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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쟁 상대는 이동통신사가 아닌 포털, 그리고 전 세계 플레이어다."

김형욱 KT 플랫폼사업기획실장이 30일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동영상 플랫폼 '두비두(dovido)'를 발표하면서 한 말이다. 공교롭게 KT의 오랜 라이벌인 SK텔레콤도 바로 다음날(31일) 음성인식 인공지능 서비스 '누구(NUGU)'를 선보였다. 역시 유무선 망에 바탕을 둔 전통적인 통신 서비스와 거리가 있는 IT(정보기술) 사업이다.

통신쟁이들의 '탈통신', 개방과 글로벌로 새 국면

SK컴즈에서 포토 SNS 앱 '싸이메라'를 개발했던 강민호 KT 상무가 30일 서울 광화문 KT스퀘어에서 열린 기자설명회에서 '하우 투' 동영상 플랫폼 '두비두'를 소개하고 있다.
 SK컴즈에서 포토 SNS 앱 '싸이메라'를 개발했던 강민호 KT 상무가 30일 서울 광화문 KT스퀘어에서 열린 기자설명회에서 '하우 투' 동영상 플랫폼 '두비두'를 소개하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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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들의 '탈통신' 행보가 어제오늘 얘기는 아니다.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는 이미 지난 2010년 7월 회사 이름에서 아예 '텔레콤'을 떼고 '탈통신'을 외쳤다. 유무선 통신 가입자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고 요금 인하 압박으로 수익이 늘어날 기미는 보이지 않으니 새로운 먹거리를 찾겠다는 의미다.

지금까지 '탈통신'은 비통신 사업 다각화일 뿐 어떤 식으로든 기존 통신 서비스와 연결고리를 끊지 않았다. 대부분 독자적인 수익모델이 약하다보니 기존 통신 서비스 가입자를 계속 유지하거나 새로 유치하는 수단으로 주로 활용됐다. 한때 SK텔레콤 가입자 전용 내비게이션이었던 'T맵'이나 '호핀(현 옥수수)', '멜론', '지니'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런 통신사간 서비스 경계도 점점 허물어지고 있다. SK텔레콤이 지난달 'T맵'을 타 통신사 가입자에게 무료로 개방한 것을 비롯해 최근 선보이는 서비스는 대부분 가입 통신사에 상관없이 누구든 이용할 수 있다. 국내외 할 것이 서비스가 개방된 모바일 시대, 통신사의 가두리 서비스는 스스로 좁은 시장 안에 가두는 부작용만 낳았기 때문이다.

SK텔레콤에서 31일 선보인 음성인식 인공지능 서비스 '누구'도 스피커 단말기를 구입하면 통신사에 상관없이, 이용료 없이 사용할 수 있다. 기존 이동통신망이 아닌 와이파이망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KT 동영상 플랫폼 '두비두'을 비롯해 KT에서 만든 모바일 앱들도 대부분 구글플레이나 애플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고, 회원 가입시 KT 가입 여부를 따지지 않는다.

지난 2011년 음성인식 기술 개발 5년 만에 '누구'를 선보인 SK텔레콤은 유독 '개방'을 강조했다. 음성인식 기술 자체가 사용자가 늘어나 음성 데이터가 쌓일수록 음성 인식률 등 서비스 품질이 향상된다. 정가를 24만9천 원 정도로 책정한 '누구' 단말기를 초기 9만9000원으로 낮춰 한정 판매하는 것도 초기 사용자 확보가 그만큼 중요해서다. SK텔레콤은 한 발 더 나아가 '누구'의 핵심 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를 내년 상반기 외부에 공개해 외부 개발자들과 개방형 생태계를 만든다는 포부다. (관련기사: [모이] 집에서 "팅커벨"을 외치면?)

O2O-동영상에서 포털-통신사 플랫폼 경쟁 2라운드 

SK텔레콤은 31일 음성인식 인공지능 서비스 '누구'를 선보였다. 스피커 단말기가 구입하면 통신사에 상관없이 누구든 이용료 없이 사용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31일 음성인식 인공지능 서비스 '누구'를 선보였다. 스피커 단말기가 구입하면 통신사에 상관없이 누구든 이용료 없이 사용할 수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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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통신사들이 스스로 경계에서 벗어나 비통신 영역으로 확장하면서, 지금까지 음성인식을 비롯해 동영상 플랫폼 등 국내 IT 생태계를 장악하고 있던 네이버, 카카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KT '두비두'는 제품을 소개하거나 사용법을 담은 '하우투(How to) 동영상'을 만드는 1인 제작자(크리에이터)를 위한 플랫폼이다. 한 발 더 나아가 동영상에 소개된 제품을 바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한 뒤 크리에이터에게 상품 판매 수익까지 배분한다. 한류 바람을 타고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K-뷰티(미용) 영역이 출발점이다. 네이버에서 공을 들여온 분야다.(관련기사: '캐통령' 동영상에 장난감 구매 버튼이 달린다면?

지금까지 '씬님' 같은 유명 뷰티 크리에이터들은 주로 유튜브에서 활동했다. 네이버는 지금까지 '뷰티 컨퍼런스', '뷰스타리그' 등을 통해 뷰티 크리에이터 양성에 나섰다. 31일에는 'TV캐스트' 안에 뷰티 동영상 전문 테마관인 '뷰티TV'까지 만들었다. 누구나 채널을 개설할 수 있게 개방하는 한편 구독자나 동영상 재생 수에 따라 광고 수익보다 더 많은 수입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유튜브 상대하기도 버거운데 KT라는 만만치 않은 경쟁자까지 뛰어든 셈이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잇는 O2O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카카오도 곳곳에서 통신사와 맞서고 있다. 콜택시 시장에선 카카오택시와 SK플래닛 'T맵 택시'가 직접 경쟁하고 있고, 모바일 내비게이션 시장에선 카카오내비와 네이버내비가 KT 올레내비, T맵과 4파전을 벌이고 있다.

포털 대 통신사 경쟁은 국내 시장에만 머물지 않는다. 글로벌 플랫폼 서비스를 위해 SK컴즈에서 '싸이메라'를 개발한 강민호 상무까지 영입한 KT는 이미 지난달 중국 관광객과 직구족을 겨냥한 O2O 커머스 플랫폼 '100C'(바이씨)를 선보였고, 새로운 SNS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시장 규모가 제한된 국내 시장에서 경쟁하기보다 아시아를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다.

통신사들의 '탈통신' 행보가 기존 통신서비스를 뛰어넘는 성과로 이어질지는 예측할 수 없다. 적어도 스스로 '통신사 가두리', '국내 시장 가두리'에서 벗어나 개방과 글로벌 화두를 던진 점만은 주목해도 좋다. 덕분에 양대 포털은 KT하이텔(파란닷컴)-네이트 이후 또 다시 통신사의 거센 도전에 직면했다. 


태그:#두비두, #누구, #탈통신, #포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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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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