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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8일 한국과 일본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협상을 타결했다. 당시 협상안에 따라 올해 7월 28일 '화해·치유 재단'(이하 재단)이 설립됐다. 일본정부는 각의 통과를 거쳐 8월 31일 '화해·치유재단'에 10억 엔을 송금했고, 9월 1일 오전 한국 외교부는 이를 공식 확인했다. 12·28 합의 당시의 핵심 합의 사항이 전부 이행된 것이다.

이로써 일본군 강제 위안부 문제는 '최종적 불가역적 해결'을 맞이했다. 이것은 앞으로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국제사회뿐 아니라 양국 정부 간 현안이 될 수 없게 됐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정작 이 모든 절차 속에서 '전쟁범죄에 대한 인정과 진정한 사과'를 요구해온 일본군 위안부 피해 당사자들의 목소리는 철저히 무시됐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언론 보도는 어땠을까?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충실히 보도하고, 12·28 합의의 문제점을 꾸준히 지적했을까? 민주언론시민연합 신문모니터위원회는 재단 출범부터 일본의 10억엔 송금 절차 완료에 이르기까지, 5개 일간지의 관련 보도를 살펴봤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 주도 행사 보도하지 않은 조중동

신문모니터위원회에서 재단 설립 관련해서 7월 25일부터 9월 2일까지 우리 정부와 일본 정부, 그리고 피해 당사자들에게 주요한 움직임이라고 판단되는 사안 중에서 8가지를 정해서 신문의 보도량을 점검했다.

날짜
사건
주체
경향
동아
조선
중앙
한겨레
7/25
'화해·치유재단' 설립 규탄 기자회견
피해당사자
2
0
0
0
1
8/14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피해당사자
3
0
0
0
2
8/26
길원옥·김복동 할머니 반발 기자회견
피해당사자
2
0
0
0
1
8/30
위안부 피해 할머니 12명 정부에 손배소
피해당사자
2
1
1
0
1
7/28
재단 출범 및 후속 협의
한국정부
5
5
3
6
8
8/12
韓日 통화, 일본 10억엔 출연 결정
한국정부
2
2
1
1
2
8/24
日 10억엔 출연 각의 결정
일본정부
1
0
1
2
1
8/31
日 10억엔 송금 및 정부 확인
일본정부
3
1
1
1
1
합계
20
10
7
10
17

△ <표1> '화해·치유 재단' 관련 주체별 보도 분석(7/25~9/2) ⓒ민주언론시민연합 신문모니터위원회

양적 분석 결과 전체 보도량은 경향신문이 20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한겨레가 17건이었다.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는 10건으로 그 절반 수준에 그쳤으며, 조선일보는 가장 적은 7건이었다. 특히 조중동은 재단 설립 규탄 기자회견과 세계 일본군 기림일 행사, 길원옥, 김복동 할머니의 비판 기자회견을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그나마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 12명이 정부에 손배소를 제기한 것을 각 1건씩 지면에 다뤘지만, 중앙일보는 이조차 다루지 않았다. 조중동이 일본군 강제 위안부 관련해 피해 당사자의 목소리와 얼마나 철저히 외면하는지 볼 수 있다. 경향신문은 자체 보도 기사 가운데 피해자의 목소리를 보도한 기사의 비율이 9건(45%)으로 가장 높았다. 한겨레는 총 17건의 보도 가운데 5건이 피해자의 공식 행사를 다루었다.

기사·사진·칼럼에서 지속되는 피해자 지우기와 정부·합의 감싸기

조중동은 기사 내용 면에서도 피해 당사자의 반대 목소리를 완전히 배제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대부분 12·28 합의와 재단 출범에 대부분 동의한다는 재단 측 발언을 검증 없이 실은 것이 대표적 예다.

동아일보는 <"日출연 10억엔과 소녀상은 별개, 철거조건 내세우면 나부터 사퇴">(7/29, 10면) 김태현 이사장이 대화한 37명 가운데 "80% 정도는 긍정하는 의사를 표현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도 <위안부 할머니들 "그 정도면 됐다" 할 때 소녀상 논란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8/20, 14면)에서 유명환 전 재단설립준비위 민간 측 위원장·전 외교부 장관을 인터뷰했다. 동아일보 심규선 대기자는 <내가 욕먹는 위안부재단 이사가 된 이유>(8/1, 30면)에서 할머니들이 대부분 반대한다면 "내가 먼저 재단 간판을 내리고 대국민 사과하라고 요구하겠다"고 장담했다.

