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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기간 보장, 특검도입, 야당의 공조약속 이행 등을 요구하며 17일부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단식에 들어간 유경근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과 장훈 진상규명분과장.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기간 보장, 특검도입, 야당의 공조약속 이행 등을 요구하며 17일부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단식에 들어간 유경근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과 장훈 진상규명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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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 관측 사상 가장 더운 8월의 땡볕 아래, 그는 다시 단식농성장에 자리를 잡았다. 지난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단식과 거리 투쟁을 여러 차례 반복했지만, 이번만큼은 그 마음이 다르다. 이번 단식에 '사생결단식'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목숨을 걸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예은 아빠'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이야기다. 그는 17일 오후부터 세월호 특별법 개정을 통한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조사활동 보장 등을 요구하며 단식에 나섰다. 18일에는 '준형 아빠' 장훈 진상규명분과장이 함께했고, 곧 다른 유가족들도 합류한다.

18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단식농성장에서 유경근 위원장과 마주 앉았다. 그는 "고민이 많았다. 괜히 시작했다가 흐지부지 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그럼에도 8월이 지나가면 세월호 특조위가 끝장나고 진상규명이 차단될 수 있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단식에 나섰다"라고 말했다.

유 위원장은 이어 "'만에 하나 내가 (단식을 하다) 죽어나간다 해도 정치권에서 눈 하나 깜짝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할 수 없지 않나"라며 "가족과 시민들이 희망을 갖고 버틸 수 있는 근거라도 남길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크다"라고 말했다.

그에게 건강을 물었다. 그는 "좋을 수가 있겠느냐..."면서 말끝을 흐렸다. 기자가 다시 건강에 대한 염려를 내뱉자, 그가 나직한 목소리로 묵직한 답을 내놓았다.

"세월호 특조위 조사활동이 끝내 강제로 끝나고 진상규명이 막혀서 가족들이 실망하고 포기하고 힘을 잃으면, 그때는 살 수 있나? 반대로 단식을 하다가 건강에 치명적인 해를 입어도, 진상규명만 할 수 있으면 벌떡 일어날 수 있을 것 같다."

멀어지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 [팟짱] '단식' 돌입 유경근 "더민주-국민의당 정신 차려라!"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대책위원장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특조위 조사기간 보장을 촉구하는 릴레이 단식을 이어갔다.
ⓒ 오마이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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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단식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방해하는 정부·여당을 겨냥한 게 아니다. 야당의 입장 변화를 촉구하기 위한 것이다. 유 위원장이 단식을 고민하게 된 것은 지난 12일 새누리당·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 원내대표가 세월호 특조위의 조사활동 보장 없이, 조사 주체를 정하지 않은 세월호 선체 조사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지난 3일 야3당 원내대표가 8월 중에 세월호 특조위 조사 기간 연장을 추진하겠다는 합의는 흐지부지됐다. 유가족들은 야당이 정부·여당의 세월호 특조위 조사활동 강제 종료 입장을 받아들인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내놓고 있다.

또한 새누리당의 주장대로 세월호 특조위가 아닌 다른 기구가 선체 조사에 나설 경우, 객관적인 조사가 될 수 없다는 게 유 위원장의 생각이다. 

"세월호 특별법에 따른 세월호 특조위 구성 과정에서 경험했듯, 그러한 기구를 구성하는 것은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설령 기구가 구성된다고 해도 문제다. 정부·여당은 해양안전심판원과 같은 정부 기관에 선체 조사를 맡기려 할 것이다. 객관적인 조사가 되지 않을 것이 뻔한데,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나."

