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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 한눈에

  • 금속노조 대창지회가 회사 측의 노조 와해 시도 정황이 담긴 녹음 파일 3개를 공개했다.
  • "기업노조 설립" "노조 간부 솎아내기용 구조조정"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 노조 측은 "헛소문 퍼트리지말고 노조 파괴 멈추라"는 입장, 회사 측은 녹음 파일 건에 대한 답변을 하지 않는 상황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경기지부 대창지회는 노동조합 인정과 조합 활동시간 보장 등을 요구하면서 지난 8월 17일부터 총파업을 벌이고 있다(관련 기사 : '입사 11년차 시급 6149원... 이런데도 노조 활동 막는다?).

대창지회는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회사가 생활고에 직면한 조합원과 당진공장의 조합원 등을 대상으로 조합 탈퇴를 통한 노조 와해를 시도하고 있다는 의혹을 거두지 않고 있다. 지난달에는 불과 보름 사이 조합원 18명이 무더기로 탈퇴했기 때문이다.

대창지회는 5일 회사의 노조 와해 정황을 담은 녹음파일을 공개하면서 이런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기자가 6일 오후 대창지회를 통해 입수한 녹음파일은 모두 3개. 하나는 시흥공장의 A과장과 한 조합원이 지난 4일 오전에 나눈 대화 내용이 담겨 있다. 나머지 두 개는 5일 서울사무소에서 B부장과 노조 대의원이 나눈 대화를 녹음한 파일이다.

시흥공장의 녹음파일(첫 번째 녹음파일)에서 A과장은 "회사가 10월 20일께 탈퇴하는 50여 명과 사무직까지 합쳐 기업노조를 설립하려고 준비하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또한 A과장은 "생산물량을 5000톤가량으로 줄여 '최악당'(노조 간부 등)을 대상으로 한 구조조정도 준비하고 있다"라고 털어놨다.

서울사무소 파일(두 번째, 세 번째 녹음파일)엔 노조 탈퇴자들에 대한 승진과 임금인상 등을 약속하면서 노조 탈퇴가 진행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특히 금속노조 탈퇴 방법까지 알려주면서 10월 중 탈퇴를 설득하는 대목도 확인됐다.

"사무실까지 다 합쳐서 130여 명으로 기업노조 만드는 거지"

금속노조 경기지부 대창지회는 사측의 노조 와해 시도 정황이 담긴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모두 3개였다.
 금속노조 경기지부 대창지회는 사측의 노조 와해 시도 정황이 담긴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모두 3개였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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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공장에서 녹음된 파일은 중간 중간 잡음이 있으나 대체로 또렷하게 들렸다. A과장은 노조를 탈퇴한 상태다. 그는 조합원과 단 둘이 있는 생산현장에서 "나는 노조가 이기면 나간다고 했어"라고 말문을 연 뒤, 기업노조 설립 움직임을 귀띔했다.

이에 대해 노조 관계자는 "한국노총에 전화해 대창지회의 상황을 얘기했다, 회사에서 복수노조를 만들어 가입하려고 해도 절대 받아주지 않을 것이라는 확답을 들었다"라며 "회사에서 기업노조를 만들겠다는 것은 대표노조로서 대창지회의 지위를 흔들려는 치졸한 공작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A과장 : "임·단협은 올해 안으로 해야 해."
조합원 : "임·단협을 한 회사에서 두 개 하는 법이 없잖아요?"

A과장 : "(대창에) 노조가 2개 만들어지는 거지."
조합원 : "노조를 2개 만들겠다고? 안 만든다며?"

A과장 : "노조를 만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는 거야. 기업노조로."
조합원 : "아니, 지금 몇 명이나 된다고?"

A과장 : "사무실까지 다 합치면 130여 명이잖아."
조합원 : "사무실까지 다 한다고?"
A과장 : "과장급까지 임원 빼고 다 될 거야."

