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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최순실 국정개입' 의혹 파문과 관련해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며 원고를 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최순실 국정개입' 의혹 파문과 관련해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며 원고를 보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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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러려고 국민을 했나 깊은 자괴감이 듭니다."

4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를 본 어느 '국민'의 토로다.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합니다"라던 대통령의 말에 '자괴감'과 '괴로움'을 호소하는 실시간 반응들이 SNS 등에서 폭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아마도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국민 51%는 "제가 이러려고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뽑았나 자괴감이 듭니다"라고 토로했을지 모를 일이다. '최순실의 존재와 관계 인정'과 '검찰·특검 조사 수용'이 그나마 건질 만한 '팩트'라면, 나머지 담화 내용은 "징징거리는 대통령"을 참혹한 심정으로 목도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이를 두고, 표창원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이렇게 평했다.

"대통령 담화 긍정적 측면 : 책임인정, 사죄, 수사 및 특검 수용. 부정적 측면 : '개인적 비리, 기업의 선의 등 수사 가이드라인 설정. 뇌물죄 등 중요 범죄 혐의 배제 단정', 구체적 객관적 사실 고백보다 감정적 정서적 호소로 편 가르기 초래 우려"

개인사를 들먹인 '왜'는 있었는데, 구체적인 '어떻게'는 없었다. 최순실이란 '누구'는 있었는데, 국민들이 '몸통'이라 받아들이고 있는 박 대통령 자신은 "앞으로 기회가 될 때 밝힐 것"이라며 쏙 빠져나갔다. "혼이 비정상"과 같은 '최순실 빨간펜'의 흔적은 현저히 줄었지만, 특유의 '유체이탈화법'은 그대로였다.

추미애 더민주 대표 말처럼 "개인적인 반성문"에 불과했다. 담화여서 기자의 질의응답은 애초 불가능하게 했다. 한마디로, 지난달 25일 대국민사과보다 조금 긴 모욕적인 대국민담화의 재탕이었다. 역시 실시간 반응을 남긴 정청래 전 의원의 조언(?)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박근혜 연설문에서 빠트린 것. '국민 여러분 저도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국민들 처분대로 하겠습니다' '대통령 그만두라면 그만두겠습니다' '국민들이 받으신 충격과 상처를 조금이나마 위로할 수만 있다면 국민들께서 원하는 모든 것을 다하겠습니다' '저를 용서치 마십시오'"

적반하장, 안하무인, 책임전가 박 대통령

이목 집중된 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4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발표 생중계를 여의도 정치권에서 지켜보고 있다.
▲ 이목 집중된 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4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발표 생중계를 여의도 정치권에서 지켜보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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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국민 담화 요약(‏@po******)

1. 어쨌거나 미안하다.
2. 하지만 하야는 하기 싫다.
3. 순실이는 청와대 드나들었다.
4. 외로워서 그런 거다.
5. 순실이네 아빠 사이비 아니다.
6. 좌우지간 하야는 하기 싫다. 너네가 좀 참아라.

박 대통령의 담화 직후, 트위터를 달군 한 사용자의 담화문 요약문이다. 본인에 대한 알맹이는 빠진, 딱 이만큼의 사과문이었다. 심지어 "사교" 운운하며 부인하는 대목에선 "그래도 최태민, 최순실이냐"는 아연실색하는 반응 일색이었다.

여기에 첨언을 하자면, 박 대통령은 실제 사법수사에서 문제시 될만한 표현들도 최대한 걸러낸 것으로 보인다. "실망" "염려" "마음의 상처" "진심" "사과" "선의의 도움" 같이 "순수한 마음"과 같은 박근혜식 표현과 화법은 배제하고, 핵심만 추려 보자.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된 일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여러 위법행위까지 저질렀다고 하니 너무나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입니다. 이 모든 사태는 모두 저의 잘못이고 저의 불찰로 일어난 일입니다. 저의 큰 책임을 가슴 깊이 통감하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의 현실 인식이 이 정도다. 수천억 원, 아니 수조 원이 투입된 정권 주요 정책에 최순실씨와 측근들이 적극 개입한, 아니 박 대통령이 결재를 받은 것으로 보이는 국정농단이란 사실은 차치하자. 그 '문화융성'이나 '창조경제' 정책의 실효성이 허구였음이, 그 와중에 물 쓰듯이 써 버린 세금은 잊은 채로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을 강조하다니.

