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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말없는 약속 20년'에 이어 이제는 제 자신을 시작으로 나의 심리적, 생활상의 문제들로 건강하고 행복한 생활에 걸림돌이 됐던 독(자신과 타인에게 해로움을 주는 요인)을 다스렸을 때 건강과 행복을 더 크게 느끼며 당당하게 생활하고 계신 분들의 이야기를 소개할까 합니다. 이 연재기사의 이름은 '내 안에 독을 다스리면 덕이 되고, 복이 된 사연'입니다.

지금까지 제가 상담한 내담자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볼 겁니다. 이 연재에 등장하는 이들은 모두 <오마이뉴스>에 본인의 이야기가 실리는 것을 동의한 사람들입니다. 물론, 이름은 가명으로 합니다. - 기자 말

[관련기사] "좋은 남편? 좋은 아들? 당신이 결정해"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 부인인 펑리위안(彭麗媛)이 한 말입니다.

"여자는 자기 자신만 관리해도 잘한 겁니다.
무엇 때문에 남자를 관리하려 합니까?
똑똑한 남자는 관리할 필요가 없고,
멍청한 남자는 관리해도 소용이 없고,
당신을 사랑하는 남자는 관리하지 않아도 되고,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 남자는 관리할 자격이 없습니다.
때문에 당신은 열심히 여자로 살면 되는 겁니다."

그녀의 남편은 함께 살게 되면 아내가 자기를 꼼짝 못하게 할 것 같아 답답할 거라며 걱정이 된다고 했다. 그녀 또한 그 점에 있어서 부정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상황은 이제 긍정적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과외를 하기 시작했고 자기의 숨은 실력이 나오는 듯 하다며 뿌듯해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시부모와 분리해서 생활하는 것은 남편이 알아서 하기로 했다. 지금 그녀가 상담소로 처음 찾아왔다. 

: "오시는 길이 불편하지는 않으셨나요?"
그녀 : "그런대로 괜찮았어요. 그리고 사람들이 저만 바라볼 줄 알았더니 선생님 말씀처럼 나만 보고 있는 사람 없었어요."
 : "예~ 오시느라고 수고하셨어요. 잘 오셨어요."

나는 상담소에 비치된 차 중에서 그녀가 원하는 커피를 타서 그녀와 내 앞에 한잔씩 놓았다. 그녀는 이미 과외를 시작하고 있었다.

: "요즘 과외를 하시니까 기분이 어떠신가요?"
그녀 : "처음에는 잘할 수 있을지 그리고 학부모들이 제가 친정에 있는 것을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 약간 두려웠지만 지금 두 학생을 두 번씩 지도해보니까 충분히 지도할 수 있겠다 싶어요."
: "그 말씀을 들으니 제가 참으로 기쁘네요. 역시 00엄마는 하실 수 있는 분이세요. 그리고 대단하세요"

나의 이런 말에 그녀는 부끄러워한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점은 그녀는 내가 부족하더라도 지도해주는 방향대로 가능하면 이해하려고 하는 점이다. 아마도 그녀의 이런 특성이 점점 그녀를 발전하도록 돕게 될 것이다.

: "성적도 좋으셨고 성품도 차분하시고 거기에 미모까지 겸비하셨으니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좋아하시겠는데요?"

이런 말 또한 부끄러워하는 여성이다. 그녀는 나의 이런 말에 아직은 조심스러운 듯 미소만 짓는다. 다행이다. 일을 하는 자신을 좋아하는 모습이 역력해보였다.

: "친정어머님은 뭐라고 하시던가요?"
그녀 : "아직은 '잘해보렴'이라고만 하시고 딱히 다른 말씀은 없으세요."
 : "그래도 친정어머님이 계셔서 당장 머물 곳도 있고 거기에 과외를 하실 수 있으니 친정어머니께 감사할 것 같아요."
그녀 : "그래야 할 텐데 아직은 머리로는 감사해야지 하지만 제가 가슴에 맺혔던 것들이 많았던지 가슴에서는 원망이 더 있어요."
 : "예~ 그동안 어머님이 다정하고 편했던 대상이 아니라 눈치를 살펴야 했고 혼나지 않을까 늘 조심스러웠었으니 아직은 그러실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녀 : "네, 아직은 모르겠어요. 엄마에 대한 저의 마음이 어떤지"
: "지금 이 시간에도 어머님은 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청소를 하고 계시겠네요."
그녀 : "그렇지 않아도 전철 타고 오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나는 시원한 전철을 타고 오는데 엄마는 지금 땀 흘리며 일하고 계시겠구나."

이렇게 말하는 그녀의 표정이나 눈빛, 말투에 있어서 친정어머님에 대한 동정, 연민은 담겨보이지 않았다. 나는 이런 나의 생각을 그대로 그녀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나의 생각은 내 생각일 뿐일 수 있기에.

