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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빙그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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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년(丙申年) 원숭이의 해, 바나나 열풍이 그 어느 해보다도 뜨겁다. 스낵·빵에서부터 음료·술까지 다양한 제품에 바나나 맛이 입혀졌다. 바나나는 달달하고 친숙한 맛으로 사람들 입맛을 사로잡으며 최근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1년 사이 12%가 넘게 오른 바나나 소매 가격이 그 뜨거운 인기를 증명한다.

이런 열풍의 중심엔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가 있다. 1974년 출시 이후 43년간 흔들림 없이 국내 가공유 시장의 최강자 자리를 지켜온 바나나맛 우유는 작년 겨울 tvN의 '응답하라 1988'로 다시 한 번 떠오르며 열풍을 이끌었다. 식품계의 일반적인 유행 주기에 따르면 자리를 물러나도 벌써 물러났어야 하지만 바나나맛 우유는 식을 줄 모르는 인기에 힘입어 아직도 성장 중이다.

응답하라 추억의 '바나나맛 우유'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 하면 대중은 가장 먼저 배불뚝이처럼 가운데가 뚱뚱한 용기를 떠올린다. 특유의 모양 때문에 '단지(목이 짧고 배가 부른 작은 항아리) 우유'라는 애칭도 붙었다. 화려한 색과 디자인으로 무장한 다양한 제품 속에서 밋밋한 반투명 용기에 담긴 노란 우윳빛은 은은하게 대중의 눈길을 끌어당긴다.

'수수하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빙그레가 제품을 출시하며, 유통과정에서의 보관이나 운반의 용이함을 생각하기보다 한국인의 정서를 잘 담을 수 있는 용기를 고민했기에 가능한 결과물이었다.

그래서일까. 한국인에게 바나나맛 우유에 얽힌 사연은 단지우유의 외형처럼 질박하다. 열차 칸에서 삶은 계란 하나 까놓고 친구와 나눠마셨던 우유, 어릴 적 엄마 손을 잡고 목욕탕을 나서며 퉁퉁 불은 손으로 빨대를 '툭' 꽂아 마시던 우유. 바나나맛 우유는 그렇게 사람들 마음속에 따뜻하고 소박한 추억과 함께 자리하고 있다.

주인공 성덕선과 친구들이 기차 안에서 바나나맛 우유를 마시며 단체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많은 사람들의 추억을 불러일으켰다.
 주인공 성덕선과 친구들이 기차 안에서 바나나맛 우유를 마시며 단체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많은 사람들의 추억을 불러일으켰다.
ⓒ ‘응답하라 1988’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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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종영한 케이블 채널 tvN의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도 바나나맛 우유는 추억과 향수를 자극하는 중요한 촉매제였다. 수학여행지로 가는 기차를 탄 주인공(성덕선 역)과 친구의 손에도, 다리를 다친 아들에게 비싼 바나나를 사주지 못해 미안한 엄마(김선영 역)의 손에도 바나나맛 우유가 들려 있었다.

그 시절을 살아온 어른은 '그래! 그땐 그랬지'라며 추억 속으로 빠져들었다. 동시에 1988년을 이야기로만 들어온 젊은 세대는 43년 동안 변하지 않은 바나나맛 우유의 단지 모양 용기 덕분에 조금 더 쉽게 그 시절의 추억을 덧씌우며 드라마에 몰입할 수 있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출시 초기엔 바나나맛 우유가 고급 우유로 여겨졌다. 1974년 제품 출시 당시 바나나가 귀했기 때문이다. 바나나 하나가 사과나무 한 그루와 맞바꿀 수 있을 만큼 귀했다.

