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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대통령실 민정수석비서관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된다. 어떠한 비위 의혹이 제기돼도 박근혜 대통령의 비호를 받는 민정수석이다. 동시에 청와대가 '국기문란'(2차 국기문란)이라 강력 비판한 이석수 특별감찰관에 대한 수사도 시작된다. 그런데 수사지휘관은 '윗선의 의중'을 살펴야 하는 처지다.

우병우 청와대 정무수석(왼쪽)과 이석수 특별감찰관(오른쪽)
 우병우 청와대 정무수석(왼쪽)과 이석수 특별감찰관(오른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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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특별수사팀은 우 수석의 비위 혐의, 즉 아들의 의무경찰 복무시 경찰 내부 기준에 어긋나게 '꽃보직' 특혜를 받은 것과 관련한 직권남용 혐의와 우 수석 처가 기업의 회삿돈이 우 수석 가족의 사적인 용도에 사용된 횡령 혐의에 대해 수사하게 된다. 이같은 감찰 내용을 이 특별감찰관이 언론에 알려 특별감찰관법을 위반했는지도 수사대상이다. 

이들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 배당하지 않고 특별수사팀을 구성한 데 대해 대검찰청 관계자는 "검찰총장 본인이 결단을 내린 것"이라며 "여러 수사 방식이 논의됐으나 특별수사팀이 가장 공정하고 객관적인 형태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특별수사팀장은 검찰총장에게만 수사내용을 보고할 것이라는 설명도 있었다.

특별수사팀장을 맡은 윤갑근 대구고검장도 "수사보고 절차에 있어서도 오해가 없도록 객관적이고 공정한 방법을 취할 것"이라며 "우려하는 바는 걱정 안 해도 된다"고 장담했다.

의혹 해소와는 거리가 먼 '비선실세' 'BBK 가짜편지' '간첩조작'

이번 검찰 수사는 박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가 우 수석을 감싸는 반면, 이 특별감찰관의 감찰내용 유출 의혹에 대해선 강력 비판한 상황에서 시작된다. 청와대는 이 특별감찰관이 우 수석 의혹에 관해 수사의뢰한 다음날인 지난 19일,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을 통해 "(감찰 내용 유출은)국기를 흔드는 일"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검찰 수사 결과가 공정성·객관성을 인정받기 위해선 권력의 의지와 상관없이 수사를 지휘할 '수사지휘관'이 필수다. 하지만 근래에 윤 고검장이 지휘한 사건들의 수사결과를 훑어보면 공정성·객관성 담보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윤 고검장이 대검찰청 반부패부장으로서 처리한 가장 대표적인 사건이 지난 2014년 말 '정윤회 문건' 사건, 즉 비선실세 국정농단 의혹 사건이다. 문건 유출을 박 대통령이 '국기문란'(1차 국기문란)으로 규정한 상태에서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은 없었다는 검찰 수사결과가 나왔고, 문건유출 혐의로 박관청 경정과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기소하는 걸로 사건이 마무리됐다.

'탈북자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피고인 유우성씨가 지난 2015년 10월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최종 무죄 판결을 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 국가보안법 최종 무죄 판결 받은 유우성 '탈북자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피고인 유우성씨가 지난 2015년 10월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최종 무죄 판결을 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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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서울시공무원 간첩사건의 증거 조작이 드러난 당시 대검 강력부장이었던 윤 고검장은 증거조작의 진상을 밝히기 위한 진상조사팀을 지휘했다. 진상조사팀은 간첩사건 담당 검사들은 증거조작을 몰랐던 것으로 결론 내고 국정원 직원들과 협조자만 기소했다.

당시 검찰은 증거조작 관련자들에게 국가보안법상 무고·날조죄를 적용하지 않고,  형법상 모해증거위조죄를 적용했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처벌받게 하기 위해 증거를 날조한 경우, 처벌받게 하려고 한 죄(이 경우 간첩죄)에 해당하는 형벌을 증거날조자에게 적용한다'는 국가보안법을 적용하지 않은 결과 증거조작 관련자들이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김경준 전 BBK대표가 수갑과 포승줄에 묶인 채 지난 2007년 11월 19일 0시 15분경 서초동 서울중잉지검을 나와 서울구치로로 향하는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김경준 전 BBK대표가 수갑과 포승줄에 묶인 채 지난 2007년 11월 19일 0시 15분경 서초동 서울중잉지검을 나와 서울구치로로 향하는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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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3차장 시절 지휘했던 'BBK 가짜 편지' 사건도 의혹해소와는 거리가 멀었다. 지난 2007년 이명박 대통령 후보가 BBK의 실소유주라 주장한 김경준씨가 입국한 일이 정부·여당의 공작으로 이뤄졌다는 당시 한나라당의 '김경준 기획입국설'의 근거는 김씨 교도소 동료의 편지였다. 이 편지는 가짜로 드러났지만 'BBK 가짜 편지'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편지 작성의 배후는 없다고 결론 내리고 관련자 전원을 불기소 처분했다.

무엇보다 윤 고검장은 검찰총장으로 가는 길목인 서울중앙지검장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입장이다. 윤 고검장은 지난해 말 서울중앙지검장 물망에 올랐고, 다음 검찰 고위직 인사에서도 유력 주자로 꼽힌다.

'박 대통령의 오른팔' 우 수석이 검찰의 인사를 주무르는 상황에서 '윗선의 의중'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이가 수사를 지휘하도록 하는 건 수사가 시작하기도 전에 공정성·객관성을 내팽개친 게 아니냐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태그:#윤갑근, #특별수사팀장, #우병우, #이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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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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