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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천 새누리당 의원이 1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 질의하는 정운천 의원 정운천 새누리당 의원이 1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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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오지에 청년 10만 명쯤 보냈으면 좋겠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정운천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11일 국정감사 도중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아래 코트라)에 건의한 이른바 '청년 해외개척단 10만 양성' 제안이 청년층 여론에 뭇매를 맞고 있다. 구직 청년을 일자리 정책의 주체가 아닌 국가 발전을 위한 도구로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운천 "국내는 한계, 청년 일자리 수출해야"

정 의원은 당시 김재홍 코트라 사장에게 청년 일자리난 해소의 방법으로 나이지리아, 콩고, 캄보디아 등의 개발도상국에 청년들을 파견하자고 건의했다. 당시 그는 "개발도상국가의 취업 인력이 엄청 늘어났다"라면서 "우리나라에서 돈 한 100만 원만 가지고 캄보디아에 가면 한 1000만 원 이상의 효과가 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아프리카로 가보면 나이지리아, 콩고 같은 데나 동남아에 보면 캄보디아 같은 나라가 있다"라고 소개했다.

국내 일자리 창출은 한계에 다다랐으니, 구직 수요가 많은 개발도상국에 청년 구직자를 파견하자는 주장이었다. 정 의원은 "청년 일자리가 전 세계로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면서 "전 세계를 관장하고 있는 코트라 사장께서 의견을 내봐 달라"고 요청했다. 김 사장은 이 제안에 "여러 사전 준비 작업들이 상당이 있을 것 같다"라며 난색을 표했다.

정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SNS 등 온라인 공간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주로 '구시대 정책'이라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지난해 11월 13일 한 강연장에서 신조어 '헬조선'을 비판하며 "개발도상국에 가서 한 달만 지내보면 금방 깨닫는 게 바로 이 국민적 자부심"이라고 발언했다는 기사도 다시 화제에 올랐다(관련 기사 : [레알영상] 오세훈 "젊은이들 헬조선? 개발도상국에서 살아봐").

그러나 정 의원은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다시 한 번 이를 강조했다. 그는 "선진국 중심으로 가는 것 못지 않게 개발도상국이 기회가 될 수 있다"라면서 "청년의 열정과 꿈을 가진 분들, 원하는 분들을 모집해서 1년 정도 해외에 파견하는 제도를 제안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청년 100만 명 중 10만 명을 10년 동안 국내에 국한하지 않고 전 세계로 나가 꿈을 키우도록 하면 좋지 않겠나"라고 강조했다.

누리꾼 "숫자로만 정치하는 것"... 정운천 "억지로 가라는 것 아니다"

정운천 새누리당 의원 페이스북
 정운천 새누리당 의원 페이스북
ⓒ 정운천 새누리당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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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의원의 두 번째 설득에도 청년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관련 글에 댓글을 남긴 한 누리꾼은 "의원님 의견에는 실리만 있고 사람이 없다"라면서 "숫자로만 정치하려고 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다른 누리꾼은 "이건 일자리 수출이 아니라 노예 수출"이라면서 "꿈이 있어 해외로 가는 청년이 몇이나 있다고 보느냐. 다들 국내 취업이 안 되니 울며 겨자 먹기로 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정 의원은 이들 댓글에 "대학 졸업 후 해남 땅끝 마을에서 농업을 살리겠다고 비닐하우스 천막생활 5년을 했다"는 자신의 경험담을 다시 댓글로 달면서 "해외 개척 인턴 1년의 큰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고 생각한다"라고 주장했다. 또 "왜 팔려간다고 생각하느냐"라면서 "억지로 가라는 것이 아니라 그런 기회를 만들면 가고 싶은 분들이 스스로 선택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청년세대 노동조합인 '청년유니온'의 김민수 위원장(25)은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빨리 취업해라, 취업 안 되면 창업해라, 창업 안 되면 외국 나가라 하는 게 보수적 관점의 청년 정책"이라면서 "(결국 이런 정책 제안은) 청년들이 스스로 자신의 진로를 탐색하고 모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간을 용납하지 못한 것이라고 본다"라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청년에게 (진로 탐색의) 시간을 주지 않는 문제와 함께 시간이 보장되지 않는 상태에서 어떤 정책으로 내모는 형태로 (청년을) 조직하는 것은 정책의 실효성이나 효과를 떨어지게 할 수밖에 없다"라면서 "이미 시행되고 있는 비슷한 정책에 대한 비판도 있는데, 그런 것에 대한 고려나 우려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고 낸 의제라고 생각한다"라고 지적했다.

'민달팽이 유니온(청년주택협동조합)' 회원인 박향진(26)씨 역시 "자꾸 어떤 정책을 가지고 이런 식의 방향이 옳으니 청년들에게 정신 차리라고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개탄했다. 아울러 "청년을 한 사람의 주체로 뭘 원하는지 묻지 않고, 항상 (일자리 창출만을 위한) 도구로만 생각하나. 청년이 원해서 가는 길을 도와주는 정책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태그:#정운천, #일자리, #새누리당, #오지, #청년유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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