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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에도 시원하게 산책 할 수 있는 도림천 지붕 고가다리.
 한여름에도 시원하게 산책 할 수 있는 도림천 지붕 고가다리.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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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림천(道林川)은 서울시 관악구 관악산에서 발원하여 관악구·동작구·구로구·영등포구를 거쳐 신정교 근처에서 안양천에 합쳐져 한강으로 흘러가는 약 14km 길이의 하천이다. 도림천은 예로부터 근처에 풀이 많아 조선시대에 국가에서 말을 기르던 양마장(養馬場)이 있었던 데서 마장천(馬場川)이라고도 불렸고, 하천이 자리한 동네이름도 원지목리(遠芝牧里)였다.

이후 일제강점기 때인 1914년 전국적인 행정구역 개편 때 동네 이름이 도림리(경기도 시흥군 북면)가 되었고 이때부터 그 지역을 흐르는 하천이란 뜻으로 도림천이라 불리게 되었다. 이름에 걸맞게 지금도 하천 곳곳은 수풀로 우거져 있다.

2호선 전철 도림천역에서 대림역, 구로디지털단지역, 신림역 등 전철역이 하천을 따라 나있어 어디서나 접근하기 쉬운 도심 속 좋은 산책길이다. 자전거를 타고 도림천역에서 출발해 하천 양쪽 길을 오가며 왕복 주행할 수 있는 자전거 여행 코스이기도 하다. 2호선 전철고가가 산책로 위에 지붕처럼 지나가다보니 강한 햇살이나 비를 막아준다. 한 여름엔 에어컨 바람이 불어오는 시원한 산책로 혹은 자전거도로로 알음알음 알려진 곳이 도림천이다.
또한 하천이 경유하는 4개의 구(區)를 지나가다보니 구마다 하천의 느낌이 달라 여행하는 기분을 들게 해준다. 도심속 다른 하천들과 풍경이 많이 달랐다. 오래된 하천변에 자연스레 자리한 전통재래시장에 들러보는 재미도 빠질 수 없다. 특히 천변에서 만난 '도림천에서 용 나는 작은 도서관'이라는 재미있는 이름의 공공 도서관 있어서 더욱 기억에 남는다.

진짜 차이나타운, 개천에서 용 나는 도서관이 자리한 도림천

수풀로 우거진 도림천변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시민들.
 수풀로 우거진 도림천변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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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나무 울창한 도림천변 위 제방길. 봄엔 숨겨진 벚꽃 명소다.
 벚나무 울창한 도림천변 위 제방길. 봄엔 숨겨진 벚꽃 명소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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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변에 우거진 수풀 사이로 갈대와 억새꽃들이 피어나는 게 가을 분위기가 물씬했다. 산책하는 사람, 자전거 라이더, 하천가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시민들 모두 표정이 좋다. 폭염과 열대야로 지치고 막막했던 지난 여름을 떠올려보면 이 가을은 예년과 다르게 다가온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천변에 각종 중장비 기계들과 쓰레기 차량이 늘어서 있었고, 개천물에는 벌레가 들끓어 악취가 말도 못했다는 말이 믿기지 않게 하천물이 맑고 천변에 수풀이 우거져 있었다.

2호선 대림역 푯말을 보고 전철역으로 올라갔다. 대림역 12번 출구 바로 앞에 이어진 '대림중앙시장(영등포구 대림2동)'에 들어서면 진짜 차이나타운을 볼 수 있다. 유명 관광지가 된 인천의 차이나타운과 달리 중국 동포들의 일상과 먹거리가 고스란히 나와있는 곳이다.

백두산 호프, 장백산 식당, 연길 냉면 등 거리에 늘어선 이채로운 간판들과 시장 풍경을 사진에 담다보면 몇 몇 상인들이 오히려 필자가 신기한 듯 사진은 왜 찍느냐고 묻기도 한다. 이럴 땐 살짝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하면 같이 웃거나 별 싱거운 사람 다 보겠네 하는 표정으로 대부분 넘어간다. "그냥 좋아서요!"

이 시장은 대륙의 별별 음식을 맛볼 수 있어서 종종 들르게 된다. 빠오즈(중국식 만두 혹은 찐빵)부터 시작해 양꼬치, 훠궈(중국식 샤브샤브), 돼지 간 무침, 중국 송나라 때 시인 소동파가 사랑했다는 돼지고기 요리 동파육, 윈난성에서 온 윈난 쌀국수까지 없는 게 없을 정도다.  

