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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대체 : 2일 오후 2시 17분]

"여기 국회의장실 직원 어디 있냐고! 문을 열어!"

이채익 새누리당 의원이 국회의장실 문을 거칠게 두드리기 시작했다. 같은 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부수지는 마라"고 만류했다. 권성동 의원은 "의장이 나가면서 의장실 점거당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대"고 주변 의원들에게 전파했다. 이에 김명연 의원은 "의원들이 불한당이야? 뭐가 무서워 의장이 피하나, 죽을 죄 졌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일 낮12시경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를 비롯한 의원 30여명이 국회의장실 앞에서 연좌농성을 벌이고있다.
 2일 낮12시경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를 비롯한 의원 30여명이 국회의장실 앞에서 연좌농성을 벌이고있다.
ⓒ 이경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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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2일 오전 11시 50분경 또 다시 국회의장실 진입을 시도했다. 이정현 당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 등 소속 의원 30여 명은 일제히 의총장에서 나와 국회의장실로 향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자리를 비워 집무실의 문이 잠겨 있자 이들은 복도에 그대로 앉아 전날(1일) 정 의장의 개회사에 대한 규탄 발언을 이어갔다. 이정현 당대표는 "국회의장직 사퇴하라"고 적힌 피켓을 들었고, 정 원내대표 역시 "정세균 의장은 국민 앞에 사죄하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앉았다.

앞서 새누리당은 이날 새벽 1시까지 국회의장실을 점거, 정 의장의 사과와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위한 사회권 이양 등을 요구한 바 있다. (관련 기사 : 하나된 친박-비박, 국회의장실 몰려가 몸싸움�폭언 '구태') 새누리당은 '심사숙고해서 이날 오전 10시까지 수습책을 내놓겠다'는 정 의장의 약속을 받고서야 농성을 해제했다.

약속대로 정 의장은 이날 "추경안을 비롯한 민생현안을 원만히 처리하지 못해 국민들께 송구스럽게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개회사와 관련된 새누리당 의원들의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집단 항의방문을 강행한 것이다.

"우리가 요구하는 수위의 답변 내놓을 때까지 행동한다"

새누리당의 연좌 농성은 약 30분 정도 이어졌다. "의회주의 파괴한 정세균 의장은 즉각 사퇴하라", "중립의무 저버린 정세균 의장은 국민 앞에 사죄하라"며 구호도 외쳤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이 자리에서 자유발언을 통해 정 의장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전날(1일) 개회사에서 자신들이 문제 삼은 것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사퇴 요구가 아니라 정 의장의 사드 관련 발언 때문이었다고 강조했다. 정 의장이 국가 의전서열 2위인 입법부 수장 답지 않게 국가 안보 사안인 사드 배치를 반대하고 나섰다는 얘기였다. 이는 자신들의 정기국회 보이콧이 마치 '우병우 구하기'의 일환처럼 해석되는 것을 경계하고 나선 것이기도 했다.

지난 1일 저녁 새누리당 의원들이 국회 본청 국회의장실을 방문해 정세균 국회의장의 발언과 관련해 강하게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앞서 정 의장은 20대 국회 첫 정기회 개회사에서 사드배치 반대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 언급하며 새누리당 의원들의 강한 반발을 샀으며 이후 여당 의원들의 의정활동 중단 선언으로 국회는 파행을 겪고 있다.
 지난 1일 저녁 새누리당 의원들이 국회 본청 국회의장실을 방문해 정세균 국회의장의 발언과 관련해 강하게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앞서 정 의장은 20대 국회 첫 정기회 개회사에서 사드배치 반대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 언급하며 새누리당 의원들의 강한 반발을 샀으며 이후 여당 의원들의 의정활동 중단 선언으로 국회는 파행을 겪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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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태 의원은 "우병우 때문에 이러고 있는 것이 아니다, (정 의장의) 공수처 (신설 주문에서) 우리 당 의원들 좀 술렁거렸지만 그 때도 자리에 앉아 있었다"면서 "그런데 (정 의장이)사드까지 들고 나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장이) 어디서 갑자기 시민단체, 운동권 논리를 갖고, 더군다나 개회사에서 얘기하나"라며 "(정 의장은) 내년 대선을 두고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이런 짓 하지 말고 (의장직에서) 내려와서 평의원으로 당당히 얘기하라"고 요구했다.

