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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말없는 약속 20년'에 이어 이제는 제 자신을 시작으로 나의 심리적, 생활상의 문제들로 건강하고 행복한 생활에 걸림돌이 됐던 독(자신과 타인에게 해로움을 주는 요인)을 다스렸을 때 건강과 행복을 더 크게 느끼며 당당하게 생활하고 계신 분들의 이야기를 소개할까 합니다.

이 연재기사의 이름은 '내 안에 독을 다스리면 덕이 되고, 복이 된 사연'입니다. 지금까지 제가 상담한 내담자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볼 겁니다. 이 연재에 등장하는 이들은 모두 <오마이뉴스>에 본인의 이야기가 실리는 것을 동의한 사람들입니다. 물론, 이름은 가명으로 합니다. - 기자 말

[지난 기사] 엄마 미워하던 나, 이젠 딸이 나를...

"그녀의 진정한 사랑"

"많은 분들이 사랑은 가슴으로만 한다고 알고 계실 수 있으나 사실은 이성(상대에 대한 사실을 머리로 앎)에 기반을 두고 가슴으로 내려가야 탄탄하고, 깊고, 진한, 진정한 사랑을 피울 수 있습니다." - 김옥숙의 말

긴 응어리를 풀고 모녀가 화해를 했다. 과연 일상으로 돌아간 뒤에도 지금같은 모습이 유지될 수 있을까.(사진은 영화 흑심모녀(2008) 속 한 장면)
 긴 응어리를 풀고 모녀가 화해를 했다. 과연 일상으로 돌아간 뒤에도 지금같은 모습이 유지될 수 있을까.(사진은 영화 흑심모녀(2008) 속 한 장면)
ⓒ 흑심모녀(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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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마침 때가 되어 그녀는 스스로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보게 되었다. 본인의 아픔을 딸에게 고스란히 내려보낼 뻔 했던 것이다. 다행히도 그녀는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본후 마치 답답했던 허물을 벗어 던지듯 용기를 냈다. 그 모습이 기특하고 대견해 보였다.

그녀는 가르치는 능력이 남달랐던지 과외신청이 계속 들어왔다. 친정어머님 또한 흡족해 하시는 모습이다. 물론, 가슴 중앙에는 이러다 딸이 또 주저앉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과 함께…. 그러나 그것은 그때 대면해도 충분하다. 지금은 지금 생활에 마음 편해하고 감사함이 필요해 보인다.

나와 친정어머님 그리고 그녀 이렇게 우리 셋은 나의 상담소에 앉아서 차를 마시며 여유롭게 이야기(상담)를 하고 있었다.

: "따님이 이렇게 아이들을 잘 가르친다는 학부모님들의 칭찬에 기쁘고 감사할 것 같은데 어떠신가요?"
친정어머니 : "그렇지요. 그저 지금처럼 내 00이가 쭉 잘 살아야 할 텐데..."
: "다시 일어서기 시작한 딸이 두 번 다시 지난 아픔들에 눌려서 그때처럼 그렇게 쉽게 쓰러지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친정어머니 : "그래요? 선생님 그렇지 않아도 그게 걱정이 돼요."
: "일단, 친정어머님이나 따님은 서로가 서로에 대하여 간절히 원하는 것 즉, 서로 건강하고 잘 되기를 바라고 있는 것을 꽉~ 잡고 계시면 전과 같은 일은 없을 것입니다. 또 서로의 상처 때문에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있었지만 그것은 진정으로 두분이 원하지 않는 것임을 분명히 아셨으리라 여겨집니다. 그런 분들은 꿋꿋하게 잘 버티실 수 있습니다."
친정어머니 : "제발 그래야 하지요. 그렇게만 되면 감사하지요."

좀처럼 쉽게 '감사'라는 표현을 안 하셨던 친정어머님의 입에서 감사란 표현이 자주 나왔다. 반가운 일이다. 그동안 얼마나 바라셨으면 이렇게 어린아이처럼 좋아하고 감사해 할까. 특히 딸에 대한 감사함이 나오고 있다.

나와 친정어머님의 대화를 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그녀는 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이제는 용기를 낼 수 있을 거라는 강인한 모습을 확인시켜 주었다.