출시 초 바나나 과즙 없이 향만 첨가해 풍미를 냈을 뿐이었지만 그 시대에 바나나와 우유가 가진 고급스러운 이미지는 그대로 제품 이미지로 흡수됐다. 과일 자체를 접하기 쉽지 않던 그 시절 아이가 가장 먹고 싶은 과일 중 하나로 꼽는 것이 바로 바나나였으니 인기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인기를 끌기 시작한 바나나맛 우유는 명실 공히 국민 가공유로 자리 잡았다. 출시(1974년) 이후 작년(2015년)까지의 누적 판매량은 약 65억 개, 하루에만 약 80만 개가 팔린다. 작년 기준 한 해 매출액은 1700억 원 정도에 달한다.

중국에만 유일하게 단지 우유 형태로 판매되고 있다.
 중국에만 유일하게 단지 우유 형태로 판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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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바나나맛 우유는 국내를 넘어 해외 20여 나라에까지 수출되며 연간 약 180억 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 인기가 대단하다. 매년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매출액 중 2/3(약 120억 원)는 중국에서 나온다.

빙그레가 유통기한 문제로 대부분의 나라에 멸균팩 형태로 수출하면서도 유일하게 중국에만 단지우유 형태로 수출하는 이유도 중국 내에서의 유별난 인기 때문이다. 처음엔 중국에도 멸균팩 형태로 수출을 했지만 한국의 단지우유를 SNS에 찍어 올리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자 단지우유 형태로 공급하기로 했다.

올해 빙그레는 동대문에 중국인 관광객을 타깃으로 하는 플래그십 스토어(특정 상품 브랜드를 중심으로 브랜드의 성격과 이미지를 극대화한 매장)도 열었다. 바나나맛 우유를 테마로 소프트 아이스크림·라테·빵·셰이크 등을 파는 '옐로우 카페'다.

옐로우 카페 개점은 현대백화점 측에서 동대문 근처를 관광하는 중국인이 많다는 것에 힌트를 얻어 먼저 빙그레에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유제품·제과·음료 업계를 통틀어 처음 시도하는 형태의 매장이다.

동대문의 한 아울렛 매장에 문을 연 옐로우 카페
 동대문의 한 아울렛 매장에 문을 연 옐로우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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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그레 홍보팀 강승수 과장은 "중국인 뿐만 아니라 모든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시도한 카페"라면서 "바나나맛 우유를 사랑하는 소비자와 끊임없이 소통하는 것이 옐로우 카페 운영의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빙그레, 자매품 출시하며 화려한 변신 시도

단지 모양 용기에 바나나맛 우유만 담아내던 빙그레가 새로운 변화를 꾀하고 있다. 바나나맛 우유 라이트를 시작으로 딸기·메론·커피맛 단지 우유를 줄줄이 출시했다.

바나나맛 우유 라이트는 2006년 웰빙 바람을 타고 출시된 제품이다. 기존 가공 우유보다 지방 함량을 1.5%가량 낮추고 당지수(당을 올리는 속도를 나타냄)가 낮은 결정과당을 사용했다. 칼로리 부담은 줄였다. 기존 바나나맛 우유의 강렬하고 느끼한 맛을 좋아하지 않는 소비자는 바나나맛 우유 라이트를 더 많이 찾는다.

다른 자매품의 인기도 높은 편이다. 빙그레는 올해 2월에 출시한 커피맛 우유가 연간 10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비하인드 스토리] 바나나맛 우유에 바나나는 얼마나 들었을까? 제품에 적힌 원료와 성분 함량표엔 원유가 약 85.7%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나머지 약 14%를 정제수ㆍ백설탕ㆍ합성착향료 등이 채우고 있다. 이 중 바나나농축과즙은 단 1%. 합성착향료로 기재된 바나나 향과 바닐라 향마저 없었더라면 바나나 우유라고 상상도 못할 정도 아닐까. '바나나맛'이 아니라 '바나나향 우유'인 셈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데일리 푸드앤메드'(www.foodnmed.com)에도 실렸습니다. 이문예 기자 moonye23@foodnmed.com



태그:#푸드앤메드, #바나나맛우유, #단지우유, #응답하라, #이문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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