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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릉도 섬지킴이 괭이갈매기들.
 울릉도 섬지킴이 괭이갈매기들.
ⓒ 박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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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해, 도둑, 그리고 뱀이 없는 곳. 이른바 '3무의 섬'이라고 하는 울릉도. 그곳에 다녀온 이유는 순전히 아들 녀석 때문이었다. 본디 여행을 좋아한데다 한 번 가본 여행지는 다시는 가지 않는 습성을 지닌 아들이 울릉도와 독도를 올 여름 우리가족 휴가지로 정해 놓고 몇 달 전부터 노래를 불러 온 때문이다.

그중 독도는 나도 오래 전부터 꼭 가보고 싶은 곳이었지만 멀기도 하거니와 날씨가 쉽게 상륙을 허용하는 곳이 아니라는 점 때문에 망설여 왔던 터다. 아들의 제안에 이번에는 온 가족이 의기투합하여 8월 시작과 함께 2박 3일의 일정으로 최종 목적지 독도를 향한 울릉도 여행을 함께 했다. 휴대폰에 저장된 사진을 정리하면서 난생 첫 울릉도, 독도와의 인연을 되새겨 본다.

얼굴이 익을 정도로 땡볕이 절정에 달했던 지난 8월 1일. 우리 가족은 이른 새벽 2시에 집(전주시)에서 나섰다. 강릉항에서 아침 7시에 출항하는 울릉도행 카페리호를 타기 위해서였다. 설레는 마음으로 고속도로에서 첫날 거의 1박을 할 정도로 꼬박 4시간을 허비했지만 피곤함도 잠시. 강릉항에 도착한 순간 피곤은 금세 사라졌다.

3무(無) 5다(多) 울릉도, 향나무 많아 쥐와 뱀이 없다?

 산 위에서 바라본 울릉도 도동항구 모습.
 산 위에서 바라본 울릉도 도동항구 모습.
ⓒ 박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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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에 도착하자마자 연신 들려오는 현지 주민들의 자랑 중 거지와 도둑이 없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었으나 뱀이 없다는 것은 좀처럼 이해가 가질 않았다. 군 복무를 서해 최북단 섬인 백령도에서 3년간 수행한 필자는 그곳에서 야외 훈련 중 뱀, 특히 도마뱀을 흔하게 봤기에 '섬=뱀'이란 인식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울릉도엔 뱀이 없다고 하니 쉬 이해가 가질 않았다. 자못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현지 주민들의 주장을 종합하면 크게 세 가지 설로 요약된다. 첫째는 화산지역 섬이어서 유황성분이 많아 뱀이 서식할 수 없다는 것. 둘째는 뱀과 천적관계인 쥐가 서식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 마지막은 향나무가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향나무의 독특한 냄새 때문에 뱀이 자생할 수 없다고 한다. 서로 상극이라고 하니 웃음이 절로 나왔지만, 가장 유력한 설로 주목 받고 있다.

 섬 어디에서 보아도 아름다운 예술작품들이 수북한 울릉도.
 섬 어디에서 보아도 아름다운 예술작품들이 수북한 울릉도.
ⓒ 박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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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위 속에서 용출하는 맑은 물.
 바위 속에서 용출하는 맑은 물.
ⓒ 박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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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대신 울릉도엔 물, 바람, 돌, 미인, 향나무가 많다고 한다. 이른바 3무(無) 5다(多) 지역으로 꼽히는 이유다. 이밖에 울릉도엔 '거북바위', '곰바위', '찔끔고개', '깔딱고개', '코끼리섬', '삼선봉' 등 이름이 재미있다, 곳곳에 얽힌 전설이 무척이나 다양하고 흥미롭기만 하다, 온통 바다에 둘러쌓인 섬이지만 바다보다 산봉우리와 기암절벽에 관한 재미난 유래와 관광지가 더 많다. 그중 해발 900미터가 훨씬 넘는 성인봉(986미터)과 그 아래 화산분지(나리분지)는 꼭 가볼만 한 곳이다.

제주도 한라산 백록담과도 같은 울릉도 나리분지에는 마을이 형성돼 주민들이 그 안에 살고 있다. 이곳에는 나물이 많이 나는 곳이어서 나물천국으로 불린다. 명이나물, 삼나물, 고비나물, 부지갱이 외에도 육지에서는 귀한 더덕도 자주 밥상에 올라온다. 나리분지에서는 현지말로 '씨껍데기술(씨앗의 껍질로 만든 동동주)'이 단연 이목을 사로잡는다.

