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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에 설치된 공주시 재난안전대책본부 재해 문자 정보 시스템의 간판에는 기온이 39도, 습도가 46%까지 치솟고 있다.
 강변에 설치된 공주시 재난안전대책본부 재해 문자 정보 시스템의 간판에는 기온이 39도, 습도가 46%까지 치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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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이 39도, 습도가 46%까지 치솟고 있지만, 정작 고령의 일용직 근로자들은 뙤약볕 아래에서 뜨거운 햇볕에 노출되고 있다.
 기온이 39도, 습도가 46%까지 치솟고 있지만, 정작 고령의 일용직 근로자들은 뙤약볕 아래에서 뜨거운 햇볕에 노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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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폭염이 지속하면서 움직임도 둔해진다. 그런데 그늘도 없는 뙤약볕 아래에서 한낮에 풀 뽑고 꽃 심는데 동원된 어르신들이 있다. 인권단체는 즉각 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공주시는 관광객과 시민의 볼거리를 위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공산성 건너편 미르섬(하중도)에 서식하던 갈대와 버드나무를 베어내고 매실 나무를 심었다. 중장비로 평탄작업을 한 모래땅에는 비닐을 깔고 꽃을 심고 거름까지 뿌리고 있다.

11일 아침부터 내리쬐는 햇볕에 뜨겁게 달아오른다. 모자와 수건으로 무장한 어르신들이 풀 뽑고 꽃 심기에 여념이 없다. 오전 10시 30분 강변에 설치된 공주시 재난안전대책본부 재해 문자 정보 시스템의 간판에는 기온이 39도, 습도가 46%까지 치솟고 있다.

폭염으로 한낮에 야외활동과 농사일 자제하라더니

오시덕 공주시장이 홈페이지를 통해 주민에게 알리는 내용.
 오시덕 공주시장이 홈페이지를 통해 주민에게 알리는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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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시는 홈페이지를 통해 오시덕 시장 명의의 "연일 폭염으로 한낮에 야외활동과 농사일을 자제하라...폭염으로 어려움을 겪는 주변의 독거노인, 노약자 등에게 각별히 관심을 갖고 도움을 주자"는 알림창을 띄워 홍보하고 있다.

"공주시 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알려드립니다. 연일 폭염으로 35도 이상의 오르고 있으니 피서객들이나 시민들은 안전을 위해 야외 활동을 자제하시고 집안이나 휴식을 취하시길 바랍니다..."

둔치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반복적으로 방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작 공주시가 고용한 계약직 어르신들은 뜨거운 햇볕에 노출된 채 강변에서 풀을 메고 꽃을 심고 있다.

강변에서 만나 한 시민은 "강변 모래밭에 버드나무와 갈대가 무성했는데 언젠가부터 싹 밀어버리더니 꽃 심기 경작을 하고 있다. 더욱이 아침저녁으로 선선할 때 작업을 해도 되는데 그늘 한 점 없는 뙤약볕에서 어르신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공주시에 산다는 게 부끄럽다"고 안타까워했다.

또 다른 시민은 "그동안 생각 없이 봤던 꽃들이 어르신들의 눈물이었다는 생각에 가슴이 아프다"며 "시민을 위한 것인지 치적 쌓기에 혈안이 돼 조성하는 것인지 따지고 싶다"고 목소리를 키웠다.

공주시 도시정책과 담당자는 "혹한기 더위를 고려해서 오전 7시부터 12시까지 작업을 하고 있으며 뜨거운 오후에는 작업을 중단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온이 39도까지 치솟은 줄 몰랐다"고 해명했다.

이상재 대전충남인권연대 사무국장은 "기본적으로 행정하고 실천이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현재 폭염으로 일은 고사하고 실외에서도 움직이는 것도 힘든데, 어르신들을 야외에서 일시키는 행동은 기본적으로 인권침해 행위로 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급한 일도 아니고 더위가 누그러지고 나서 한다고 해도 항의하는 시민은 없을 것이다. 급하게 해야 할 일이라고 해도 아침이나 저녁 시간에 융통성 있게 해도 되는데 꼭 시간을 지켜야 하는 것처럼 밀어붙이는 것은 심각한 인권침해"라고 비난했다.

한편, 공주시가 강변 모래톱에 버드나무를 베어내고 매실나무를 심은 것과 관련해서 질의하자 대전지방국토관리청 담당자는 "담당자들이 다 휴가를 가서 정확한 파악이 어렵다"고 전해왔다.



태그:#공주시, #인권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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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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