박 대통령은 여전히 문화융성이니 창조경제니 하는 정책들이 "우리나라의 미래성장동력" 임을 믿고 있는 것이다. 적반하장인 것은 그 실패한 주요정책을 두고 "정성을 기울여온 국정과제들까지도 모두 비리로 낙인찍히고 있는 현실도 참으로 안타깝습니다"라고 한 대목이다. 언론과 야당, 국민들이 '비리'로 낙인찍었다니, 책임전가도 도를 넘었다.

더욱이, 박 대통령은 "모두 저의 잘못이고 저의 불찰"이라고 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앞으로 기회가 될 때 밝힐 것"이라고 했다. 검찰이나 특검 조사 과정에서 조율하겠다는 뜻으로 비친다. 국민 앞에서 진심으로 사과를 해본 적이 없는 박 대통령답다. "무엇을 잘못했고, 그래서 사과한다"는 '사실'은 물론 '진정성'도 전혀 없어 보였다. 그저, 세월호 참사 당시 대국민담화 때와 마찬가지로 눈물만 그렁했을 뿐이다. 

"어제 최순실씨가 중대한 범죄혐의로 구속됐고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이 체포돼 조사를 받는 등 검찰 특별수사본부에서 철저하고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검찰은 어떠한 것에도 구애받지 말고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밝히고 이를 토대로 엄정한 사법처리가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저는 이번 일의 진상과 책임을 규명하는 데 있어서 최대한 협조하겠습니다. 이미 청와대 비서실과 경호실에도 검찰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도록 지시했습니다. 필요하다면 저 역시 검찰의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이며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습니다."

특히나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대통령의 검찰 조사는 분명 최초다. 하지만, 그 검찰 조사를 받겠다고 인정했지만, 우병우 민정수석을 앞세운 청와대와 검찰의 커넥션을 의심받았던 대통령이 검찰에게 엄정한 사법처리를 주문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통치권과 자신이 임명한 내각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검찰 조사를 받겠다는 것이 상식적인가. "최대한 협조" "적극 협조"라는 표현이 기만적인 이유다.

"사이비 종교나 굿에 빠지지 않아서" 다행인 대통령이라니

이목 집중된 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4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발표 생중계를 여의도 정치권에서 지켜보고 있다.
▲ 이목 집중된 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4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발표 생중계를 여의도 정치권에서 지켜보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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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가관은 지금부터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왜'에 대한 설명이 말이다. 요약하자면 '외로워서 그랬는데, 엄격하지 못했다'다. 국민들의 말문을 막게 만든다. 청렴을 위해 가족 간의 교류도 끊었는데, 자신의 개인사를 챙겨주던 최순실씨 개인이 "일부 잘못"에 비견되는 비리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자신의 책임은 축소하고, 최순실씨나 안종범 전 수석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는 대목이다. 그것도 최소한의 "잘못"만을 인정하려는 듯한 자세로.

"무엇으로도 국민들의 마음을 달래드리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면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합니다. 국민의 마음을 아프지 않게 해드리겠다는 각오로 노력해왔는데 이렇게 정반대의 결과를 낳게 돼 가슴이 찢어지는 느낌입니다. 심지어 제가 사이비 종교에 빠졌다거나 청와대에서 굿을 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데 이는 결코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사이비 종교는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밝혀진 최태민-최순실과의 관계는 분명 '종교' 연루설이 일정 정도 사실이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박 대통령이 스스로 그 의혹을 언급함으로서, 그리고 최순실씨와의 내밀한 관계를 인정함으로서, 국민들의 의심과 불신은 더 커지게 될 전망이다. 과연 "가슴이 찢어지는" 것은 대통령일까, 국민들일까. "사사로운 인연을 완전히 끊고 살겠습니다"라는 박 대통령이 국정을 제대로 운영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은 결국 국민들의 몫이 됐다.

