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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 응급실에 입원한 이주노동자를 연행해 출입국관리사무소에 구금시킨 사건이 발생했다. 이와 관련해 이주노동자인권단체는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진정을 검토하고 있다.

19일 '이주민 인권을 위한 부산·울산·경남 공동대책위'(아래 공대위) 김그루 상담실장은 경남 창녕에서 발생한 중국 출신 이주노동자 왕아무개(47)씨 사건과 관련해 인권위나 국민신문고 진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대위에 따르면, 왕씨는 지난 12일 오후 4시경 관광비자로 입국한 친척과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앞에 가던 트럭이 갑작스레 좌회전하는 바람에 부딪혔다. 트럭이 좌회전이 허용되지 않는 도로에서 방향 지시등도 켜지 않은 채 좌회전을 했다는 것이다.

공대위 항의로 일시 구금 해제... 경찰 "비자 만료 상태, 강제 연행은 아니었다"

중국 출신 아주노동자 왕아무개씨가 지난 12일 창녕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후송되었다가 경찰에 연행되었다. 사진에 보면 왕씨는 링거 바늘도 빼지 못한 상태에서 연행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출신 아주노동자 왕아무개씨가 지난 12일 창녕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후송되었다가 경찰에 연행되었다. 사진에 보면 왕씨는 링거 바늘도 빼지 못한 상태에서 연행된 것으로 보인다.
ⓒ 김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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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의 신고로 119가 출동했고, 왕씨는 창녕 소재 한 병원 응급실로 후송되었다. 왕씨는 병원에서 늑골 골절과 다발성 좌상, 뇌진탕 진단을 받았다.

경찰이 출동해 왕씨의 신분을 확인했다. 왕씨는 여권이 집에 있다고 하자 경찰은 그를 데리고 집으로 갔다. 이때 경찰은 왕씨가 미등록 체류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경찰은 왕씨를 병원으로 데리고 가지 않고 경찰서로 연행했다. 왕씨는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고, 그 뒤 창원출입국관리사무소 보호실(구금시설)로 이송되어 갇혔다.

왕씨는 사고가 나기 한 달 전, 부산 쪽 병원에서 대동맥 혈관이 부풀어 올라 그것을 인공혈관으로 대체하는 수술(상행대동맥 치환술)을 받았고, 회복기가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교통사고가 난 것이다.

왕씨 부인은 당시 수술 때 간병을 위해 입국해 있었다. 공대위에 따르면, 부인은 보호소 안에서 남편으로부터 여러 차례 "골절로 심한 통증을 호소하고 있고, 사고 당시 다리도 다쳤기에 다리를 들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아픈 사람을 이리 가두어도 되느냐. 한국엔 법이 없느냐"며 울분을 토하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공대위와 가족의 항의가 있었고, 왕씨는 지난 17일 '사유가 종료될 때까지 일시적으로 구금을 해제'하는 제도인 '보호일시해제'가 되어 보호소에서 풀려났다. 교통사고 뒤 경찰 연행된 지 닷새만이다.

왕씨는 교통사고 당시 후송되었던 창녕 한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왕씨는 교통사고 관련 치료를 마치는 대로 부산 쪽 병원으로 가서 대동맥 수술과 관련한 치료를 받을 예정이다.

공대위는 "경찰 연행한 뒤, 병원 의사가 '환자는 지금 통증이 수반될 것'이라 했다"고 밝혔다. 또 공대위는 "당시 경찰에 따졌더니 경찰은 '심각한 상태가 아니었기에 연행해 조사했다'거나 '도주하면 책임질 것이냐'고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족들은 "도망갈 생각이었으면 응급실에서 벌써 도망갔을 것이고, 아무리 불법체류자라도 사람은 살리고 봐야 하는 것 아니냐, 보험처리도 하려면 한국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창녕경찰서 관계자는 "교통사고는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왕씨가 앞지르기를 하려다가 좌회전하는 트럭과 충돌해서 발생했다"며 "오토바이 운전자의 과실도 있다"고 밝혔다.

강제연행 주장에 대해, 관계자는 "본인에게 설명하고 여권이 집에 있다고 해서 동의를 얻어 갔다. 왕씨는 여권 유효기간을 보고 불법체류가 아니라고 했지만, 비자 기간을 보면 체류 기간이 지난 상태였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의사와 간호사한테 퇴원해도 좋다는 말을 듣고 출입국관리소로 이송했으며, 강제연행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태그:#이주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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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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