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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6일 오후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농단에 책임을 지고 즉각 국정에서 손을 뗄 것을 촉구하고 있다.
▲ 청와대 앞에 선 민주당 "국정에서 손 떼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6일 오후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농단에 책임을 지고 즉각 국정에서 손을 뗄 것을 촉구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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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기를 모두 모아 드릴 테니, 제발 국정에서 손 떼시라."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일부 의원들이 6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본격적인 장외투쟁에 들어갔다. 지난 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약 20만 명의 촛불 인파가 모여 '박근혜 대통령 퇴진'과 '최순실 국정 개입 의혹' 해소를 외친 민중대회 다음날이었다.

22명의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농단 책임져라"라고 주장했다. 이날 회견에는 기동민, 박홍근, 김영진, 유승희, 남인순, 유은혜, 이인영, 설훈, 이훈, 백혜련, 김현권, 김정우, 박주민, 제윤경, 강병원, 이재정, 우원식, 신동근, 홍익표, 김병욱, 김영호, 정춘숙 의원 등 22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분수 앞에 줄지어 선 뒤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에서 손떼라'라고 적힌 펼침막을 들었다. 또 의원들이 낸 성명서에는 47명의 같은 당 의원들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최근의 대통령 행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로 대통령 권한을 내려놓지 않겠다는 고집과 독선"이라면서 "민심을 외면한 것을 넘어 정면 거부한 것이고 민주화 선언 요구에 대해 4.13 호헌 선언으로 국민의 여망을 역행한 5공화국 전두환 정권과 같은 태도다"라고 강조했다.

"국민이 준 해명의 기회 세번이나 걷어찼다"

제일 먼저 발언에 나선 박주민 의원은 "대통령은 왕이 아니다"라며 현 상황에 대한 박 대통령의 인식을 강하게 비판했다. 박 의원은 "대통령은 우리나라 시스템의 일부이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그 역할을 수행하라고 임시 권한을 부여한 종복이다"라면서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시스템을 단 한 번이라도 점검했다면 이런 참담한 상황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통탄했다. 이어 그는 "(국정농단 의혹 관련) 수사에 (대통령이) 수사를 방해하는 일체 행위를 해선 안 되고, 방해 가능성도 차단 돼야 하므로 국정에서 손을 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홍근 의원은 박 대통령에게 대통령직을 수행할 정당성이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그 누군들 국민의 뜻을 받들지 않으면서 어떻게 정당성을 갖고 권좌를 행사하나"라면서 "박 대통령은 다른 일을 할 때가 이나라, 여야가 합의한 총리에게 모든 권한을 넘기고 국가의 위기를 조기에 수습하라"고 촉구했다.

우원식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에게 받은 세 가지 기회를 놓쳤다고 강조했다. ▲정윤회 국정농단 의혹 ▲여소야대 4.13 총선 민심 ▲ K스포츠재단 및 미르재단 의혹 등 각각의 세 사건 시점마다 해명의 기회가 쥐어졌음에도 대통령은 "기회를 걷어차고 쓰리아웃됐다"는 것이다. 그는 "국민이 몇 번씩 준 기회를 걷어찬 박 대통령은 더이상 국정에 손댈 자격도, 수행할 능력도 없다"고 말했다. 

우 의원은 최순실씨의 전담 변호인인 이경재 법무법인 동북아 대표 변호사가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해 "아직 세월의 풍파를 겪을 나이가 아니다"라고 언급한 것에도 비판을 더했다. 그는 "(정유라씨보다) 한 살 적은 지하철 스크린도어 노동자는 자기 인생을 책임지다가 그 험한 꼴에 내몰렸다"면서 "우리 학생과 청년들이 고통 당할 때 최씨 일가는 뭐라고 했나, (정유라씨를) 소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세계가 지켜보는데, 청와대는 묵묵부답"

이어 마이크를 건네 받은 설훈 의원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원천적 잘못'을 꼬집기도 했다. 설 의원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사전에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 기회의 열쇠는 우병우 전 수석이 쥐고 있었다"면서 "민정수석이 제대로 살폈더라면 이렇게 참혹한 결과로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우 전 수석을 소환 조사하고 있는 검찰에 경고를 전하기도 했다. 설 의원은 "우병우 구속 없이는 이 상황이 풀릴 수 없음을 국민이 알고 있다"면서 "다시 (우병우 전 수석이) 걸어 나온다면 대한민국 검찰은 국민으로부터 버림 받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설 의원은 박 대통령을 향해서도 "20만 명의 국민이 모였는데 이날 아침까지 아무 답변이 없다"면서 "전 세계가 지켜보는 급박한 상황에서, 최대 인파가 모여 외쳤는데 묵묵부답이다"라고 비판했다.

