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박람회 취재 일로 홍콩 출장을 가게 됐다. 인터뷰를 위해 통역을 담당하는 분이 일정 동안 함께해 주셨는데, 홍콩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인인 그는 평소 유기동물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10년 넘게 홍콩의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며, 반려동물 잡지 에디터가 온다고 하여 다른 일도 접어두고 흔쾌히 통역을 맡았다고 반겨주셨다.

사흘 동안의 박람회 일정이 마무리되자 그녀는 자신이 다니는 펫숍을 소개해주고 싶다고 했다. 위치를 지도에서 보니 박람회장과는 정반대의 끄트머리에 있었지만, 작은 도시라 막상 버스를 타고 가니 그리 멀지도 않았다. 홍콩의 펫숍이라고 해도 우리나라와 크게 다를 게 있을까, 규모가 크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사료나 용품, 미용 서비스 등을 다루고 있다는 점은 비슷했다.

박람회장에서 펫숍으로
▲ 홍콩 박람회장에서 펫숍으로
ⓒ 박은지

관련사진보기


홍콩의 남쪽에 위치해 있었다
▲ 홍콩의 한 펫숍 홍콩의 남쪽에 위치해 있었다
ⓒ 박은지

관련사진보기


다만 가장 큰 차이점은 분양 부분이었다. 분양이 아니라 입양을 보낸다는 점이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강아지, 고양이 공장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유기동물 보호소에 있는 동물들을 데리고 온다고 했다.

보통의 펫숍들은 두 달이 채 되지 않은 새끼들을 네모난 유리 상자에 전시한다. 그러다 팔리지 않고 귀여운 새끼 시절이 지나버리면 그대로 다시 새끼를 낳는 종견, 종묘가 되어버리기도 한다. 최근 변화를 위한 움직임이 보이긴 해도 이러한 시스템이 한순간에 바뀌기는 어려울 것이다.

상자 대신 여러 마리가 넓은 공간에서 함께 지내고 있는 이곳에선 한 달에 한 번씩 유기동물 입양 행사가 열린다고 했다. 실내 공간과 연결되어 있는 제법 넓은 테라스를 모임이나 산책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도심보다는 구석진 곳에 있는 보호소에서,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펫숍으로 이동한 유기동물들은 더 많이 노출되며 입양될 기회를 얻는다. 실제로 이 시스템을 통해 입양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한 달에 한 번 입양 행사가 열린다
▲ 홍콩 펫숍 한 달에 한 번 입양 행사가 열린다
ⓒ 박은지

관련사진보기


내부 모습
▲ 홍콩 펫숍 내부 모습
ⓒ 박은지

관련사진보기


펫숍 내에서 입양을 기다리고 있는 유기묘
▲ 홍콩 펫숍 펫숍 내에서 입양을 기다리고 있는 유기묘
ⓒ 박은지

관련사진보기


우리도 펫숍과 유기동물 보호소가 연계하여 이러한 시스템을 갖추면 어떨까? 우리나라의 보호소들도 이미 포화상태로, 사설 보호소에서도 더 이상 들일 자리가 없어 안락사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만약 그중 한 마리를 입양하면 그 자리에 또 새로운 한 마리가 들어올 수 있다. 따라서 유기동물을 입양하는 건 두 마리를 살리는 일이나 마찬가지다.

유기동물을 입양하려고 마음먹어도 사실 어디서 어떻게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지인들이 많았다. 특정 한 마리의 입양을 약속하기 전에는 직접 보러 가는 것이 금지되어 있는 보호소도 있고, 대부분의 보호소가 구석진 곳에 있다 보니 확실하게 마음먹기 전에는 유기동물을 만날 기회 자체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유기동물 입양 카페가 몇몇 있지만 일반인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는 단계는 아닌 것 같다.

펫숍 한쪽에 마련되어 있는 유기동물을 위한 입양 공간
▲ 홍콩 펫숍 펫숍 한쪽에 마련되어 있는 유기동물을 위한 입양 공간
ⓒ 박은지

관련사진보기


반려동물을 키우려고 마음먹은 이들이 펫숍에서 쉽게 유기동물을 접할 수 있다면, 꼭 어린 새끼가 아니어도 그중 마음이 통하는 견연, 묘연을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여러 가지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겠지만, 비인간적인 생산을 지속하는 강아지 공장, 고양이 공장을 대체하여 따뜻한 대안 시스템이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홍콩을 떠날 때 그녀가 자신이 다니는 보호소의 봉사자 티셔츠를 선물해 주었다. 일정상 보호소에 가보지는 못했지만, 우리는 서로 한국과 홍콩에서 가족을 기다리고 있는 수많은 유기동물들의 행운을 빌어주었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브런치(brunch.co.kr/@cats-day)에 중복 개재될 수 있습니다.



태그:#유기동물, #유기동물보호소, #펫숍, #입양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글 쓰는 개 고양이 집사입니다 :) sogon_about@naver.com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