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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에 대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문화예술위가 미르재단 설립을 위해 대기업을 압박했다는 민감한 내용의 회의록을 삭제해 국회에 제출했다며 박명진 한국문화예술위원장에게 "회의록 제출과 관련해 누가 왜 조작했는지, 누구의 지시였는지, 어디까지 보고한 것인지 설명하라"고 지적했다.
▲ 도종환 "삭제된 회의록 누구 지시인가"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에 대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문화예술위가 미르재단 설립을 위해 대기업을 압박했다는 민감한 내용의 회의록을 삭제해 국회에 제출했다며 박명진 한국문화예술위원장에게 "회의록 제출과 관련해 누가 왜 조작했는지, 누구의 지시였는지, 어디까지 보고한 것인지 설명하라"고 지적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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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 아래 위원회)의 회의록 삭제 문제가 1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장을 달궜다. 위원회가 '손 보기 전' 작성된 원본 회의록에는 정부가 미르재단 설립을 위해 대기업을 압박했다는 증언뿐만 아니라, 청와대가 위원회 심사 및 심사위원 선정에 개입하고 있다는 정황도 들어있었다.

<오마이뉴스>가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173차 위원회 회의록(2015년 11월 6일)' 원본을 보면,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이 "미르(재단)"를 거론하며 "(정부가) 대기업의 발목을 비틀었다"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포스코 사외이사이기도 한 박 회장은 포스코 이사회에서 벌어진 일을 공개하며 "30억 원을 (미르재단에) 내야 한다"고 말했고, 실제로 포스코는 미르재단에 30억 원을 입금했다.

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박 회장은, 재정경제부 제1차관 출신으로 박근혜 정부의 핵심사업인 국민행복기금 초대 이사장과 전국은행연합회장을 지냈다. 동시에 박 회장은 포스코와 두산인프라코어 사외이사이기도 하다.

박 회장이 미르재단과 관련된 불만을 토로하자, 회의를 주재한 박명진 위원장은 자신은 미르재단과 관련해 잘 모른다는 점을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위원장 자격의 자신이 아닌 박 회장이 나서야 한다며 소극적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경총회장 "미르재단 만든 정부, 대기업 발목 비틀어..."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에 대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미르재단 설립을 위해 대기업을 압박했다는 민감한 내용의 회의록을 삭제해 제출했다고 지적이 이어지자, 박명진 한국문화예술위원장(오른쪽)이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 문예위 회의록 삭제 제출 의혹에 곤혹스러운 박명진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에 대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미르재단 설립을 위해 대기업을 압박했다는 민감한 내용의 회의록을 삭제해 제출했다고 지적이 이어지자, 박명진 한국문화예술위원장(오른쪽)이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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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와 관련된 모든 내용은 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한 '수정본 회의록'에는 빠져 있었다. 회의록에서 삭제된 미르재단 관련 내용의 전문은 아래와 같다.

박병원 위원 "오늘 포스코 이사회를 하다가 여기에 늦을 것 같아서 중간에 나왔다. 길이 막혀 늦어서 죄송합니다만, 거기(포스코 이사회)에서 기가 막힌 일이 있었다. 국제문화예술교류를 위한 재단을 새로 만드는데, 포스코에서 30억 원을 내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따져 물었더니, 이미 재단법인 '미르'라는 것을 만들어서…. 미르가 아마 용이라는 뜻인 것 같다. 그래서 (정부가) 전경련을 통해 대기업의 발목을 비틀어서, 이미 450억~460억 원을 내는 것으로 굴러가는 것 같다.

그런데 한중일 정상회담 때문에 리커창이 한국을 왔다 가지 않았나. 리커창이 한중 간에 문화예술교류를 활성화시키자는 이야기를 하면서 뭔가가 됐을 것이다. 그것을 서포트(지원)하는 수단으로 이것(미르재단)을 만들었다고 설명하면서, 이것은 이미 이사회의 추인만 원하는 것이지 이사회에서 부결을 하면 안 된다고 해서 부결도 못하고 왔다.

그런데 이것을 문화체육관광부가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 외교부가 하는데 문화체육관광부가 적절하게 개입을 못해서 이런 일이 생겼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건 사실 그렇게 할 일이 아니다. 정상적으로 하면 우리 문예진흥기금으로 한중 간에 문화예술활성화 사업을 따로 만들어서 여기에서 하라는 식으로 일을 했어야 한다. 그런데 아까 말씀드린 방향으로 굴러가기 때문에…. 이미 재단을 다 만든 모양입니다만, 우리 위원회 입장에서는 이런 식으로 일을 하는 것에 시비는 한 번 걸어야 되지 않겠나?"

박명진 위원장 "박 위원이 시비를 한 번 걸어 주시면…."

박병원 위원 "어디까지나 위원장님의 이름으로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졌나?', '문화체육관광부는 이것을 모르고 있었나?'라고 시비를 걸어야 한다. 우리가 보기에 문화체육관광부가 이런 것을 모르고 있어서는 안 되고, 혹시 알았다면…. 재단법인을 새로 하나 만들려면 그 자체의 비용이 얼마나 많이 들어가나. 거기에 이사회를 두면 경비의 손실이 굉장히 크다.

