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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재 기사는 제주에 사는 어린여행자들이 직접 쓴 여행이야기입니다. 현재 제주시 광양초등학교에 다니는 5학년 평범한 어린이들이 프로젝트 수업 과정에서 부모나 교사의 도움 없이 모둠별로 스스로 여행지를 선택하고, 교통이나 각종 정보를 조사하고, 예산을 짜고, 좌충우돌 여행을 다녀온 후에 배우고 느낀 점을 쓴, 각자 인생에서 보자면 최초의 여행기인 셈입니다.

따라서 문장의 짜임새도 부족하고 글의 연결도 투박하지만, 아이들 자신이 보고 듣고 느낀 점을 누군가에게 전하고자 하는 마음의 진지함만큼은 부족하지 않게 담겼습니다. 다만, 아이들이 왜, 어떻게, 어떤 과정을 거쳐 '스스로 여행'을 떠나게 되었는지 앞뒤 맥락에 대한 설명을 그들의 교사인 제가 얼마 정도의 글을 덧붙이고자 합니다. - 기자 말

우도 홍조단괴해변에서 바지를 걷고 양말을 벗고
 우도 홍조단괴해변에서 바지를 걷고 양말을 벗고
ⓒ 물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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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직접 쓴 모둠여행기 세 번째 글이다. 이번 프로젝트 여행수업에서 '물방울' 모둠 네 명의 아이들이 선택한 환경여행 소주제는 '제주의 바다'다. 그에 따라 선택한 여행지가 우도 홍조단괴해변이었다. 우도 홍조단괴해변은 오랫동안 산호조각이 마모되어 이루어진 산호해변으로 알려져 있다가, 최근에 홍조단괴해변임이 밝혀졌다.

홍조단괴해변은 물속에 서식하는 석회조류 중 하나인 홍조류가 탄산칼슘을 침전시켜 만들어진 것으로, 태풍에 의해 바닷가로 운반되어 퇴적물을 형성하였다 한다. 우도 홍조단괴해변을 이루는 퇴적물은 거의 100%가 이러한 홍조단괴로만 이루어져 있어 그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으며, 국내에서 홍조단괴로만 이루어진 퇴적물은 제주도 우도에서만 유일하게 나타나며, 또한 전 세계적으로도 아주 드물게 나타나는 현상이어서 현재 천연기념물 제438호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자료 참조 :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우도로 향하는 여행자 가운데서도 태양빛을 반사시켜 제주의 푸른 바다를 더욱 푸르고도 신비롭게 만드는 우도의 하얀 해변이 천연기념물이란 사실을 알고 있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을 듯싶다.

'물방울' 모둠은 여러 물방울들이 모여서 하나의 물방울이 되듯 서로 다른 친구들이 하나로 협동하는 모둠이라는 뜻으로 아이들이 지어낸 이름이다. 하지만 이름과 달리 평소 우리 반에서 가장 요란하고 시끄럽고 말다툼도 많은 모둠이 '물방울'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엉뚱하고 창의적이고 열정적이기까지 하니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모둠이기도 하다. 과연 이 모둠이 어떻게 우도 여행을 해낼까 가장 궁금했던 이는, 아마도 교사인 나였지 싶다. 이제 그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보자.

어느 세상에도 없을 행복한 여행 

글 : 강수진, 김현지, 문준, 오명준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두 번째 프로젝트 여행을 떠나는 날이다. 7시 30분까지 와야 해서 수진이는 6시쯤에 일어나서 학교에 도착했다. 그곳엔 우리 반 선생님, 옆 반 선생님과 현지가 있었다. 수진이와 현지는 명준이와 문준을 기다렸다. 습기가 많은 날씨였기 때문에 비가 올 것 같아서 걱정이 되었다. 그 불안감 속에서 선생님께 인사를 한 후 학부모 안전도우미인 윤영이 아빠와 함께 버스를 타기 위해 출발했다.

