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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주 1회 유기농산물을 웹으로 신청한다. 유기농으로 만든 가공식품까지 사다 보니 매달 60만 원 안팎을 지출한다. 물론 안전하다고 100% 믿으며 10여 년을 그랬다. 그런데 <소농은 혁명이다>를 읽으니 내가 무지했던 거다.

유기농도 시설농에 포섭되어 '생물 농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안전한 밥상은 자연농으로나 가능하다는 건데, 자연농은 대형마트에서는 아예 기대할 수 없고, '한XX' 같은 유수한 전문기관에서도 코너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저자 전희식씨가 말하는 '소농'은 땅의 자정작용을 보전하고 살리는 자연농이다. 몸 노동에 의지해 농기계나 화학농약은 물론 비닐은 아예 쓰지 않는다. 잡초도 쓸모가 있다고 깡그리 안 뽑는다.

<소농은 혁명이다>
 <소농은 혁명이다>
ⓒ 모시는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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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름을 만드는 인분을 모으기 위한 생태 화장실 구축은 기본이다. 그러다보니 중노동에 비해 수확량은 적고 보기에 그럴듯하지도 않아 돈이 되지 않는다. 문명의 이기를 활용하는 데 익숙한 21세기 삶에는 불편하기 짝이 없는 색다른 문명이다. 그래서 <소농은 혁명이다>.

돈이 권력인 세태에서 비가시적인 생명을 위한 혁명적 실천에 선뜻 몸을 던질 농부가 있을까. 생명은 자본주의의 덫에 걸려 "타락"하지 않으면서 "공익성"과 "환경보전성"을 챙겨야 유지할 수 있다. 그건 지금-여기에서 황금을 돌 같이 여기는 것과 같은 희귀한 윤리성이다.

그래서 저자는 '농민기본소득제'를 제안한다. 토지 공개념이 전무한 현실에서 농민이 땅과 먹을 거리를 해코지하지 않으면서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한 것이다. 밥상의 안전이 농부의 영성에 달렸으므로 떳떳하게 농사를 짓도록 하자는 '농민기본소득제'는 설득력이 있다. 영성을 살리는 환경운동의 근간이자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실현하는 방향을 설정한 것이다.

저자가 역설하는 농민운동의 지역자치, 농사 대물림, 지하수 보전, 육식문화 지양, 에너지 소비 자제, 지엠오(GMO) 벼 불허, 가족농 지원 등등의 현안들을 푸는 물꼬가 그 제안과 연계되어 있다. 22년차 농부의 해법은 농부가 단순한 육체노동자가 아님을 일깨우는 전문가 수준이어서 놀랍다.

<소농은 혁명이다>는 생명을 부여잡는 다양한 행보를 선보인다. 행보마다 구체적인 현황을 짚으며 가려운 곳을 긁어 주는 직설이어서 농업학교 교재나 농업 관련 행정기관이 참고했으면 싶다.

한낱 농부의 저서려니 여겨 가볍게 책장을 넘겼다가 농민인문학에 해당하는 숱한 인식지평을 마주하니 반가울 뿐이다. 농민의 인문적 소양과 집단지성 형성을 일구는 농민인문학을 몸소 익혀 실행한 모범 사례다. 그래서 전희식은 생명을 부여잡는 농민인문학자다. 내 밥상의 안전을 위해, 그리고 귀감이 되는 영성이 아쉬워 그의 다음 혁명을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 전희식, <소농은 혁명이다>, 도서출판모시는사람들, 2016.



소농은 혁명이다 - ‘똥꽃’농부 전희식이 꿈꾸는 희망농촌

전희식 지음, 모시는사람들(2016)


태그:#소농, 혁명, 전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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