그냥 우리한테 맡겨주면 추가로 아무런 비용이 안 들고, 소위 간접비용의 손실 없이 고스란히 국제문화예술교류사업에 쓸 수 있을 텐데, 괜히 (미르재단을 설립해) 간접비용이 엄청 들어갈 것 같다. 제가 오늘 그것을 알게 됐기 때문에 위원회 입장에서 문화체육관광부를 통해 경유를 알아보고, 문화체육관광부가 이를 몰랐는지, 알고도 방치하고 있었는지, 논의를 했는데 역부족이라 어쩔 수 없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박명진 위원장 "저는 그게 '메세나'와 겹친다고 생각했다. '메세나가 있는데 이것을 왜 따로 만들어야 하나?'라고 생각했다.

박병원 위원 "이 이야기를 들었었나?"

박명진 위원장 "아뇨. 신문에도 이야기가 나와서 (알았다). 저는 '우리한테 주면 더 효과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까지는 못했다. 굉장히 좋은 의견이다. 앞으로 그런 유사한 일이 있으면 노력하겠다. 그리고 문화체육관광부에도 한 번 문의를 해서 다음 번 회의에 그 답을 주도록 하겠다. 아니면 그 전에라도 알려드리겠다."

문예위원장 "편집 후 원본 삭제가 관례"

삭제된 회의록의 문제점은 이 뿐만이 아니다. A위원은 회의 말미에 청와대가 심사위원 선정에 개입했다고 비판하는데, 이 내용 역시 수정본에서 삭제됐다. A위원이 한 말은 다음과 같다.

"제가 여기에 와서 놀란 것 중 하나가 뭐냐면…. ○○○ 부장이 저한테 공문을 준 게 뭐냐면 심사위원 추천권과 관련된 것이었다. (그래서) 심사위원을 추천했다. (그런데) 안 받아졌다. (중략) 제가 얼굴을 붉히고 우겨서 1명을 (심사위원에) 넣은 분이 대전에 있는 ○○○미술관의 관장이었는데, 결국 그 분도 청와대에서 배제한다는 이유로 심사에서 빠졌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지적을 받아 진행된 '문예진흥기금사업 지원심의'의 감사 내용도 수정본에는 사라져 있었다. 감사 내용을 발표한 감사부장은 지원심의의 미흡한 점을 일일이 거론하고, 관련자들의 징계 처리를 요구한다고 보고했다.

(원본) "첫 번째부터 세 번째 보고사항은 유인물로 갈음하고 네 번째(문예진흥기금사업 지원심의 감사)와 다섯 번째 보고사항을 보고 드리면서 위원님들의 의견을 듣겠다." → (수정본) "첫 번째부터 네 번째 보고사항은 유인물로 갈음하고 다섯 번째 보고사항을 드리면서 위원님들의 의견을 듣겠다."

이날 국정감사에서 도 의원은 "회의록을 통해, (정부가) 전경련을 동원해 대기업들로부터 강제로 (자금을) 모금해 미르재단을 설립했다는 그 동안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라며 "박병원 회장을 오는 13일 문화체육관광부 종합감사에서 기관 증인으로 출석시켜 줄 것을 유성엽 상임위원장에게 요청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도 의원은 박명진 위원장을 향해 "왜 이렇게 조작된 회의록을 제출했나. 우리 국회가 그렇게 허술하게 보였나"라며 "문예위의 조작된 회의록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를 능멸하고 국민을 속이는 행위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도 의원은 "(박 위원장은) 회의록 제출과 관련해 누가 왜 조작했는지, 누구의 지시였는지, 어디까지 보고한 것인지 설명하라"라고 덧붙였다.

박 위원장은 "회의록 문제는 취임한 이후로 신경을 써본 적이 없었다. 저의 큰 불찰이다"라면서도 "회의록 초안은 그대로 보전하는 게 아니라 편집해서 보전하는 게 관례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신상발언이나, 여담에 속하는 것들은 위원들이 삭제 요청을 한 것"이라며 "초안은 정리한 후 삭제하기 때문에 저도 볼 수가 없다"라고 주장했다.

도 의원은 "박 회장에게 확인했는데, '빼달라고 말한 적이 없다'고 한다. 임의로 (미르재단 내용을) 빼서 (수정본을 국회에) 보낸 것"이라며 "박 위원장이 심각한 위증을 하고 있다"라고 반박했다.

유성엽 위원장도 "(위원회에서) 허위, 조작 자료를 국회에 제출했고, (거기엔) 미르재단 관련 중대한 증언도 포함돼 있다"라며 "내용을 떠나 이건 상임위 차원에서 (책임을 물어야 할 정도로) 범법행위다"라고 지적했다.


태그:#미르재단, #청와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회의록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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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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