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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울산 시내가 물에 잠긴 5일, 중구 태화동의 한 거리에서 주민들이 겨우 걸어서 안전한 곳으로 걸어가고 있다.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울산 시내가 물에 잠긴 5일, 중구 태화동의 한 거리에서 주민들이 겨우 걸어서 안전한 곳으로 걸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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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남부지방을 강타한 제18호 태풍 차바로 울산에서는 3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 당하는 등 5명의 사상자와 2968건의 주택 침수로 이재민 143가구 329명이 발생했다.

울산은 이외 차량 1670건, 도로 618건, 공장 107건이 침수되고, 옹벽·제방붕괴 45건, 산사태 21건 등 피해신고가 6289건으로 많았다. 신고된 피해액만 800여억 원에 이른다. 여기다 농경지 1446㏊가 침수 또는 유실되는 등 농민들의 피해도 컸다.

울산에서 피해가 가장 큰 곳 중 하나는 태화강 상류에 있는 울주군 반천현대아파트로, 태화강이 범람하면서 920여 세대 2500여 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이 아파트단지 지하주차장과 1층이 침수되면서 1명이 숨지고 차량 1000여 대가 피해를 입었다. 특히 단전단수로 그동안 20층에 사는 아파트 주민들이 큰 고통을 겪었다. 울산시는 10일 "이날 오전, 이 지역 응급복구가 거의 완료됐다"라고 밝혔다.

또 피해가 컸던 한 곳은 중구 태화시장과 바로 옆 우정시장이다. 울산지역 최대 전통시장인 이곳은 태화강 하류 바로 위에 있지만 이번 태풍으로 시장이 침수된 것은 태화강 범람과는 관련이 없다. 시장 바로 뒤에 있는 함월산에서 내려온 물이 시장을 덮친 원인이 됐다.

전문가는 물론 이 지역에 오래 거주한 주민들은 이번 울산 중구의 태풍피해가 함월산을 파괴한 데 따른 인재라고 입을 모은다.

함월산 개발-혁신도시 건설, 산 아래 전통시장 침수 불렀나

울산의 주산인 함월산은 군사정부 당시 주민, 시민단체의 반대에도 택지로 개발됐다. 함월산은 아름드리 소나무 등 울창한 숲과 풍광으로 유명했지만 울산이 산업화로 인구가 늘어나자 군사정부 때인 1980년대 말 함월산 개발을 강행했던 것.

울산 중구 출신 김태호 전 내무부장관은 함월산 택지개발조성사업을 앞장서서 추진했고, 그 후 함월산 정상 부위가 37만 평이 깎여 나가고 땅값이 치솟았다. 함월산 개발에 반대해온 시민단체 등은 "함월산 개발과 몇몇 갑부가 된 사람들과는 연관이 있다"고 봤다.

이어 함월산 자락 태화·우정시작 뒷쪽은 입주할 공공기관 노조들이 갖가지 의혹을 제기했지만 결국 지난 2005년 말 울산혁신도시로 선정됐다. 지역내에서도 도심 한가운데 선정된 울산혁신도시 부지를 두고 (땅 소유자를 위한)특혜 의혹 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관련기사 : 울산혁신도시 선정 의혹, 다시 도마위로)

결국 울산 우정혁신도시는 10개 공공기관 입주가 완료돼 현재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이 지역 주민들은 이번 태풍 피해의 한 원인으로 함월산 개발과 함께 혁신도시 건설을 지목하고 있다.

이 분야 전문가인 조홍제 울산대 교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태화시장의 경우 상류에 LH공사가 설치한 저류지가 제역할을 하지 못한 것이 수재의 한 원인"이라며 "저류지는 일정한 빗물을 저장했다가 상부로 물을 조금씩 자연스레 흘려보내야 저지대가 홍수 피해를 보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혁신도시에 설치된 저류지 기능을 사실상 상실했다는 것이다.

이 지역에서 오래 거주한 주민들은 함월산의 잇따른 개발로 홍수조절 기능이 마비됐다는 점을 원인으로 든다.

울산인권운동연대 최민식 대표는 "함월산 개발과 혁신도시 건설로 인해 긴 세월동안 자연스럽게 흐르던 실개천들은 없어지고 숲이 깎여 나가는 등 생태가 파괴됐다"라면서 "이 상태에서 순식간에 내린 많은 비가 태화강에 유입되는 명정천과 유곡천에 쏠리면서 하부 시장쪽을 덮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지역에 오래 거주하는 사람들은 다 알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혁신도시의 우류저수조와 배수시설이 잘못 시공된 점은 없는지도 살펴봐야 한다"라면서 "지난 세월 한번도 수해 피해를 입어본 적이 없는 태화시장 부근이 이번에 큰 피해를 본 원인을 파악하는 것은 앞으로를 위해 꼭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태그:#차바, #태풍, #울산, #함월산, #우정혁신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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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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