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딱딱한 사무실에 생기가 없어 화분을 들여놓다보니 어느새 작은 숲 같습니다. 서너명이 널찍이 앉은데다가 별일 없이 조용합니다. 간혹 들리는 컴퓨터 자판 소리만 없으면 숲속 절간 같습니다. 클래식을 좋아하는지라 아침부터 나지막히 틀어놓습니다. 직원 중에는 바리스타 취미를 가진 사람이 있어 모닝 커피를 내리는 향이 그윽하니 소리와 향과 숲의 정취가 어우러집니다.

언제부터고 그림을 걸어놓고 싶었는데 마침 큼지막한 나이아가라 폭포 전경을 구해 자리 뒤쪽 벽면 전체에 걸어놨습니다. 거대한 폭포는 보기만해도 장엄함이 있습니다. 천길을 떨어지는 폭포의 물안개가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을 타고 구만리 장천을 솟습니다. 무릉도원이 멀리 있어보이지 않습니다.

어느날은 그래도 정적인 느낌이 무언가 허전합니다. 역시 살아움직이는 것이 있느니만 못한 것 같습니다. 하여, 작은 열대어 두마리를 구해와 책상 위 예쁜 도자기 대접에 풀어놨습니다. 하나는 온통 붉고 하나는 갈색 줄무늬를 가졌습니다. 띄워놓은 나뭇잎 사이로 두놈이 연신 즐거이 헤엄쳐 노닙니다. 아, 이제 딱입니다. 아침 출근길을 두 녀석이 항시 반겨줍니다. 그들에게서도 삶의 생동감이 무엇인지 느껴져 옵니다. 녀석들을 보고 있노라면 십여분이 금새 지나갑니다. 밤사이 잘 지냈는지 살피는 것이 일과가 됐습니다.

그렇게 열흘이 지났을까, 출근길 가방을 놓다가 순간 '억!'소리를 내며 적잖이 놀랐습니다. 붉음이가 하얀 배를 드러내고 뒤집힌채 둥둥 떠있었습니다. 애정을 기울여서인가요. 근자에 그리 놀란 적이 없습니다.

그 후로 줄무늬는 홀로 지냅니다. 둘이 지내다 혼자가 되니 녀석도 적적한가 봅니다. 나뭇잎 아래 들어가 나오지를 않습니다. 짝을 구해줄까 생각도 해봤지만 붉음이의 그 모양이 고개를 젓게 합니다. 다행히 줄무늬는 상당히 오래 갔습니다. 거의 석달을 족히 지낸 듯 싶습니다.

어느 날 아침, 이런, 줄무늬가 이상합니다. 입에서 거품을 뿜습니다. 매주 물을 갈아주고 신경을 썼는데도... 힘에 겨운지 바로 떠있지 못하고 모로 누웠습니다. 지난밤부터 주인을 기다린 듯, 가쁜 숨을 내쉬며 쳐다보는 것 같습니다. 모든 생명의 마지막은 애처로운가 봅니다.

'어여.... 가라.......'

기어코 그 모양을 또 보게 됐습니다. 이번에는 뜻하지않게 줄무늬의 마지막을 지켰습니다. 미물일지언정 집착이 가져오는 울림이 가슴 한구석을 아리게 합니다.

어느 결에 왔다가 이리 떠나는 것을...
부질없음이라.

더는 살아 움직이는 것에 마음을 두지 않으리.

붉음이와 줄무늬입니다.
지금은 그저 빈 대접에 잎을 띄어 놓았습니다. 미물에게든 사람에게든 마음을 빼앗긴다는 것은 괴로움입니다. 마음은 집착의 명수지요.
▲ 열대어 붉음이와 줄무늬입니다. 지금은 그저 빈 대접에 잎을 띄어 놓았습니다. 미물에게든 사람에게든 마음을 빼앗긴다는 것은 괴로움입니다. 마음은 집착의 명수지요.
ⓒ 전경일

관련사진보기




태그:#열대어, #집착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