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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박정희 대통령 가족 사진. 왼쪽부터 박근령씨, 박정희 대통령, 박근혜 현 대통령, 육영수씨, 박지만씨.
 고 박정희 대통령 가족 사진. 왼쪽부터 박근령씨, 박정희 대통령, 박근혜 현 대통령, 육영수씨, 박지만씨.
ⓒ 대한민국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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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9월 21일 오후 4시 21분]

1917년 11월 14일은 대한민국 대통령이었던 박정희가 태어난 해입니다. 그래서 내년인 2017년은 박정희 전 대통령(아래 '박정희')이 경북 구미시에서 태어난 지 꼭 100년을 맞이하는 해입니다. 이러한 박정희는 아시는 것처럼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거운 논란의 중심 인물입니다. 

박정희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가 '대한민국을 살린 위대한 지도자'라고 말하고,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민족을 반역한 친일 행적과 4.19 민주혁명을 짓밟은 지독한 독재자'로 비판합니다. 그런데 이처럼 양 극단의 평가가 존재하는 박정희를 두고 그를 비판하는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보기에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박정희 탄생 100년을 맞아 각급 자치단체가 세금으로 추진하고 있는 일련의 사업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중 지출 내역이 큰 사업 중심으로 몇 개만 살펴보면, 가장 먼저 박정희 생가 복원사업 286억 원입니다. 이어 박정희 기념공원 조성으로 297억 원, 그리고 새마을운동 테마공원 건설에 785억 원, 또 박정희 기념도서관 208억 원 등인데요. 이러한 총 열 네가지 사업에 약 1900억 원이 세금으로 소요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 엄청난 돈이 얼마나 큰 것인지 선뜻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있는데요. 얼마 전 새누리 정진석 원내 대표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세월호 특조위 1년 예산을 대비해보면 선명해집니다.

박정희 기념 예산은 세월호 특조위 15년 활동 가능한 예산

경북 구미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앞에 세워진 높이 5미터짜리 박정희 동상.
 경북 구미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앞에 세워진 높이 5미터짜리 박정희 동상.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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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원내대표는 세월호 특조위 활동기간 연장 요구에 대해 "하는 일 없이 수조 원 예산을 낭비했다"라며 "활동 기간 연장 검토는 일고의 가치조차 없다"라고 말했는데, 먼저 확인할 사항은 세월호 특조위에 정부는 수조 원 예산을 준 적 조차 없다는 겁니다. 지금까지 세월호 특조위가 배정받은 예산은 모두 151억 원입니다. 지난해인 2015년 8월 4일 처음 예산을 배정받을 때 예비비로 89억 원을 받았고 2016년 예산에서는 62억 원을 배정받았습니다.

그런데 그 배정받은 예산중 25억 원이 남아 있어 정확히 계산하면 세월호 특조위가 지금까지 쓴 정부 예산은 126억 원 정도 됩니다. 그런데 이것이 전부인데 정진석 원내는 뜬금없이 수조 원 운운하며 국민을 기만하는 한편, 정당한 세월호 특조위 활동조차 욕보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126억 원인 이 돈조차 너무 많다고 하는 분이 있다면 '박정희 탄생 100년'이라는 이 일에 그 15배가 넘는 혈세 낭비에 대해선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다시 말해서 박정희를 위해 쓰는 이 돈이면 세월호 특조위가 15년간 활동할 수 있는 예산인 것입니다.

이처럼 엄청난 세금으로 박정희 탄생 100년을 기념할 수 있는 힘은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요. 부인할 수 없습니다. 바로 현직 대통령이 그의 딸이라는 사실입니다. 살아있는 권력에 기대보겠다는 얄팍한 각급 자치단체장들의 인식이 이처럼 황당한 혈세 낭비 사업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개탄스러운 혈세 낭비를 넘어 이번에는 전 국민적 우상화 사업까지 준비하고 있어 국민적 개탄이 더욱 깊어지고 있는데요. 바로 미래창조과학부 우정사업본부가 박정희 탄생 100년을 맞아 기념 우표를 발행한다는 결정이 그것입니다.