"야당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나는..."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기간 보장, 특검도입, 야당의 공조약속 이행 등을 요구하며 17일부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단식에 들어간 유경근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과 장훈 진상규명분과장.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기간 보장, 특검도입, 야당의 공조약속 이행 등을 요구하며 17일부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단식에 들어간 유경근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과 장훈 진상규명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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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근 위원장은 "야당의 약속 파기를 이해할 수 없다. 유가족을 우습게 보고 있는 것 아니냐"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야권은 지난 4월 국회의원선거에서 승리한 뒤, 앞 다퉈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을 내겠다고 했다. 20대 국회가 개원한 지 일주일만인 6월 7일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의원 전원이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유경근 위원장은 "야당 의원들을 쫓아다니면서 많은 노력을 했는데, 결과는 우리가 요구한 것의 절반도 아니다, '제로'다"라면서 "20대 국회 개원 당시를 돌이켜보면, 야당이 시류에 편승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지난 4월 국회의원선거 때 야당은 세월호 이야기를 하면 '표 떨어진다'라는 생각을 했다. '세월호 변호사'라는 박주민 의원은 왜 경기도 안산시에 출마하지 못했겠느냐. 하지만 유권자들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비롯해 여러 사안을 해결하라면서 야당에 표를 줬다. 선거 승리 이후 야당은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 법안 제출 경쟁에 나선 것 아니겠느냐."

그는 이어 "자신들이 발의한 법을 책임진다는 차원에서 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집단적인 노력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지만 그런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 최근 야당의 태도 변화가 느껴졌나?
"20대 국회 개원 이후, 야당 의원들을 많이 만났다. 어떤 방법으로든 세월호 특별법 개정이나 그에 준하는 결과물을 가져와달라고 요청하면, 그들은 긍정적으로 답했다. 야당 지도부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의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일방적으로 할 수 없다', '현재 여당이 아쉬운 게 없어서, 주고받는 협상을 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야당은 12일 3당 원내대표 합의에 대해 유가족들에게 어떤 설명을 내놓았을까. 유경근 위원장은 "없었다. '지금은 여당 때문에 이런 합의를 하지만, 앞으로 노력하겠다'와 같은 설명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면서 "이번 단식도 야당을 향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나는 죽을지도 모른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 야당에 대한 실망이 큰 것 같다.
"2년 넘는 기간 동안 야당의 이런 모습을 한두 번 겪은 게 아니다. '야당을 믿고 희망을 걸 수 있을까', '현재의 야당이 정권을 잡으면 진상규명을 할 수 있을까', '선거 때만 세월호를 팔아먹는 건 아닐까' 하는 근본적인 의심을 하게 됐다."

- 그래도 야당이 아닌 정부·여당을 비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그런 얘기 듣는 것을 각오하고 단식에 나섰다. 정부·여당에는 걸 희망도 없다. 여당 의원들 쫓아가서 엎드려 빈다고 해도 안 된다. 그래도 야당에 희망을 걸고 싶으니까 이런 얘기라도 하는 것이다."

"지역구 야당 국회의원에게 전화 한 통 해 달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기간 보장, 특검도입, 야당의 공조약속 이행 등을 요구하며 17일부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단식에 들어간 유경근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과 장훈 진상규명분과장.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기간 보장, 특검도입, 야당의 공조약속 이행 등을 요구하며 17일부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단식에 들어간 유경근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과 장훈 진상규명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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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근 위원장은 "이번에 야당이 제대로 정신 차리지 못하면, 아이 아빠인 저는 물론이고, 야당 의원들도 정치적인 입장에서 죄인이 되는 거다. 이번 기회가 아니면 영원히 돌이킬 수 없다"라고 우려했다. "정부나 국회에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그 다음에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유가족을 그렇게까지 몰고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유경근 위원장은 언제까지 단식을 할까. 그는 "야당으로부터 답을 들을 때까지 할 것이다. 야당이 바뀌면 희망을 갖고 단식을 그만둘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희망을 접고 다른 길을 가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시민들을 향해 "유가족들이 단식한다고 해서 시민들이 안타까워하실 필요는 없다. 진상규명이 되지 않으면 어차피 살아도 사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말을 이었다.

"정말 뜻을 모으고 힘을 보태주시고 싶다면, 지역구 야당 국회의원한테 '세월호 특별법 개정, 세월호 특조위 조사활동 보장을 약속하지 않았느냐'라며 전화 한 통 해 달라. 그게 어려우면 국회의원의 페이스북, 트위터 계정에 댓글이라도 달아 달라. 국회의원들이 시민들의 요구를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해 달라."


태그:#유경근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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