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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길고양이는 정식 품종으로 등록된 고양이는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선 흔히 '코리안 숏헤어'(코숏)라고 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6길 위에서 새하얀 고양이, 은회색 고양이 등이 자주 보이기 시작했다.

코숏 이외의 일명 품종묘들,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비싼 분양가가 매겨지기도 하는 고양이들도 예외없이 길 위로 버려지고 있는 것이다. 동네에서 길고양이들을 자주 보다 보니 '고양이는 길 위에 버려도 알아서 잘 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하지만 집에서만 키워지고 돌봐주는 손길에 익숙한 집고양이들은 덜컥 길 위에 놓이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모른다. 설상가상으로 기존 길고양이들과의 영역 다툼으로 다치거나, 동네를 옮기다가 로드킬을 당하는 일도 흔하다.

당신이 버린 고양이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지난 7월 22일, 한 누리꾼이 인천 인하대 후문에서 길고양이 한 마리의 사진을 올렸다. 길 생활을 얼마나 했는지, 털이 엉망으로 뭉쳐 지저분해진 이 샴고양이는 인하대 후문에서 오랫동안 떠돌아 이 부근에선 유명하다고 했다.

편의점 안에 들어가고 싶은지 자꾸 편의점 문 앞에서 안을 흘끔거리고선, 막상 가엾게 여긴 편의점 아주머니가 우유를 꺼내주자 입안 어디가 불편한지 잘 먹지도 못했다. 삶이 얼마나 고되고 지치는지, 희망 없이 꺼져가는 눈빛이 지난 삶의 궤적을 말해주고 있었다.

털이 딱딱할 만큼 뭉쳐 있고 힘없는 모습으로 발견되었다
▲ 인하대 앞에서 발견된 샴고양이 털이 딱딱할 만큼 뭉쳐 있고 힘없는 모습으로 발견되었다
ⓒ 2013yo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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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 샴고양이에 대한 안타까운 목격담이 올라오자 몇몇 캣맘들이 힘을 모아 구조에 나섰다. 늘 그 부근을 돌아다니던 고양이라 금방 발견해 구조할 수 있었다. 인하대에서 구조한 고양이라 편의상 '인하'라고 이름 붙였다.

동네 주민의 증언에 따르면 인하는 원래 주인이 있었는데, 6년 전부터 길에 내버려져 주민들이 챙겨주는 밥을 얻어먹으면서 지냈다고 한다. 그러다 1년 전쯤 급격히 몸이 안 좋아지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이어나가고 있는 중이었다.

인하를 병원에 데려갔다. 결과는 참혹했다. 많은 길고양이들이 가지고 있는 구내염은 물론이고, 지방간·황달·빈혈 등 거의 모든 장기가 심각하게 손상된 상태였다. 모든 장기가 생존을 위해 온 힘을 쥐어짜며 무리한 결과다.

그나마 전염병이 없다는 게 유일하게 다행이었다. 원래는 집에서 사랑받으며 살았겠지만, 길 위에서 혼자 살아가기 위해 하루하루 발버둥 치는 동안 몸 전체가 망가져가고 있었다. 전체 발치를 해야 할 정도로 망가진 입안으로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그 탓에 척추가 드러날 만큼 앙상하게 마른 인하는 병원에서도 사람의 눈치를 봤다. 보살핌의 손길이 이제는 낯선 탓일 것이다. 사람의 손에서 버려진 고양이, 그러나 결국 사람의 손길만이 인하를 살릴 수 있었다.

온몸의 장기가 심각하게 손상된 상태로 진단되었다.
▲ 구조되어 병원에 입원한 샴고양이 인하 온몸의 장기가 심각하게 손상된 상태로 진단되었다.
ⓒ 권동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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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구조를 멈출 수 없는 이유 

샴고양이 인하는 현재 이빨을 모두 빼고, 다른 장기의 손상에 대한 치료를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치료비가 600만 원 가까이 나오자 인하의 사연을 안타깝게 여긴 이들 사이에서 모금이 이뤄졌고, 거의 하루 만에 모금이 완료됐다. 그러나 버려진 고양이들을 위한 도움의 손길은 늘 부족하다. 그나마 눈에 띄어 치료를 받을 기회라도 얻은 인하의 경우는 행운인지도 몰랐다.

어릴 때는 귀엽다고 사랑받다가, 털이 많이 빠진다거나 밤에 시끄럽게 뛰어다닌다거나, 커서 더 이상 귀엽지 않다는 등의 여러 가지 이유로 버림받는 동물들은 많다. 누군가는 죄책감 없이 동물을 길에 버리고…. 그렇게 길 위에서 죽어가는 동물들에게 관심 갖는 사람들은 한정돼 있다. 손을 내밀지 않으면 길 위의 동물들이 어떻게 되는지 너무나 잘 알기에, 꾸역꾸역 고양이를 구조하고, 치료를 받게 하고, 입양 보내는 일을 멈출 수 없는 것이다. 마치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처럼, 우리 사회에 도움이 필요한 유기묘들은 끝없이 나타나고 입양자는 부족하다.

버려진 집고양이는 알아서 잘 살지 못한다. 한 생명을 버리는 일은 고통 속에서 살다가 죽어가게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다. 내 눈 앞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고 해서 그 책임에서 눈을 돌릴 수는 없다. 내가 키우기로 결정하고 데려온 고양이를 끝까지 책임지지 않으면, 그 고양이는 길에서 떠돌다가 운좋게 다른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러니 반려동물을 키우기로 결정할 때에는 가볍게 '구매'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 10년, 15년을 함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신중한 고민과 결심 그리고 각오가 반드시 필요하다.

한편, 인하대 앞에서 구조된 샴고양이 인하는 치료 후 평생 함께할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입양 문의 : speed200777@naver.com)


태그:#샴고양이, #유기묘, #인하대, #고양이, #고양이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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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개 고양이 집사입니다 :) sogon_about@naver.com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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