물론 나 또한 그녀가 용기있게 살 거라고 100% 확신은 없다. 분명한 것은 전에는 몰라서 아프게 살았으나 이제는 아픔의 원인을 분명히 알게 되었기에 막연한 불안으로 자신을 짓눌러 타인을 괴롭히는 일은 줄어들 것이다.

이렇게 안도감에 분위기가 부드럽고 자연스러울 때 친정어머님의 한 말씀.

친정어머니 : "이렇게 00이가 돈도 벌고 하니까 좋긴 좋아요."

순간 그녀의 표정이 굳어지면서 나를 바라본다. 친정어머님은 아무 의도 없이 지금이 좋다는 말을 이렇게 표현하셨을 뿐이셨다. 그러나~

그녀 : "엄마는 이렇다니까요. 돈, 돈, 돈 맨날 돈 타령 뿐이었어요."

이런~ 안도의 숨을 깊게 들이마신 후 내쉬기도 전에 두 사람 사이에 거슬림이 올라오고 있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경험 덕에 예상하고 있던 일이었으니 당황할 필요는 없었다.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이야기 했다.

: "지금처럼 과외를 계속 하면서 돈도 벌고 알아서 잘 하니까 친정어머님이 무조건 '딸이 알아서 잘 하겠지'라고 믿어주고 이해해주고 칭찬과 격려만 해주시면 잘 하실 텐데 친정어머님이 습관처럼 돈에 대해 말씀하시니까 속 감정이 올라오시나요?"
그녀 : "네~  죄송해요. 선생님!"
: "저에게 죄송하지 않으셔도 돼요. 단 친정어머님은 지금 내 딸 모습이 대견해서 고맙다는 말 대신 익숙한 패턴으로 말씀하셔서 그런 거예요. 돈 타령이라기보단 단지 그동안 길들여진 표현으로 하셨을 뿐인 것 같습니다."

이때 얼른 친정어머님이 딸의 눈치를 보시면서 말씀하신다.

친정어머니 : "맞아요. 선생님 저는 이게 문제예요."
: "이해합니다. 우리가 평소 어떤 말로 길들여지는지는 그래서 참으로 중요합니다. 물론 친정어머님께서는 그동안 쪼들리는 나날을 수십년간 보내셨으니 충분히 그런 말씀에 익숙해지셨을 상황이라 가슴이 아프네요."
친정어머니 : "선생님, 나는 남들이 듣기 좋게 말을 못하고 이렇게 엉뚱하게 말이 나오는게 병이에요."
: "00엄마는 친정어머님이 지금 말씀하신 '말을 못하고 엉뚱하게 말이 나온다'는 것에 대하여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그녀 : "글쎄요…, 잘은 모르겠지만 엄마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이 힘드셨던 것 같아요."
: "아주 정확히 파악하시네요.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그러자 이때 친정어머님은 고백이라도 하듯이 말씀하신다.

친정어머니 : "다~ 제가 미련해서 그렇지요. 남들처럼 내 딸이라고 부를 줄도 모르고. 다른 엄마들처럼 내 딸, 내 딸이라며 자랑 한 번도 하지 못하는 멍청이였어요. 이렇게 예쁘고 똑똑한 내딸인데…, 더군다나 사랑이 뭔지도 몰랐고…."

어머니가 눈물을 흘리신다. 친정어머님의 부드러우면서도 이런 진지한 자아성찰 과정은 처음이었다. '꺼이꺼이' 우시는 모습에서 그동안의 삶의 애환을 짐작하게 한다.

바로 이것이었다. 친정어머님 가슴 속 응어리를 풀어줄 수 있는 건 바로 "엄마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이 힘드셨다"는 딸의 진심어린 말 한 마디. 이렇게 사람은 가장 가까운 사람이 자신을 온전히 이해해주고 헤아려준다고 여길 때 가슴에 콕 박혀있던 응어리(핵심감정)가 빠져나오는 것이다.