사드 '제3지역' 배치 논란으로 불똥을 맞은 경북 김천 지역구의 이철우 의원도 "저는 지역민 반발하는데도 '사드 배치 찬성해야 한다, 국회의원 한번 더 하기 위해 연연하지 않겠다'고도 했다"면서 "이런 마당에 국회의장이 하신 말씀이 기가 찼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경우에도 국가안보에는 여야가 없고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국회의장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도 "의장 개회사를 분석한 결과 안보를 중시하는 새누리당은 사드에 대한 정 의장의 견해를 마냥 지켜볼수만은 없었다"라며 "곧 G20 회의가 열리는데 시진핑 주석이 '의전서열 2위(국회의장)가 왜 그러느냐'라고 하면 박근혜 대통령은 뭐라고 해야겠나"라고 말했다.

또 "국회의장은 외부에서 보면 여야를 떠나 대표적 인물이다, 이 발언이 취소되지 않으면 대한민국 안보에서 어떤 일도 할 수 없다"라며 "정 의장은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위해 의사권을 부의장에게 넘길 것을 요구한다"라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정 의장이) 어제 잠시 모면하기 위해서 여러분 얘기를 충분히 듣고 진지하게 고민하겠다고 했는데 진정성 있는 사과와 답변도 없고 (추경 처리를 위한) 사회권 이양 요구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국회를 계속 파행으로 이끄는 책임은 국회의장에게 있다"고 못 박았다.

또 "국회의장이 우리가 요구하는 수위의 답변을 내놓을 때까지 행동을 멈추지 않겠다"면서 정기국회 보이콧 방침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정 원내대표의 발언 이후 연좌농성을 해제하고 다시 의총장으로 복귀했다.

"정세균은 악성균이자, 테러균"... 막말까지 쏟아내는 여당

(서울=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 1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20대 국회 첫 정기회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이 개회사로 사드배치 반대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 언급하자 새누리당 의원들이 항의의 뜻으로 본회의장을 떠나 긴급의원총회를 하고 있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오른쪽)가 긴급의총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 1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20대 국회 첫 정기회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이 개회사로 사드배치 반대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 언급하자 새누리당 의원들이 항의의 뜻으로 본회의장을 떠나 긴급의원총회를 하고 있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오른쪽)가 긴급의총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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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새누리당은 의장실 항의방문 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정 의장에 대한 '막말 공세'를 이어갔다.

염동열 의원은 "정세균 의장은 악성균이자 테러균이고 이 사회의 암과 같은 바이러스"라고 비난했다. 정 의장의 이름인 '세균(世均)'을 '세균(細菌)'으로 의미를 바꾼 것이다. 그는 "저희가 의장을 뽑을 때는 좋은 발효군이 되라고 뽑았는데 악성균, 테러균, 추경파행균, 민생파괴균으로 (됐다)"면서 "이제 지카(바이러스)보다 메르스보다 더 크게 국민 아픔을 지속적으로 공격할 것이다, 당장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정현 대표도 "어제 원내대표와 제가 남아 (정 의장과) 셋이서 남아 얘기할 때 '정말 이런 개회사에 대한 우리 반응이 계산 안 됐나'는 질문에 '새누리당이 마땅치 않게 생각할 것'이라고 답했다, 의도적이고 계산적인 도발이었던 것"이라며 "한 마디로 민생을 볼모로 잡고 국회를 인질로 잡고, 그 예상되는 피해를 다 감안한 정치테러를 강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70년 동안 쌓아왔던 최소한의 질서를 정세균이라는 양반이 깨뜨린 것이다, 이것이 용납된다면 그를 방관한 의원들도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정세균 의장은 정치를 인질로 잡고 저지른 테러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고 자신의 거취에 대해 결정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새누리당의 복귀를 요구하며 정 의장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기동민 더민주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새누리당의 국회의장실 점거농성을 거론하며 "윤리위에 회부돼야 할 대상은 국회의장이 아니라 새누리당 의원 전원이다"고 꼬집었다. 또 "국회선진화법을 도입한 이유가 국민들에게 이런 모습을 보이지 말자고 도입한 것 아닌가, 스스로를 부정하는 구태정치다"라며 "추경은 속도와 타이밍이라며 야당을 겁박하던 것이 엊그제 일인데 정작 판이 깔리자 추경은 관심 밖이고 국회 파행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비대위-중진연석회의에서 "여당이 국회의장 개회사 트집잡고 사상 초유로 퇴장을 하고 고함을 질렀다"며 "여당답지 모하고 야당 연습하는구나 하는 것을 봤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대통령이나 총리의 시정연설이 새누리당 주장과 유사한데도 존중을 해서 경청을 했다, 국회는 국민을 대표하고 대신해서 현 정부를 견제하는 것"이라고 정 의장을 두둔했다.


태그:#정세균, #정진석, #이정현, #사드,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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