"지금 우리 안보가 매우 큰 위기에 직면해 있고 우리 경제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국내외의 여러 현안이 산적해 있는 만큼 국정은 한시라도 중단되어서는 안 됩니다. 대통령의 임기는 유한하지만, 대한민국은 영원히 계속되어야만 합니다.

더 큰 국정혼란과 공백 상태를 막기 위해 진상규명과 책임추궁은 검찰에 맡기고 정부는 본연의 기능을 하루속히 회복해야만 합니다. 국민들께서 맡겨주신 책임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사회 각계의 원로님들과 종교지도자분들 여야 대표님들과 자주 소통하면서 국민 여러분과 국회의 요구를 더욱 무겁게 받아들이겠습니다."

역시나 안보와 경제는 빠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 안보와 경제를 위기에 빠뜨린 것이 박 대통령 본인이라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았다. 대신, 국정은 운영돼야만 하고, 정부가 본연의 기능을 회복해야만 한다면서 대통령으로서의 직무수행을 계속해나갈 것임을 천명했다. '하야'나 '탄핵' 의견은 묵살한 것이다. "국민 여러분과 국회의 요구"가 무엇인지 전혀 모르고 있는 박 대통령과 그의 (몇 남지 않았을) 실세들이 정말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 걱정부터 앞선다.

치욕적인 지지율 5%... 그럼에도 변치 않을 박근혜 대통령

 미 블룸버그지의 주간표지에 선정된 박근혜 대통령.
 미 블룸버그지의 주간표지에 선정된 박근혜 대통령.
ⓒ 블룸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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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4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박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 평가 수치다.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김영삼 전 대통령의 6%를 이긴(?) 것이다. 역대 최저치다. 부정 평가는 무려 89%. 세대별 긍/부정률은 20대 1%/95%, 30대 1%/93%, 40대 3%/94%, 50대 3%/88%, 60대+ 13%/79%였다. 평생 대한민국 1%로 살아온 박 대통령이 2030 세대에게 1%의 지지를 받은 희대의 사건.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변치 않을 것이다. 오늘 두 번째 대국민사과가 그걸 입증했다. 아무리 추미애 더민주 대표가 "국회추천 총리와 별도특검, 국정 조사를 수용하지 않으면 정권퇴진운동"을 벌이겠다고 천명해도, 박 대통령은 변치 않을 것이다.

아무리 외신들이 비아냥거려도, 그리하여 경제에 악영향을 미쳐도, 그래서 국민들의 분노가 '탄핵'과 '하야'를 가리켜도, 박 대통령은 꿈쩍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저 검찰·특검 조사 수용에 만족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저 새 총리와 비서실장 인선에 안도하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이제, "검찰에 공이 넘어갔다"는 표현도 적절치 않다. 지지부진했던 수사가 급물살을 탄 지 오래다. 하지만, 검찰의 늦장 대응보다 언론과 국민들이 파헤치면서 몇몇 핵심 관련자들의 증언이 터져 나온 것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결정적 국면을 이끌어 낸 것이 사실이다. 3일 오후 안종범 전 수석이 "박 대통령이 호텔에서 대기업 관련자들을 직접 만났다"는 증언이 2차 대국민사과를 이끈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최순실씨의 구속 전후로 국면이 급격히 전환되면서, 검찰과 청와대가 이미 시나리오를 완성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파다하다. 4일 대국민사과에서 볼 수 있듯, 박 대통령은 진심어린 사과도, 구체적인 대책도 내놓지 않았다. 단연코 국민들의 요구도 받아 들일 생각이 없어 보인다.

야당을 압박하든, 직접 청와대로 향하든, 이제 국민들이 나서서 박 대통령에게 현실을 제대로 인식시켜 줄 차례다. 그것이 하야든, 검찰 조사 후 사법처리든 말이다. 우선 오는 5일에도, 12일에도, 아니 매일 저녁 광화문에서 국민들의 분노의 촛불이 타오를 예정이다. 국민들에게 깊은 자괴감과 모욕감을 안겨준, 그리하여 국가적 피해를 입힌 대통령은, 그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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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영화 기자, 오늘은 프리랜서 글쟁이. 살다보니 시나리오 쓰는 사람.

오마이뉴스 정치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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