사람은 이런 것을~ 이 이상도 이 이하도 아니다. 특별히 고귀한 선물을 주거나 과장된 칭찬을 해줘야 하는 것이 아닌, 있는 그대로를 어느 누구 한 사람만이라도 자신의 처지를 알아주고 인정해주면 본인이 스스로 이렇게 알아서 본인을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가족끼리 서로 아픔을 주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잘 안다는 이유로 상대를 존중하지 않고 자기판단에 근거해 일방적인 가르침을 내놓거나 부정적으로 판단된(게으르다, 소심하다. 능력없다 등... 사실 이런 것은 그 사람 전체가 아니라 단지, 한 부분일 뿐임에도 전부라고 우기니 서로 아귀다툼이 일어나는 것이다) 표현을 하기 때문이다. 이에 서로가 깊은 상처를 받게 되는 것이다.

가깝고 잘 알 수록 서로의 필요를 헤아려주고 이해해주면 얼마나 평화롭고 다정한 관계가 되겠는가.

: "제 생각에 지금 그 연세에 상황을 분명히 이해하시고 모녀간에 필요한 게 무엇이지 아시는 것은 대단한 일입니다. 여기 있는 따님과 저는 친정어머님의 속 마음을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말씀을 매끄럽고 아름답게 꾸미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진실한 성품이라는 것입니다. 00엄마도 저와 같은 심정이신가요?"
그녀 : "네 맞아요. 그리고 알고 보니까 사실~ 엄마보다 제가 더 문제가 많은 것 같아요. 엄마는 마음과 몸이 그렇게 아팠어도 딸 둘을 키웠는데 저는 전에 일도 하지 않으면서 어린아이 한 명도 제대로 잘 돌보지 못했으니까요."

그녀가 고개를 숙인다.

: "제가 볼 때 친정어머님은 어렸을 때 외조부님들께 사랑을 충분히 받았기에 에너지가 더 있으십니다. 그러나 00엄마는 그 에너지가 없어서 그럴 수 있어요. 중요한 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00엄마는 친정어머님의 좋은 유전자 덕에 수학을 잘 하도록 기초를 갖추신 것 같아요."

전문가라면 지금을 넘어 상담 후 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분까지 미리 예측하고 그것을 내담자들에게 전할 필요가 있다. 모르고 직면하면 원래의 악 감정이 올라오지만 알고 직면하면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 "제가 두 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무엇보다 00엄마는 제가 숙제를 내면 그대로 이행하셔서 지금 모습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쉽지 않은 생활이었음에도 친정어머님께서 이렇게 따님이 건강할 수 있도록 지원하신 덕에 훌륭한 딸로 다시 회복된 것 같습니다."
그녀 : "그래도 조금은 불안해요. 아직은 완전히 나은 것이 아니라서요. 늘 엄마를 존중하고 좋은 말과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뒤돌아서면 뒤늦게서야 생각이 나거나 뒤돌아서도 아예 모르는 경우도 있어요."
: "예~ 우리들은 생각한 대로 바로 적용이 되길 원할 수 있죠. 한 편으로 그것이 몇 개월 만에 쉽게 된다면 인생에 어려움이 있을까요?"

나는 중요한 답일수록 내가 먼저 말하지 않고 본인의 입으로 스스로 말하도록 이끈다. 마치 수영을 몸에 익히면 잊지 않듯, 말도 동일하기 때문이다. 본인이 표현을 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녀 : "아뇨, 그렇지 않겠지요."

여유있게 미소를 보인다.

: "예~ 중요한 점은 두 분은 서로 사랑스런 모녀이길 원하세요. 그리고 스펀지에 물 붓듯이 외할머니와 엄마의 말과 태도를 그대로 흡수하고 있는 00(그녀의 딸)를 살피신다면 더 효과가 있으실 거예요. 물론 지내시면서 아차하는 순간들도 충분히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서로에게 하는 실수나 원망을 지난달 30개 이상 하셨다면(하루에 한 가지 이상) 이번 달에는 25개 정도 다음 달에는 20개 정도로 줄여갈 수 있으면 됩니다."

서로 저주하듯 미워하는 것 같아도 서로에게 안쓰러움이 있고, 울다가 웃다가, 원망하다가 감사하는~ 이것이 가족이고 인생인가 보다.


태그:#돈, #자유, #자아성찰, #핵심감정,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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