발언을 마친 뒤 의원들은 "박근혜 대통령은 국기문란 책임지고 2선으로 후퇴하라", "국정농단 책임지고 국정에서 즉각 손 떼라" 등의 구호를 외친 뒤 자리를 마무리했다. 기자회견 후 기동민 의원은 취재진과 만나 "전날 촛불집회를 마치고 밤 10시 이후 몇 의원들이 급히 모여 (기자회견을) 논의했다"면서 "지도부와는 상의하지 않았고, 의원들의 자발적인 동참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아래는 이날 기자회견문 전문과 동참 의원 명단이다.

국정농단 책임지고 박근혜 대통령은 즉각 국정에서 손떼라!
하야 민심 부정하는 국정 주도 의지 표명, 4․13 호헌 선언과 무엇이 다른가?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성난 민심은 폭발 직전의 화약고다. 어제 광화문에서는 대통령의 퇴진과 하야를 요구하는 촛불시위에 20만 인파가 모였고, 전국 주요 도시의 광장도 성난 시민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분노한 민심은 앞으로도 들불처럼 번져갈 것이다.

비단 촛불 민심뿐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은 여론조사에서 5%까지 떨어졌다. 역대 최저치인 1997년 IMF 국가부도 사태 직후의 김영삼 대통령 지지율인 6%보다도 낮다. 국민들이 현 상황을 구제금융 시기보다 훨씬 엄중하게 본다는 뜻이다.

전대미문의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청와대와 정부는 마비 상태이고 국회에서는 대통령의 2선 후퇴 요구가 나오고 광장에서는 하야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사태가 이런데도 원인 제공자인 박 대통령은 이 모두를 외면했다. 그제 박근혜 대통령의 두 번째 대국민 사과는 허탈과 분노, 불안에 휩싸인 국민의 마음을 진정시키기는커녕 실망과 허탈감만 불러일으켰다. 사태의 본질을 최순실의 '개인 일탈'로 호도했고, 권력에서 손을 떼라는 요구에는 답을 하지 않았다. 권력으로 나라를 망쳐놓고 아직도 권력에 미련이 남은 것인가?

더욱이 김병준 총리 지명은 현 사태를 보는 대통령의 인식이 얼마나 안이하고 자기중심적인지를 드러냈다. 여론을 수렴하기는커녕 여야 정치권과 단 한 번 협의도 없이 덜컥 '김병준 총리'를 지명하다니, 국민의 뜻을 따를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일시적인 방탄조끼 이상의 아무런 의미가 없는 총리 임명은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

다수 국민이 더 이상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고 하야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여준 최근 대통령의 행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로 대통령 권한을 내려놓지 않겠다는 고집과 독선에 다름 아니다. 민심을 외면한 것을 넘어 정면 거부한 것이고, 민주화 선언 요구에 대해 4·13 호헌 선언으로 국민의 여망을 역행한 5공화국 전두환 정권과 같은 태도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의 임기는 유한하지만 대한민국은 영원히 계속되어야 한다"며 "국정은 한시라도 중단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게 진심이라면 국정중단을 막기 위해 자신이 먼저 해야 할 일부터 돌아봐야 한다.

이미 대통령은 국민과 국회를 설득하고 이끌 수 있는 국민적 정통성을 상실했다. 국가 지도자로서의 도덕적 권위도 땅에 떨어진데다가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어서 더 이상 통치권을 행사할 방법이 없다. 이런 상태를 1년 3개월 지속하겠다는 것은 대한민국 모두를 불행하게 만들 것이다.

국민 인내에는 한계가 있다. 시기를 놓치고 본질을 벗어난 수습책으로 위기를 벗어나려는 꼼수를 반복해서는 안된다. 역대 최악의 지지율과 거리로 쏟아져 나온 민심이 무얼 뜻하는지 박 대통령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만일 계속해서 민심을 외면한다면 제2의 6월 항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최순실이 사유화한 권력은 주권자인 국민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부여한 것이었고, 대통령은 그 권력의 주인이 아니라 5년간 위임받는 대리인에 불과하다. 주권을 도난당한 국민은 대통령에게 배신당했다. 야당의 인내에도 한계가 있다. 피해자인 국민을 대신해서 청와대 앞에 선 우리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은, 국회가 합의할 국무총리에게 전권을 넘기고 국정에서 손을 떼겠다고 국민 앞에 즉각 천명할 것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강력히 촉구한다.

2016. 11. 6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강병원, 권미혁, 권칠승, 기동민, 김민기, 김상희, 김병관, 김병욱, 김영진, 김영호, 김정우, 김종민, 김철민, 김한정, 김현권, 김현미, 남인순, 문미옥, 박재호, 박 정, 박주민, 박홍근, 백혜련, 소병훈, 송기헌, 손혜원, 설 훈, 신동근, 신창현, 어기구, 오영훈, 우원식, 위성곤, 유승희, 유은혜, 이상민, 이인영, 이재정, 이 훈, 인재근, 임종성, 정재호, 정춘숙, 제윤경, 조승래, 표창원, 홍익표(47명)


태그:#박근혜,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최순실, #국정농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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