: "지금 친정어머님 말씀 하시면서 표정이나 말투에서 얼마나 애쓰고 계신지 안쓰러움은 제가 못느끼는데...."
그녀 : "아직은 저도 엄마에 대한 안쓰러움은 말 뿐이고 마음에는 없어요."
: "혹시 00엄마 가슴에 아직 친정어머님을 원망하시나요?"
그녀 : "네~~"
: "그리고 아직 친정어머님과 손 잡아 본 적도 기억에 없으시지요?"
그녀 : "그래 본 적이 없었어요."
: "만약에 제가 이번주 숙제로 오늘 댁으로 돌아가셔서 잠들기 전에 엄마 손 한 번 잡아보시기를 권해드리면 어떻겠나요?"
그녀 : "낯 설어서 못할 것 같아요."
: "혹시 괜찮으시다면 저와 저의 엄마와 관련된 경험을 이야기 해도 될까요?"
그녀 : "네"
: "저의 엄마는 사실 자녀 일곱을 키우셨지만 김밥을 못 만드세요. 그리고 우리가 중·고등학교때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엄마는 흰머리띠를 이마에 두르시고 머리 아프다고 누워계셨지요. 그래서 우리 형제들은 엄마 눈치를 살피면서 저녁준비 또는 집안 청소 그리고 숙제 등을 알아서 해야 했었어요.

그렇게 청소년기까지 저는 반항할 줄 모르고 지내다가 20살이 넘어서 그런 엄마에게 대들고 반항을 시작했었지요. '엄마가 해준게 뭐가 있냐는 등..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요. 그러다가 우연히 바로 위 언니와 엄마에 대해 이야길 했어요. 엄마가 큰집 일을 우리들 챙기는 것보다 더 신경썼다는 이야기를 하는 중 언니가 그랬어요.

'엄마가 그럴 만 했겠지'라구요. 그때 저는 나와 다른 말을 하는 언니의 표현에 깜짝 놀랐어요. 저는 그 때까지만 해도 '엄마가 뭐 저래, 엄마는 부족해, 우리를 위해서 어떻게 이렇게 신경을 안쓸수가 있어'라고 불평을 했지만 언니는 단지 '엄마가 그럴 만 했겠지'라고만 했어요. 저에게는 굉장한 충격이었습니다. 이런 저의 이야기를 들으니까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그녀 : "선생님은 어머니를 이해하지 않았고 언니분은 이해하신 것 같아요."
: "정확히 보셨어요. 바로 그거였어요. 저는 엄마의 잘못에만 집중해서 엄마를 원망했었는데 언니는 엄마의 상황을 이해했다는 거였어요."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한 마디 했다.

그녀 : "나도 그런데..."
: "예~ 저도 엄마의 상황을 머리로 이해했으나 엄마께 다정하게 다가가지 못했어요. 왠지 낯설고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로 엄마께 안기지도 못하고 멀뚱멀뚱 했었거든요. 그러다가 엄마를 부축할 일이 있었어요. 바로 위 언니와 내가 양쪽에서 엄마를 부축해드리려고 엄마 팔을 제가 처음 껴보고 손을 잡게 되었을 때 다정하고 편안하기보다는 뭔가 뻘쭘했었지요. 그러나 그 이후로는 엄마 손을 잡아드리는 것이 자연스러워졌어요. 물론 그 이유에서였는지 관계도 부드러워졌었어요. 제가 이런 이야기하니까 어떠신가요?"
그녀 : "글세요. 저도 해보아야 할 것 같지만 쉽게 되지는 않을 것 같아요."
: "예 그러실 수 있지요. 우리가 마음먹었다고 한 순간에 이루어진다면 세상일 무엇이 어렵겠어요. 대신 댁으로 돌아가시면서부터는 입으로 '엄마가 그때 나의 머리조차 묶어주시지 못했지만 그럴 만 했겠지, 엄마가 학교 잘 다녀오라고 말하지 못했지만 그럴 만 했겠지, 왜냐하면 엄마는 이미 청소일을 하시느라 내가 학교 가기 전에 집에서 새벽에 나가셔야 했으니까 그리고 쉬는 날에도 평소에 어린 딸이었지만 알아서 스스로 머리도 잘 묶고 했으니까 믿고 안묶어주셨겠지'라고 생각해보시면 어떻겠나요?"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 복잡함이 맴돈다. 아직은 친정어머님에 대한 그녀의 머리에 있는 '힘드셨겠다'가 가슴에 닿지 않은 듯하다.

친정어머님을 마음으로 이해하고 헤아리기에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태그:#친정엄마, #일, #이해, #마음,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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