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 기사 한눈에

  • 3일 대통령 대국민담화가 예고되자 언론은 '검찰수사 수용'과 함께 '김병준 총리 내정자에 전권을 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 하지만 4일 박근혜 대통령의 담화 속에 김병준은 단 한마디도 없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총리 지명 전에 충분히 협의해 권한을 드렸다"라고 해명했지만 의문은 계속 남는다.
  • 한광옥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은 박 대통령에게 국정 일선에서 물러나라고 건의할 생각이 없다. 김병준 내정자가 총리가 돼도 박 대통령이 힘을 회복하면 언제든 권한 회수가 가능하다.
4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발표 생중계를 여의도 정치권에서 지켜보고 있다.
▲ 이목 집중된 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4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발표 생중계를 여의도 정치권에서 지켜보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최순실 국정개입 파문' 사건에 대한 2차 대국민담화를 하면서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을 하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3일 밤 청와대가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예고하자 각 언론은 박 대통령이 '검찰 수사 수용'과 함께 "청와대 '김병준에게 경제·사회 전권 주고 외치 전념 밝힐 것'"(<중앙일보>), "총리에 내치 위임 선언할 듯"(<동아일보>), "김병준 책임총리 권한 보장"(<연합뉴스>), "책임 총리제 운영 구상 밝힐 듯"(<한겨레>)이라고 전망했다.

김 내정자는 3일 오후 기자회견에서 "박 대통령에게 경제·사회정책 부분은 제가 잘할 수 있는 영역이니 맡겨달라고 했고, 박 대통령도 동의하셨다고 생각한다"라며 "헌법이 규정하는 국무총리의 권한을 100% 행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그의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 청와대에서 확실한 '보증'이 나오지 않았고, 3일 오전 정인철 청와대 인사수석은 국회 예결위에서 "내치는 총리가 맡고, 외치는 대통령이 모두 맡는 구분이 현행헌법에서 가능하다고 보지 않는다"라고 말해, 혼선 양상까지 나타났다.

때문에 박 대통령이 정국 수습 차원에서 내치 권한 이양까지는 아니어도, 김 내정자에게 힘을 실어주는 발언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것이다.

김병준 총리 내정자가 지난 3일 오후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총리 내정과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도중 울음을 삼키고 있다.
▲ 울음 삼키는 김병준 총리 내정자 김병준 총리 내정자가 지난 3일 오후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총리 내정과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도중 울음을 삼키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관련사진보기


하지만 박 대통령은 2차 담화에서 "국내외의 여러 현안이 산적해 있는 만큼 국정은 한시라도 중단되어서는 안 된다" "더 큰 국정 혼란과 공백 상태를 막기 위해 진상 규명과 책임 추궁은 검찰에 맡기고 정부는 본연의 기능을 하루속히 회복해야만 한다"는 정도만 언급했을 뿐 김 내정자에 대한 내용은 입에 올리지 않았다.

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자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지명 전에 김 내정자와 충분히 협의해서 권한을 드렸으며, 어제(3일) 김 지명자가 기자회견을 한 내용 그대로 수용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늘 담화의 방점은 진솔한 사과와 특검조사까지도 수용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의 담화는 '사과와 특검 조사 수용'이 핵심이기 때문에 김 지명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을 뿐이며, 청와대도 김 지명자의 기자회견 내용과 같은 생각이라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에서는 박 대통령이 이후 여야 대표들과의 회담 자리에서 '책임총리' 등의 사안에 대해 거론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한광옥 신임 비서실장 "박 대통령에게 2선 후퇴 건의할 생각 없다"

한광옥 대통령비서실장이 4일 오후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국회 나온 대통령비서실장 한광옥 대통령비서실장이 4일 오후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그럼에도 의문은 남는다. 박 대통령은 담화에서 "국민께서 맡겨주신 책임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여야 대표님들과 자주 소통하면서 국민과 국회의 요구를 더욱 무겁게 받아들이겠다"라고 밝혔다. '책임총리'에게 1선을 맡기고 2선으로 물러서겠다는 뜻을 담은 발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더욱이 한광옥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박 대통령에게 국정 일선에서 물러나라고 건의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그런 건의를 할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우리 헌법상 국무총리는 '대통령 보좌'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 통할' '국무위원 제청' 권한을 갖는다. 역대 총리 중 이 권한을 모두 행사했던 총리는 없었으며, 헌정사상 처음으로 '책임총리'가 나타난다 해도 이는 '내치에 대한 전권'을 제도적으로 보장받지 못한다. 전적으로 대통령의 뜻에 좌우되는 허약한 구조다.

그 가능성 자체가 극히 낮지만, 어떤 정치적 상황 전개과정에서 김 지명자가 국회 인준을 통과한다 해도 박 대통령이 힘을 회복할 경우 언제든지 회수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청와대의 속내가 뭐든간에 야권은 김 내정자에 대한 외면을 강화하고 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최순실씨 사건에 대한) 별도특검, 국회 국정조사라는 조건과 함께 김 내정자 철회를 요구하면서 "이같은 조건들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정권퇴진 운동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김 지명자를 '기회주의자'라 규정한 바 있는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은 한광옥 비서실장의 협조요청에 "김 내정자의 내정을 철회하거나, 본인이 사퇴하는 것이 맞다"라고 한마디로 잘랐다.


태그:#김병준
댓글37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