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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천장을 올려다 본다 이정현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최고중진연석간담회를 주재하던 도중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다. ⓒ 남소연
[기사보강: 17일 오후 1시 42분]

박근혜 대통령이 광복절 기념사에서 밝힌 '건국' 발언의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의 말을 받아 '건국절 법제화'의 시동을 걸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17일 오전 당사 대표실 앞에서 기자들을 만나 "(건국절 법제화는) 국가의 정체성 문제고, 국가 중심의 문제다"라며 "다만, 국론분열을 키우지 말고 국회란 공간이 있으니 국회 본회의장 같은데서 토론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라고 말했다.

그는 앞서 열린 최고중진의원 연석간담회에서도 중진 의원들이 '건국절'을 언급하자 "기왕 이 문제를 놓고 야당 대선후보를 지낸 분도 분명한 입장을 얘기했기 때문에 (정진석) 원내대표와 상의해서 국회 5분 발언 등을 통해 국민 앞에서 건전한 토론이 이뤄지도록 하는 여러 방법을 찾아보겠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는 민생 정치를 강조했던 '이정현 지도부'의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건국절 논란에 정면 대응해 야당과의 대결 구도를 강화시킬 경우, 향후 원만한 국회 운영에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 대표 역시 '건국절 법제화'라는 결론보다는 '공개 토론'이라는 과정을 먼저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전 대표야말로 얼빠진 주장 삼가라"

'섬기는 머슴 행복한 국민' 새누리 백보드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최고중진연석간담회를 주재하기 위해 자리로 향하고 있다. 백보드엔 '섬기는 머슴 행복한 국민' 문구를 내걸었다. ⓒ 남소연
그러나 새누리당은 이번 기회를 통해 건국절 법제화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특히 광복절 경축사에서 '건국 68주년'을 거론한 박 대통령을 겨냥, "얼빠진 주장"이라고 비판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정치적 공세 성격이 강하다(관련 기사 : '건국절' 논란 부른 박 대통령, 청와대는 모르쇠). 문 전 대표는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건국절 주장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얼빠진 주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박 대통령의 경축사 직전에 나온 글이지만 마치 박 대통령을 겨냥한 비판으로 읽혔다.

당장,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연석간담회에서 "박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적시했으며 (대한민국 건국일이 상해 임시정부 수립일이라는) 야당의 주장은 사리에 맞지 않고 온당치 않다"면서 "문 전 대표야말로 반역사적·반헌법적·반국가적인 이런 얼빠진 주장을 삼가길 바란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상해 임시정부는 국가의 구성요소인 영토와 국민을 갖지 못한 망명 정부였다, 언제부터인가 건국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박사를 터무니없이 폄하하고 대한민국 건국의 정통세력은 임시정부 주석이었던 김구 선생이라는 주장이 팽배해 왔다"면서 건국절 제정을 반대하는 목적이 '이승만 폄하'에 맞춰져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른 참석자들은 아예 건국절 법제화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심재철 국회부의장은 "우리나라의 생일은 1948년 8월 15일이다, 광복절이면서도 건국절"이라며 "(대한민국이) 임시정부의 정신을 이어 받았지만 임정은 임정이고 대한민국은 대한민국"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승만 대통령이 권위주의적 행동을 보였다고 해서 건국 자체를 깡그리 무시하면 (대한민국의) 생일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건국절이) 법제화돼 광복절이면서도 건국절로서 모든 사람들이 나라를 되새길 수 있도록 법제화 작업이 시작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갑윤 전 국회부의장도 "18대 국회 당시 건국절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가 독립유공자 연합회에서 사생결단으로 달려들어서 국론을 분열시킨다는 이유로 법안을 폐기한 적 있다"면서 "박 대통령께서 하신 말 때문에 또 (건국절이) 화제가 되고 있는데 이제 법제화 하는데 국민들의 중지를 모아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라고 동의했다.

'해맑' 이정현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최고중진연석간담회를 주재하기 앞서 나경원 의원 등 중진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주재한 첫 모임의 명칭을 기존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간담회'로 명칭을 바꿨다고 밝혔다. 최고중진연석간담회는 이날 시작으로 매주 수요일 열릴 예정이다. ⓒ 남소연
야당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건국절 제정을 반대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나경원 의원은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인정하지 않는 주장은 사실상 광복 이후 한반도의 유일 합법정부인 대한민국 정부의 정통성을 부인하거나 의미를 축소하는 것"이라면서 "잘 몰라서 그러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인지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조원진 최고위원은 "지금으로부터 18년 전 김대중 대통령 당시에 건국 5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행사를 했고, 엄청난 규모의 사면을 하면서 '건국 50주년 사면'이라고 공식 발표했었다"면서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8·15 건국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는데 그 이후 야당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또 다른 의도가 있는 게 아닌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의 얘기를 들은 이정현 대표도 기자들과 만나서는 "저도 (건국절 주장에) 공감한다, 김대중·노무현 두 대통령 때도 국가행사에서 (건국절이라는 표현을) 공식적으로 사용했다"며 건국절 법제화에 공감대를 표했다. 또 "지금 와서 이 문제를 새롭게 제기하고 그것도 조금 심한 말씀으로 하니까, 이게 감정으로 다룰 문제인가"라며 문 전 대표를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헌법에 임시정부 법통 계승한다고 돼 있는데 개헌하자는 얘기냐"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이 같은 공세에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이재경 대변인은 오전 기자들과 만나, "(새누리당의 주장대로라면) 우리 임시정부는 뭐가 되나"라며 "헌법 전문에 임시정부 법통을 계승한다고 명확히 돼 있는데 건국절을 (제정)하자면 개헌을 해야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 대통령이 작년에 이어, 올해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건국'을 거론한 것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건국을 거론)하는 것인지, 무의식적으로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얼마나 깊이 생각하고 판단하는지 궁금하다"라면서 "법이 정한대로 정상적으로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태그:#건국절, #박근혜, #이정현, #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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