중국 동포들의 일상이 묻어있는 진짜 차이나타운, 대림중앙시장.
 중국 동포들의 일상이 묻어있는 진짜 차이나타운, 대림중앙시장.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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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별별 음식들이 있어 종종 찾아가게 되는 대림중앙시장.
 대륙의 별별 음식들이 있어 종종 찾아가게 되는 대림중앙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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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호선 신대방역을 지날 땐 천변 산책로 위에 난 제방길로 들어섰다. 둑방길 양옆으로 벚나무가 울창하게 들어서있어 숲속 오솔길을 지나가는 듯 기분이 참 상쾌했다. 봄엔 화사한 벚꽃길로 동네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길이다. 두 사람이 지나가면 꽉 차는 작은 오솔길이라 자전거에서 내려 걸어갔다. 빨리 지나가면 갈수록 손해 보는 길이지 싶었다.  

도림천의 상류지역인 신림역엔 두 개의 천변 시장이 자리하고 있다. 중고등학교 시절 다녔던 교회에서 주일마다 교우들과 찾아갔던 추억의 순대시장이 아직도 번성하고 있어 반가웠다. '원조민속순대타운(관악구 신림동)'이란 시장 입구 간판이 무색하지 않았다. 도림천을 사이에 두고 순대시장 맞은편엔 50년 전통의 신원시장이 있는데 도림천 상류 끝까지 갔다가 돌아오던 중 이곳에서 저녁밥을 먹었다.  

동네 골목길 따라 터널처럼 횡으로 길게 이어진 신원시장 끄트머리에 칼국수와 보리밥을 파는 식당이 있다. 맛집 방송이 너무 많고 흔하다보니 TV에 나왔다는 식당 아주머니 말에 처음엔 그리 믿음이 가진 않았다. 꽁보리밥을 시키면 작은 그릇에 칼국수를 담아 주는데 가격이 4500원으로 무척 저렴했다.

국수를 한 젓가락 입에 넣자 혀를 휘감는 면발의 쫄깃함에 두 번째로 놀랐다. '생칼국수'라며 식당 주인장 아주머니가 자랑할 만한 식감이 느껴지는 국수였다. 반찬으로 주는 김치의 양념과 아삭함도 식당에서 흔히 먹는 중국산 김치와 달랐다. 도림천변의 가성비 좋은 맛집으로 추천할 만 했다. 신원시장에선 10월 22일(토) 달빛축제를 한다니 가봐야겠다.  

저렴한 가격에 생칼국수와 꽁보리밥을 맛있게 먹었던 신원시장 맛집.
 저렴한 가격에 생칼국수와 꽁보리밥을 맛있게 먹었던 신원시장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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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변에 있는 재미있는 도서관, '도림천에서 용 나는 작은 도서관'
 천변에 있는 재미있는 도서관, '도림천에서 용 나는 작은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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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림천 승리교 아래를 지나다보면 하천변 위로 웬 용 한 마리가 물길을 지긋이 쳐다보고 있다. 이름도 재미난 '도림천에서 용 나는 도서관(관악구 신림로 297)'이다. 컨테이너 크기의 아기자기한 미니 도서관으로 '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처럼 동네 아이들이 이곳에서 책을 읽으며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기 바란다는 의미에서 이런 도서관 이름을 짓게 되었단다. 노천카페 같은 도서관 옥상에 앉으면 도림천 풍경과 따스한 햇살이 펼쳐져 책이 더 잘 읽힐 것 같았다.  

저 앞으로 관악산이 우뚝 서있는 도림천 상류 끝에는 백로가 길쭉한 다리로 산책을 하고, 작은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유영하는 맑은 물길이 이어졌다. 천변에 서있는 안내판을 보니, 평소 물이 잘 흐르지 않는 건천인 도림천에 흐르는 물은 관악산 계곡수와 한강물을 끌어 올린 물이라고 한다.

한강에서 3만톤의 물을 가져와 구로디지털단지역 주변에 1만6000톤, 관악구 동방1교 주변에 1만4000톤의 물을 흘려보낸다고. 관악구 지역의 상류 천변엔 테마공원, 벽화 등이 잘 꾸며져 있었다. 자칫 조경에만 신경 쓴 인공적인 하천에 머물지 말고 생명이 호흡하는 생태하천으로 시민들 곁을 오래오래 흘렀으면 좋겠다.

도림천 상류에 놀러온 '롱다리' 백로.
 도림천 상류에 놀러온 '롱다리' 백로.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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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서울시 ‘내 손안에 서울’에도 송고했습니다.



태그:#도림천, #대림중앙시장, #도림천에서용나는도서관, #신원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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