"제주엔 '조껍데기술', 울릉엔 '씨껍데기술'?"... 호기심에 더 '인기'

 씨 껍질로 만든 동동주.
 씨 껍질로 만든 동동주.
ⓒ 박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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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나물전과 씨껍데기술.
 산나물전과 씨껍데기술.
ⓒ 박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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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주민들은 "제주에 좁쌀을 멧돌로 갈아서 만든 일명 '조껍데기술'이 있다면 울릉도엔 씨껍데기술이 있다"고 우스갯소리를 하면서 갖가지 산나물로 만든 전과 함께 술을 내놓고  판매한다. 맛이 달콤하고 시원하기도 하지만 호기심 때문에 관광객들의 구미를 더욱 끄는 모양새였다.

 청록빛 바다...금세 뛰어들고 싶은 충동이 느껴진다.
 청록빛 바다...금세 뛰어들고 싶은 충동이 느껴진다.
ⓒ 박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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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록빛 바다 한 가운데 우뚝 선 울릉도는 본섬 분지와 크고 작은 또 다른 섬들이 아름답다. 작은 조각들을 한데 모아 거대한 작품을 만들어 놓은 듯하다. 울릉도에서 첫날밤을 자는 동안 마음은 온통 다음날 날씨에 관심이 쏠렸다. 과연 독도행 배가 출항을 할 수 있을지 여부에 우리 일행은 촉각을 곤두 세웠다. 설령 독도에 접근하더라도 날씨가 좋지 않아 접안을 못하고 돌아오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주민들의 엄포가 더욱 초조와 불안에 떨게 했다.

그래도 예까지 왔는데 독도는 보고 가야한다는 일념 때문일까. 그런데 다음날 아침 뉴스가 심상치 않았다. 북한이 동해쪽으로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불길한 소식에 독도를 상륙하려는 많은 일행들이 다시 불안해졌다. 점심시간이 돼서야 독도행 배가 출항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모두 환호를 질렀다.

독도상륙, 날씨가 절대 좌우... 세 번째 와서야 독도땅 밟은 사람도

 독도이사부길 안내표지판.
 독도이사부길 안내표지판.
ⓒ 박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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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도를 지키는 경비대원들의 방패.
 독도를 지키는 경비대원들의 방패.
ⓒ 박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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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좋아서 우리가 탄 배는 무사히 독도항에 접안을 할 수 있었다. 게다가 선장은 날씨가 좋기 때문에 30분 독도상륙을 허용한 데 이어 돌아올 때는 섬 비경을 촬영할 수 있도록 섬을 한 바퀴 선회하는 팁까지 제공해 주었다. 배에 함께 탄 일행 중 어떤 사람은 세 번째 와서야 독도땅을 밟고 간다며 흐뭇해했다. 날씨가 쉽게 상륙을 허용하지 않았다며 연신 감동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아름다운 독도.
 아름다운 독도.
ⓒ 박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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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에서 바라본 독도.
 배에서 바라본 독도.
ⓒ 박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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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를 지키는 경비대원들의 반가운 호위 속에 많은 관광객들은 약속이나 한 듯 태극기를 하나 둘 꺼내들고 기념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정해진 시간(30분) 안에 독도와의 인연과 추억을 사진에 담느라 연신 셔터를 누르며 포즈를 취하는 모습들이 안쓰러울 정도였다. 심지어 경비대원들을 껴안고 함께 기념사진을 찍거나 경비대원들이 직접 배경을 담아 가족 또는 연인들의 기념사진을 찍어주는 모습도 보였다.

"울릉도 동남쪽 뱃길 따라 이백리 외로운 섬하나 새들의 고향 그 누가 아무리 자기네 땅이라고 우겨도 독도는 우리땅."

아름다운 섬, 독도에서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독도는 우리땅'이란 노래를 함께 부르며 땅을 밟고 또 밟으며 섬 일주를 했다. 30분 후 아쉬운 발걸음을 뒤로 한 채 배에 올랐지만 눈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괭이갈매기, 독도의 비경, 까만 제복과 시꺼먼 얼굴의 경비대원들, 섬을 휘감고 지키는 진한 에메랄드 빛 바다가 지금도 눈에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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