이어진 대화에서 A과장은 조합원 탈퇴와 관련한 회사의 시나리오에 대해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했다. A과장은 "내가 9월 달에 먼저 탈퇴하는 바람에 양쪽(함께 탈퇴하려고 했던 50명과 노조)으로부터 욕을 먹었다"라고 투덜댔다.

A과장 : "나도 원래 10월 20일에 50명하고 같이 (탈퇴)하려고 한 거야."
조합원 : "10월 20일에 50명? 뻥치지 말고, 진짜?"

A과장 : "이거 흘리면 안 돼. 너 진짜 흘리면 안 돼. 너 믿고 얘기하는 거야."
조합원 : "이 사람들은 뭐야?"

A과장 : "거기 총대매고 있는 사람이 한 명 있어."
조합원 : "그럼 이 사람이 지금 (탈퇴시기를) 재고 있는 거야?"

"나중에 탈퇴하면 자리 없어... 구조조정해 솎아내는 거지"

6일 오후 금속노조 대창지회가 시화공장 앞에서 ‘투쟁승리 문화제’가 끝난 후 참가자들이 어깨동무를 하고 투쟁결의를 다지고 있다. 금속노조 경기지부 등 주최로 열린 이날 문화제에는 대창지회 조합원과 건설노조 중서부지부 조합원 등 모두 500여명이 참가했다.
 6일 오후 금속노조 대창지회가 시화공장 앞에서 ‘투쟁승리 문화제’가 끝난 후 참가자들이 어깨동무를 하고 투쟁결의를 다지고 있다. 금속노조 경기지부 등 주최로 열린 이날 문화제에는 대창지회 조합원과 건설노조 중서부지부 조합원 등 모두 500여명이 참가했다.
ⓒ 대창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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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과장은 회사의 생산량 감소와 구조조정 계획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이 대목에서도 A과장은 조합원에게 "나중에 나오면 자리가 없다, 맨 마지막에 나온 사람은 인원이 찼기 때문에 다른 데로 보내든가 한다"라면서 노조 탈퇴를 채근했다. 은근한 겁박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노조 관계자는 "구조조정 등 인원 감축은 충분한 해고 사유가 있어야 가능하다, 그런데 파업을 해 물량이 줄었다고 해고를 한다? 파업을 하면 물량이 줄어드는 건 당연한 것"이라면서 "회사가 인원 정리를 할 명분이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A과장 : "회사에서 이번 주에 정리정돈하고 워밍업하고 다음 주부터는 본격 생산 들어가. 다 돌리게끔 되 있잖아. 많이는 못 돌려. 기본 2000톤 정도 생산할 것 같아."
조합원 : "2000톤이요?"

A과장 : "알려줄까? 앞으로 5000톤밖에 안 한대. 다 정리돼도 5000톤이래. 그래 갖고 어차피 구조조정해서 하여튼 저기한 사람들 다 내보내겠대. 5000톤이면 3분의 1은 나가야 된대. 최악당들만 나가게 되는 거지."
조합원 : "몇 명이라고?"

A과장 : "여기 정리되고 어느 정도 가면 구조조정하는 거지. 그건 법적으로도 상관없대. 회사가 1만 톤 하다가 5000톤 하는데 인원을 다 갖고 가? 정식으로 구조조정 할 수밖에 없는 얘기가 나오는 거지."
조합원 : "아, ××"

조합원 : "회사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 그거마저도 거부하면서 생산량을 줄여서 인원을 줄이겠다는 거야?"
A과장 : "(노조 간부 등을) 솎아내려고 하는 거야. 나중에 안정이 되면, 모든 게 정상이 되면 다시 (생산량을) 올리지."