유일무이한 전직 대통령 탄생 기념우표

1967년 제6대 대통령 취임기념 우표.
 1967년 제6대 대통령 취임기념 우표.
ⓒ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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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밝힌 자료에 의하면 우정사업본부는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돌'을 맞아 내년 7월에 기념 우표 60만 장을 발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러한 결정에 비판 여론이 제기되자 우정사업본부 측은 "기념 우표 발행 결정은 학계·언론계·사회단체 등이 참여하는 우표 발행 심의위원회가 결정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는데요. 과잉충성의 산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누가 봐도 부끄럽고 민망한 일입니다. 저는 이것을 보며 김영란법을 떠올렸습니다. 직무 연관성이 있는 이들에게는 3만 원짜리 밥도 얻어먹지 말라며 "이를 위반하면 처벌하겠다"는 것이 김영란법입니다. 그런데 현직 대통령의 아버지 탄생 기념 행사를 벌이고 있는 이 일이야 말로 김영란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중대한 위법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1900억 원의 혈세로 박정희 탄생 사업을 하는 면면을 살펴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 중구청인데 서울 중구청은  박정희가 1961년 5.16 군사 쿠데타 직전에 거주하던 서울 중구 신당동 주택을 박정희 공원으로 조성한다고 합니다. 여기에 들어가는 세금만 300억 원입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서울 중구가 이곳에 쏟아붓는 혈세 300억 원은 서울 중구청 1년 복지예산 중 1/3에 해당한다는 점입니다. 특히 서울 중구청이 처음 이 사업을 추진하기로 계획을 세운 때는 2013년으로 이때는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직후입니다. 이 당시 서울 중구청의 예산은 2536억 원으로 재정자립도는 44.7%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지경에 구 예산 중 11%에 해당하는 혈세를 박정희의 군사 쿠데타 모의장소 기념화에 사용하기로 했던 것입니다.

문제는 이것이 '박정희 신격화 놀이'와 전혀 다르지 않다는 점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박정희 하숙집 복원 사업입니다. 박정희가 일본 왕에게 '한 목숨 다 바쳐 충성함, 박정희'라는 혈서까지 쓰며  만주군관학교로 가기 전, 약 3년간 문경초등학교 교사 생활을 했는데 그 당시 박정희가 하숙을 하던 집을 복원한다며 무려 17억 원 혈세를 낭비한다는 것입니다. 과연 그럴 가치가 있는 일인가요?

하지만 '울릉도 관사 복원'사업 앞에서는 이 일도 초라해 집니다. 그야말로 우리가 비웃고 자랐던 '북한 권력의 우상화 놀음'과 한 치도 다르지 않은 코미디가 2016년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1962년 당시 박정희는 대통령이 아니었습니다. 1963년에 대통령이 됐고 이때는 국가재건 최고회의 의장 시절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때 울릉도 군수 관사에서 박정희가 하룻밤을 잤는데 이를 기념한다며 울릉군의 예산으로 12억 원을 썼습니다. 재정자립도가 고작 13%에 불과한 울릉도가 해야 할 일인지 비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덕이었을까요? 1962년 당시 울릉도를 방문한 박정희를 환대했던 당시 울릉군수가 훗날 관선 대구시장으로 영전한 것처럼, 현 최수일 울릉군수는 2015년 7월 8일 당시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전국 시장, 군수, 구청장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메인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최 군수는 박 대통령에게 '울릉도에서 만나는 박정희 1962 옛 울릉군수 관사' 등 자료를 건네는 등 눈에 띄는 행동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웃기는 일이 있습니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1962년 당시 박정희가 울릉도에서 1박을 한 것은 의도된 일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애초에는 군함을 타고 울릉도를 순시한 후 바로 돌아가려 했는데 그만 기상악화로 부득이 울릉군수 관사에서 하룻밤을 묵었다는 것입니다.

살아있는 권력에 아부하는 세금 낭비쇼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이었던 지난 2012년 2월 21일 서울 상암동 '박정희대통령기념·도서관'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이었던 지난 2012년 2월 21일 서울 상암동 '박정희대통령기념·도서관'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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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것이 '전부 살아있는 권력에 아부하기 위한' 일입니다. 그래서 비판받아 마땅한 일입니다. 많은 이들에게 비웃음을 사는 일이 하나 있지요. 바로 박정희 고향인 구미시 상모동에 세워진 거대한 박정희 동상입니다. 높이가 무려 5미터나 된다는 이 동상은 대한민국의 자랑이 아니라 부끄러움입니다.

이러한 모든 우스꽝스러운 박정희 추모 행사는 모두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환심을 사기 위한 의도로 벌어지는 이 일을 당사자가 적극 막지 않으니 경쟁적으로 벌어지는 것입니다.

물론 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내가 할 일은 했다"고 반박할지 모릅니다. 지난 2013년 6월 12일 "국가경제가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국민 세금을 들여서 기념공원을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라면서 아버지 기념사업에 반대 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는 반박입니다.

하지만 이 발언 이후 더 경쟁적으로 벌어지는 일련의 사업에 대해 그 어떤 제동도 걸지 않습니다. 2015년 7월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전국 시장, 군수, 구청장 초청 오찬 간담회' 당시 다른 단체장을 제치고 최수일 울릉군수를 메인 테이블에 앉힌 사례를 보며 과연 다른 단체장은 무엇을 생각했을지 상상해 보면 더욱 드러합니다.