여기가 아니라고?
 여기가 아니라고?
ⓒ 물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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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두 번째 여행으로 우도를 가기로 했다. 왜 우도를 갔냐면 섬에서 섬으로 간다는 것이 신기해서다. 그리고 홍조단괴 해변의 돌을 관찰하고 싶어서고, 밥도 먹고 땅콩아이스크림도 먹고 놀다 오기 위해서다. 우도는 누운 소를 닮았다고 해서 우도인데 제주도에서 가장 큰 섬이라고 한다.

우리 모둠은 동광양 버스정류장에 갔다. 그런데 계속 기다려도 버스가 안 왔다. 다른  버스가 와서 명준이가 용기를 내어 "성산포항 가나요?"라고 여쭤보았는데 안 간다고 했다. 어느 주민 아주머니께서 여기가 아니라 시청에 가서 타라고 해서 우리 모둠은 시청으로 달려갔다. 아주머니께서는 그 다음에 오는 버스를 타라고 알려주고 우리의 감사하다는 말을 듣고 어디로 가셨다.

그래서 명준이가 심심했나보다. 우울증 걸린 사람들이 읽는 책을 장난으로 현지에게 읽으라고 했다. 화가 난 현지는 명준이를 때리려고 쫒아갔다. 그걸 피하려던 명준이는 책을 똑바로 정리하지 않고 대충 던져두고 간 것이다. 그것을 본 할머니께서 명준이를 불러서 말씀하셨다.

"이 책 똑바로 정리하지 못해! 이게 너 꺼야?!! 다른 사람들이 보는 책을 이렇게 놓으면 안 되지!! 얼른 똑바로 놔!!"

우리는 혼이 났다. 그래서 분위기가 정말 차가웠다. 그런데 때마침 710번 버스가 왔다. 버스 기사님께 목적지를 물어본 후 버스를 탔다. 15분 정도 지나자 준이는 멀미가 났다. 구역질도 났다. 식은땀도 나고 어지러웠다. 그러니까 잠시 후에 현지도 식은땀이 흐르면서 멀미를 하였다. 그렇게 멀미를 하며 1시간 48분 정도 달려 성산포항에 도착하였다.

성산포항에 내려 선착장 매표소로
 성산포항에 내려 선착장 매표소로
ⓒ 물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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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터미널 매표소에서 승객 이름 적기도 스스로 척척!
 여객터미널 매표소에서 승객 이름 적기도 스스로 척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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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자판기 음료수를 먹었다. 그냥 음료가 아니라 정글에서 먹는 야자수 같았다. 그런 다음 표를 사러갔다. 학부모 안전도우미 선생님의 주민등록증이 있어 30% 도민할인이 되었다. 우리는 기분 좋게 배타는 곳까지 갔다. 그리고 배를 타서 옥상에 올라가 구경하였다. 바다가 깨끗하고 넓었다. 바람도 시원했다.

지월봉과 성산일출봉이 점점 흐릿해져가는 모습을 보며 우도에 도착했다. 사람이 정말 많았다. 우리는 자전거를 타고 싶은 마음을 접어두고 걸어서 홍조단괴 해변까지 갔다. 홍조단괴는 모래가 아닌 산호 같은 것으로 만들어진 해수욕장이다.

바다에서 신나게 놀고 보니 발이 아프네
 바다에서 신나게 놀고 보니 발이 아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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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라는 설명이야?
 이게 뭐라는 설명이야?
ⓒ 물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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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바지를 걷고 신나게 놀았다. 작은 모래알이 아니라서 발이 많이 아팠지만 재미있게 노느라 아픔은 잊었다. 1시간 정도 놀고 물티슈로 발, 손등을 닦았다. 그러고 나서 수진이와 현지는 우도의 특별한 돌로 하트랑 'LOVE'라는 글자도 만들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좋았다. 명준이와 준이는 쓰레기 버리러 왼쪽으로 가고 현지와 수진은 '맛집'을 찾으러 오른쪽으로 갔다. 그런데 우리가 꼭 가고 싶은 '하하호호' 맛집을 찾고 싶었지만 아무리 걸어도 보이지 않았다. 명준이와 준이가 오지 않자 현지가 전화를 했더니 처음에 배 타고 와서 내렸던 곳에서 만나자고 했다. 그래서 수진이와 현지는 가서 기다리기로 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

옆 반 친구들이랑 밥을 먹으려던 문준과 명준이는 안전도우미 선생님의 전화를 받고 친구들을 찾아 다시 걸었다. 그동안 수진이와 현지는 한라봉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수다를 떨다가 드디어 30분 만에 재회를 했다.