그러나 현재 정확한 사실은 생존 위안부 피해 할머니 가운데 72.5%(29인)가 12·28 합의가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지난 3월 헌법소원을 제기했으며, 45%(14인)가 일본의 '치유금' 수령 거부를 공개 선언했다는 것이다. 이 사실은 한겨레와 경향신문만이 보도했다.

피해자의 반발을 지우는 보도 양태는 재단 발족식을 전후한 보도사진에서도 명백하게 드러난다. 동아일보·조선일보·중앙일보는 일제히 발족 당일 한 시민에게 캡사이신을 맞은 김 이사장의 모습을 게재했다. 같은 날 피해 할머니 혹은 시민단체가 반대 시위를 한 사실은 사진으로도, 기사로도 다루지 않았다. 조중동은 외교통상부와 여성가족부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개별 접촉해 식사 대접이나 금전으로 재단 출범에 동원하려 한 논란 역시 보도하지 않았다. 한편 한겨레·경향신문은 위안부 피해 당사자, 대학생단체, 시민단체 및 국회의원들이 재단 설립을 규탄하는 장면을 보도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민주언론시민연합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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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해·치유재단' 출범 전후 보도사진 비교 ⓒ민주언론시민연합 신문모니터위원회

현실적으로 12·28 합의에 대해서도 동아일보·조선일보·중앙일보는 사실이 아닌 정부의 입장만을 전달했다. 동아일보 심규선 대기자는 상기 칼럼에서 재단을 설립한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남정호 논설위원은 <위안부 소녀상과 아베의 착각>(8/9, 31면)에서 아베 정권이 "그만하면 됐다"는 소리가 나올 때까지 사과하고 또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김윤덕 문화부 차장은 칼럼 <'언니, 이제 집에 가자'>(8/3, 30면)에서 현 정부가 "역대 어느 정권보다 위안부 이슈에 매달려 전 세계에 그 심각성을 알려온 정부"라고 찬양했다. 그러나 12·28 합의는 일본의 법적 사죄·배상을 언급하지 않으며, 그 골자는 위안부 문제에 최종적·불가역적 종지부를 찍는다는 것이다. 현 정부가 일본정부와 합의한 것은 지난 정부와 달리 이러한 일본정부의 요구사항을 수용했기 때문이다.

10억엔과 소녀상 철거 요구, '일본의 말 바꾸기'라고 우기는 조선, 중앙 

조중동은 나아가 일본이 출연한 10억엔의 성격과 소녀상 문제에 관한 한·일 정부의 입장 차이가 12·28 합의에서 비롯한다는 사실을 왜곡했다. 합의 당시부터 아베 총리와 기시다 외무상은 10억 엔이 법적 배상이 아니며, 한국정부가 소녀상 문제의 "적절한 해결", 즉 이전 논의를 위해 노력해달라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했다. 이 사실을 도외시하고 중앙일보는 <소녀상 철거해야 10억엔 지원? 일본 우익 주장일 뿐>(8/3, 10면)와 조선일보는 <위안부 피해자 지원 재단 출범하자…딴소리하는 일본>(8/2, 16면)에서 재단 출범 이후 일본 측이 갑자기 말을 바꾼다고 보도했다. 이는 일본의 공식 입장과 달리 '사실상 배상금'이며 '소녀상과 연계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도 12·28 합의를 인정하는 한국정부의 모순적 행태를 감싸는 태도다.

일본의 인권 유린 문제 다루며 또다시 피해자 인권 도외시한 조중동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한·일간 외교 문제를 넘어 전시 성폭력 참상의 상징이자 아시아의 대표적인 여성인권 의제다. 전시 아태 전역에 걸친 일본의 성노예 가해 참상을 첫 번째로 알리고, 25년 간 1247차(9월 7일차)에 이르는 정기 수요집회를 열며 국제사회 의제로 끌어올린 당사자 역시 피해 할머니들과 시민단체다. 언론이 위안부 문제를 다룰 때 피해 당사자의 시각과 처지에서 보도해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동아일보·조선일보·중앙일보는 보도의 양과 내용, 사진과 칼럼 등 모든 면에서 피해 당사자의 목소리를 소거하고, 왜곡했다. 반면 시민단체와 피해 할머니들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든 합의, 그리고 그 합의의 결과물인 재단에 대해서는 감싸기로 일관했다. 도대체 이들이 어느나라 언론인지 되묻고 싶은 지점이다.

모니터 대상 :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종이신문 지면에 한함)
모니터 기간 : 2016년 7월 25일 ~ 2016년 9월 2일

덧붙이는 글 | 신문모니터위원회 김예리 회원입니다.



태그:#민언련, #화해 치유 재단, #위안부, #조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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