러 온 여행객들이 연못가에서 단풍을 감상하고 있다. ⓒ 이돈삼
백양사를 찾은 여행객들이 연못 위로 난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있다. 지난 11월 8일 백양사 풍경이다. ⓒ 이돈삼
가을단풍으로 유명한 백양사가 만산홍엽으로 변했다. 울긋불긋 단풍이 대웅전 앞마당까지 내려왔다. 대웅전 마당에는 또 한 무더기의 국화가 들어앉아 있다. 고즈넉한 산사가 그린 한 폭의 수채화다.

그 풍경에 마음이 설렌다. 평일인데도 사람들의 발길이 북적댄다. 자동차도 줄을 잇는다. 부러, 평일에 찾았음에도 찾은 발길이 많다. 하지만 엔간한 불편은 감수하고라도 찾아가는 백양사의 가을 풍경이다.
백양사로 가는 길. 울긋불긋 물든 단풍이 여행객들을 한껏 설레게 한다. ⓒ 이돈삼
백양사의 애기단풍 단풍잎이 어린 아이 손바닥만하다고 이름 붙었다. ⓒ 이돈삼
백양사의 가을은 애기단풍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단풍잎의 크기가 아주 작다. 어린 아이의 손바닥만 하다. 앙증맞다. 그래서 더 예쁘다.

애기단풍은 절집으로 가는 입구에서부터 절집까지 이어진다. 그 길이 10리 가량 된다. 단풍나무가 이룬 터널이다. 백양사로 가는 발걸음을 한껏 들뜨게 해준다.
백학봉과 어우러진 쌍계루와 연못. 물속에 비치는 백학봉의 모습이 대칭을 이뤄 더 아름답다. ⓒ 이돈삼
백앙사의 가을 풍경. 쌍계루로 가는 길목에서 만나는 또 하나의 연못 풍경이다. ⓒ 이돈삼
쌍계루와 연못은 백양사의 황홀한 가을 풍경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힌다. 고려의 충신 정몽주(1337~1392)가 임금을 그리는 시를 썼다는 곳이다.

'... 안개가 아득하니 저녁 산은 붉은 빛이고/ 달빛이 배회하니 가을 시내물이 맑구나/ 오랫동안 속세에서 번뇌로 시달렸으니/ 어느 날 옷을 떨치고 그대와 함께 오를까.'

고려를 마지막까지 지키려 했던 그의 마음이 배어있다. 쌍계루에 걸린 여러 한시들 가운데 유난히 그의 한시가 눈길을 끈다.
백학봉과 어우러진 백양사 대웅전. 앞마당에 국화가 한세상을 이루고 있다. ⓒ 이돈삼
백양사의 석탑. 절집을 찾은 스님과 신도들이 탑돌이를 하고 있다. ⓒ 이돈삼
쌍계루 앞 연못에는 형형색색의 단풍잎이 떠 있다. 그 위에 쌍계루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봉우리가 하얀 백학봉도 단풍색으로 물들어 물속에 잠겨 있다. 가을이 각본없이 연출한 풍경이다.

그 풍경을 보려는 사람들이 연못의 징검다리에 서 있다. 다들 카메라를 꺼내들고 움직일 줄을 모른다. 그 모습도 백양사의 가을 풍경이 된다.
백양사의 비자나무 숲.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 이돈삼
수령 700년 된 백양사 갈참나무. 국내 갈참나무 가운데 최고령에 속한다. ⓒ 이돈삼
절집을 둘러싸고 있는 비자나무 숲도 멋스럽다. 산비탈에 군락을 이룬 비자림은 천연기념물(제153호)로 지정돼 있다. 수령 700년 된 갈참나무도 있다. 국내 최고령 갈참나무답게 위엄이 묻어난다.

울긋불긋 물든 절집 풍경도 아름답다. 극락전과 대웅전, 부도 등 문화재와 어우러진 단풍이 고풍스럽다. 매혹적이다. 절집이 온통 단풍으로 물들어 황홀한 가을 백양사다.
절집으로 흐르는 계곡에도 가을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쌍계루 앞 연못으로 흘러가는 계곡 풍경이다. ⓒ 이돈삼
태그:#백양사, #쌍계루, #백학봉, #애기단풍, #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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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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