더구나 수천억 원의 세금으로 박정희 탄생 100년 기념 사업을 하는 것에 여러 비판이 제기된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 이에 대해 그 어떤 제지나 명확한 입장 한번 내놓지 않는 점이 바로 이 논리를 뒷받침합니다.

흔히 박근혜 대통령의 최대 공적은 박정희의 딸로 태어난 점이라고 합니다. 그 외에 그가 대한민국을 위해 이뤄낸 공적은 찾아봐도 없습니다. 그러한 박 대통령이 1979년 아버지 죽음 이후 대한민국 정치인으로 나타난 때가 15대 국회 당시 1998년 대구 달성에서 보궐로 국회의원이 된 때입니다. 이때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이 정치를 하려는 첫 번째 이유를 "아버지의 명예회복"이라고 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1980년대에 대해 늘 고통스러웠다고 회상합니다. 아버지 재임 기간에는 '유신만이 살 길'이라며 아부하던 자들이 아버지 죽음 이후 '바로 그 유신이 문제'라며 떠드는 것을 보고 배신자에 대한 인간적 분노로 힘들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박근혜 대통령이 바로 그 아버지의 길을 그대로 걸어가고 있습니다.

권력으로 세운 박정희 동상, 부끄러운 줄 알아야

경북 구미, 청도, 포항에는 2009년 이후 생긴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이 있다. 왼쪽부터 구미 박정희 대통령 생가 있는 동상, 청도 신도리에 있는 동상, 포항 문성리에 있는 동상.
 경북 구미, 청도, 포항에는 2009년 이후 생긴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이 있다. 왼쪽부터 구미 박정희 대통령 생가 있는 동상, 청도 신도리에 있는 동상, 포항 문성리에 있는 동상.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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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박정희 동상은 전국 여러 곳에 세워져 있습니다. 고향인 구미시 상모동에 높이 5미터 짜리 동상을 비롯해 그가 쿠데타 후 전역한 철원의 군탄공원에도 동상이 세워습니다. 또한 키스트에도 박정희의 실제 키인 160cm보다 더 큰 2미터 짜리 동상을 세웠습니다. 과연 박근혜 권력이 끝나고도 이들 동상은 영원히 그 자리에 있을까요?

세워진 동상은 영원할 수 없습니다. 더구나 진정한 마음으로 세운 동상이 아니라 거짓과 아부와 위선의 마음으로 세운 동상은 더욱 그렇습니다. 지난 8월 30일 철원의 군탄공원에 세워진 박정희 동상 밑에는 이런 글귀가 써 있다고 합니다.

"내 일생, 조국과 민족을 위하여" 

하지만 박정희가 살아 생전 가장 뜨거운 마음으로 쓴 글귀는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자신의 피를 쏟아 혈서로 쓴 글귀는 일본 왕에게 바친 '한 목숨 다 바쳐 충성함, 박정희'였습니다. 이 행위에 대해 박정희는 살아 생전 제대로 된 반성 한번 없이 생을 마쳤습니다. 그리고 지금, 힘으로 밀어붙이는 이 거대한 추모 행사는, 사실 제대로 진실을 아는 이들의 눈에는 '거대한 코미디'로 보일 뿐입니다.

충성을 맹세하는 혈서로 만주군관학교로 간 박정희.
 충성을 맹세하는 혈서로 만주군관학교로 간 박정희.
ⓒ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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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지금 야당이 잘해야 합니다. 이런 코미디같은 일로 혈세가 낭비되고 있는 일을 방치하는 것 역시 부끄러운 일입니다. 국민 혈세로 민족을 반역한 행위자가, 헌정질서를 유린한 쿠데타 실행자가, 그리하여 18년 장기 독재로 대한민국 법과 질서를 유린한 독재자를 추모하도록 하는 것은 너무도 부끄러운 일입니다.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에게 매우 잘못된 인식을 주는 일입니다.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고, 성공만 하면 영원히 잘 산다는 불의가 계속되는 한, 대한민국은 자랑스러운 민주주의 국가가 아닙니다. 비록 그때는 우리가 총칼의 힘으로 당했지만 역사는 망각하지도 않으며, 용서하지도 않는다는 준엄한 심판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역사 정의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요구합니다. 혈세를 낭비하는 박정희 탄생 기념행사는 취소돼야 합니다. 특히 박정희 탄생 100년 기념 우표 발행, 이것은 반드시 폐지돼야 합니다.


태그:#박정희 탄생 기념행사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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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운동가, 재야인사 장준하 선생 의문사 및 친일 반민족행위자의 재산을 조사하는 조사관 역임, 98년 판문점 김훈 중위 의문사 등 군 사망자의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저서- 중정이 기록한 장준하(오마이북), 장준하, 묻지 못한 진실(돌베개), 다시 사람이다(책담) 외 다수. 오마이뉴스 '올해의 뉴스게릴라' 등 다수 수상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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