쓰레기 버리러 갔다가 30분 만에 재회!
 쓰레기 버리러 갔다가 30분 만에 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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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을 찾아서 하하호호
 맛집을 찾아서 하하호호
ⓒ 물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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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자마자 바로 수제 흑돼지햄버거를 주문하였다. 얼마 안돼서 음식이 나오자 사진을 찍고 본격적으로 먹었다. 다들 정말 배고팠는지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다 먹고 나서 다 같이 한라봉 아이스크림과 땅콩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우리 모둠의 입맛에는 한라봉 아이스크림이 더 어울렸다. "정말 맛있다"는 말을 다들 하면서 모두 휴식을 즐겼다.

3시쯤에 다시 돌아가는 배를 탔다. 이번에는 거꾸로 우도가 흐릿해지는 모습을 감상하면서 갔다. 그리고 '6쾌통쾌' 모둠 친구들을 만나 같이 버스를 탔다. 갈 땐 멀미했는데 6모둠 친구들이랑 게임도 하고 수다하면서 돌아오니까 멀미가 안 나고 즐거웠다. 그렇게 1시간을 달려서 4시쯤 도착하였다. 우리 모둠은 선생님과 친구들이 반갑게 맞아주는 학교까지 다 왔다. 이제 여행이 끝났다. 많이 성공적이었던 여행이었다.

우리 모둠은 이 여행을 위해 준비를 많이 했고, 그것에 따라서 여행도 재미있었다. 우리끼리 여행한 것은 처음이었는데 오히려 부모님들이 시키고 따라하는 것보다 우리가 스스로 혼자 헤쳐 나가는 그런 여행이 되어서 아주 좋은 경험이 되었다. 우리는 이 여행을 통해서 더욱 친해지고 서로의 마음을 알게 된 것 같다.

드디어 우도에 도착!
 드디어 우도에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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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다녀와서 환경여행 사진전을 준비하며
 여행을 다녀와서 환경여행 사진전을 준비하며
ⓒ 양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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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우리가 어른이 되기까지 새로운 경험일 거라 생각한다. 무엇인가 스스로 헤쳐 나가며 즐기는 여행은 또 다른 경험이었고 어른이 되기 위해 성장을 하고 있는 거라 느낀다.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을 서로서로 느끼면서 여행하고, 누가 우리보고 '이거하자 저거하자'라고 하지 않고 우리들의 생각으로 판단해서 하는 여행이라서 더욱 행복하였다.

우리는 웃고 울면서 그리고 싸우면서 여행을 떠났지만 즐겁고 행복한 추억과 시간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시 한 편을 덧붙인다. 

추억 (시. 김현지)

어느 세상에도 없을
우리만의 추억이 남겨질 여행

우리는 어느 때보다 많이
웃고 말하며 추억을 남긴다.

나는 정말 행복하다.
즐거운 여행이 추억으로 남아


태그:#우도 홍조단괴해빈, #광양초등학교, #여행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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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섬 제주에서 살고 있다. 나이 마흔이 넘어 초등교사가 되었고, 가끔 여행학교를 운영하고, 자주 먼 곳으로 길을 떠난다. 아내와 함께 한 967일 동안의 여행 이야기를 묶어 낸 <길은 사람 사이로 흐른다> 이후, <시속 4킬로미터의 행복>, <아이들, 길을 떠나 날다>, <여행자의 유혹>(공저), <라오스가 좋아> 등의 책을 썼다

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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