"회사가 문 닫지는 않을 거야, 1년도 버틸 수 있거든"

대창지회 조합원들이 지난 9월 30일 오후 '단협쟁취 민주노조 사수'를 위한 결의를 다지고 있는 모습. 왼쪽에 '죽음의 공장으로부터 노동자 목숨을 사수하자!'는 현수막이 시선을 끈다.
 대창지회 조합원들이 지난 9월 30일 오후 '단협쟁취 민주노조 사수'를 위한 결의를 다지고 있는 모습. 왼쪽에 '죽음의 공장으로부터 노동자 목숨을 사수하자!'는 현수막이 시선을 끈다.
ⓒ 박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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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대화는 10월 중 현장 가동으로 이어졌다. A과장은 "회사는 11월, 12월이 되도 노조 인정 안 해, 절대 안 해, 해결될 때까지 1년도 버틸 수 있다는 거야"라며 조합원에게 노조 탈퇴를 거듭 종용했다.

이와 관련 노조 관계자는 "재고가 바닥이 나 생산을 하지 않고는 버틸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라며 "수입 및 하도급으로 중요 업체에 공급하고 있으나 한계에 직면해 있는 상태다, 현재 불법하도급을 통해 물량이 들어오고 있으나 이것도 이번 달에 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이 실시되면 어려워 질 것"이라고 밝혔다.

조합원 : "왜 이 시점(10월)에서 기계를 가동하는 거야? 이해가 안 되네."
A과장 : "지금 가동을 해서 1000톤 정도 생산해야 모든 게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는 거야. 상장 회사잖아."

조합원 : "상장회사 때문에 1000톤 정도는 생산해 줘야 돌아갈 수 있다?"
A과장 : "우리 목표가 2000톤이잖아. 외주 등 하면 3500톤이야. 내년까지 버틴다 이거지. 회사는 문 닫기가 싫은 거지. 문 닫지는 않으려는 거야. 만약에 (생산) 포기하면 이거 저거 문제가 생겨. 직장폐쇄를 하든 뭐든 나와야 돼."

조합원 : "직장폐쇄 왜 안 해?"
A과장 : "절대 안 하지. 이슈가 되고 법에 문제가 될 수 있으니까."

서울사무소에서 녹음된 두 개의 파일엔 B부장이 노조 대의원에게 일관되게 노조 탈퇴를 유도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B부장 : "네가 가자고 했으면 (탈퇴를) 주도를 했어야지."
대의원 : "급여 조건은?"

B부장 : "이번에 다 반영해 준다고 했잖아. 조만간 다 올려서 해줄 거 같아. 내년에 과장으로 진급을 해야 할 거 아냐. 급여도 더 올라가고."

B부장: "이거를 해 가지고 금속노조에 팩스로 보내면 끝난다고 하더라고. 다른 거 할 필요 없이. 너 한다고 하면 나는 총무과에 해 가지고 급여 받을 수 있도록 조치는 취하지."
대의원 : "이번 달 10월부터요?"

대창지회는 지난 4일 회사와 18차 단체교섭을 진행했으나 논의는 평행선을 달렸다. 회사는 "전면파업 풀고 협상을 하자"고 요구했으며, 노조는 "조합 활동을 보장해주면 전면파업을 풀고 조업을 재개하면서 협상하겠다"라고 응답했다. 현재 조합원 수는 240명이다.

나일권 지회장은 녹음 파일과 관련해 "회사가 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한 공작을 펼치고 있으나 우리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다"라면서 "조합은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헛소문을 퍼트리지 말고 노조 파괴를 당장 중단하라"고 말했다.

나 지회장은 "10월 중순께는 경기지부에서 전국금속노조로 연대투쟁을 확대하고, 생활이 어려운 조합원들을 지원하기 위한 기금도 경기지부 차원에서 준비하고 있다, 보다 확실하게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녹음파일과 관련 회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기자가 문자와 전화로 수 차례 관계자에게 연락을 했으나 닿지 않았다. 녹음 파일이 유출되면서 입단속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태그:#(주)대창, #대창지회 총파업, #대창 노조 와해 정황 녹음파일, #대창지회 문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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