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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새누리당 새 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제4차 전당대회에서 이장우 최고위원 등과 포옹하고 있다.
▲ '친박'의 승리... 이장우와 포옹하는 이정현 이정현 새누리당 새 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제4차 전당대회에서 이장우 최고위원 등과 포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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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총선 참패 후 자중해야 했던 친박계가 자신감을 회복했다.

'친박 주류' 이정현 의원이 지난 9일 전당대회에서 새 당대표로 선출되면서다. 최고위원 경선에서도 조원진·이장우·최연혜 의원 등 3명을 선출시켰고 새로 신설된 청년 최고위원에도 친박인 유창수 후보를 지도부에 진입시켰다. 제대로 당권을 장악한 셈이다.

반면, 총선 후 불거진 친박 책임론을 고리 삼아 당내 권력구도를 재편하려 했던 비박계는 당분간 침묵을 지키게 됐다. 총선 참패에 따른 '반성과 혁신'이라는 명분를 쥔 싸움이었고, 후보 단일화를 통해 세를 최대한 결집했는데도 당대표 경선뿐만 아니라 최고위원 경선에서도 완패했기 때문이다.

"비박계 통해 환골탈태해야 한다는 주장, 먹히지 않았다"

"그분들이 그렇게 주장했던, 비박계를 통해서 당이 환골탈태해야 한다든가 하는 일들이 잘 먹혀들어가지 않았다는 사실들을 이른바 대권주자라고 생각하는 그분들께서 잘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이 10일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 "김무성 전 대표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공개 지지했던 비박계 주호영 의원이 탈락하면서 비박계 대선후보로서는 내년 대선이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는데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즉, 20대 총선 패배 후 제기됐던 친박 책임론이 전혀 설득력을 갖지 못했고, 오히려 당원들은 친박에 당을 맡기길 원했다는 주장이다. 특히 비박 단일화를 독려하거나 힘을 실은 '미래 권력'들을 직접 비판했다는 점에서 전대로 회복된 친박계의 자신감을 확인할 수 있다.

총선 직후 불거졌던 당내 현안들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공천파동 책임자 문책론과 서청원 의원 지역구에 공천을 신청한 김성회 전 의원에게 지역구 변경을 압박한 최경환·윤상현 의원 녹취록 사건 등이 바로 그것들이다.

실제로 홍 의원은 이날 인터뷰에서 비박 당권주자들이 요구, 주장했던 최경환·윤상현 녹취록 사건 진상조사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자진 사퇴를 일축했다.

구체적으로 "당이 달라졌고 혁신됐다고 일반 국민들이 느끼려면 공천 협박 해당 행위에 대해서 철저한 조사와 책임이 뒤따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이것이 누구를 잘못했다고 지칭하고 누구에게 더 큰 죄를 묻고 이런 의미의 판단보다는 과거를 통해서 우리가 미래에 어떻게 새로운 가능성과 희망을 열어갈 수 있을까 하는 문제를 제시하고 정답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우병우 수석 사퇴론에 대해서는 "여론이 압도적으로 나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국민적인 여론에 의해서만 그 분이 그만두게 되는 면은 지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조원진 최고위원도 이날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 인터뷰에서 '최경환·윤상현 녹취록 파문 재발 방지 대책' 및 '총선 백서 보완' 등 강석호 최고위원의 공약 이행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고 "전당대회를 계기로 이제 어제의 새누리당은 없는 것"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그는 "새롭게 가기 위해서 당 내부적으로 수습할 것은 수습하지만 외부적으로 이것을 드러내놓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지금까지 나왔던 문제점은 다 덮어놓고 가겠다는 말이냐"는 질문에도 "충분하게 서로 이해하면 그런 부분들은 새로운 시작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혁신과 화합? 새 지도부가 가능하겠나"

새누리당 차기 당대표에 나선 주호영 후보가 지난 6일 오후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구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수도권 합동연설회에서 '비박 단일화'에 힘을 보탠 김용태 정병국 전 후보와 손잡고 인사하고 있다. 주 후보는 이날 정견발표에서도 김용태 정병국 전 후보의 결단에 대한 고마움을 표했다.
▲ '비박 단일후보' 주호영 만든 김용태-정병국 새누리당 차기 당대표에 나선 주호영 후보가 지난 6일 오후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구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수도권 합동연설회에서 '비박 단일화'에 힘을 보탠 김용태 정병국 전 후보와 손잡고 인사하고 있다. 주 후보는 이날 정견발표에서도 김용태 정병국 전 후보의 결단에 대한 고마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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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계가 이처럼 당을 자신들의 구상대로 끌고 가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면, 비박계는 표정을 관리하고 있다.

비박 단일화를 종용했던 김무성 전 대표는 이날 전남 목포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총선 참패를 보고 새누리당이 민심과 괴리된 일을 많이 해왔다고 생각해 당 분위기를 획기적이고 혁신적으로 바꿀 수 있는 비주류가 당대표가 되길 바랐지만 국민은 다른 선택을 했다"며 "(내가) 지원도 했지만 국민의 뜻을 존중하고 현 지도부가 잘 해 나가길 바랄 뿐"이라고 전대 결과를 수용했다.

다만, "이정현 대표가 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대통령과 정례회동을 해야 한다, 그를 통해 다음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달라"고 당청 간 소통을 주요 과제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비박 대권주자로 꼽히는 유승민 의원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투표 결과인데 어떡하겠냐? 새 지도부가 지금 국민이 당에 대해 실망하는 부분에 대해 좀 잘해주기를 기대하는, 그런 마음 밖에 없다"며 더 이상의 언급을 피했다.

친박계 '맏형' 서청원 의원의 대항마 성격으로 전대 출마 가능성이 점쳐졌던 나경원 의원은 이날 '포용과 도전' 창립총회 세미나 모두발언을 통해 "오더 투표 논란 등이 이어지면서 (이번 전대도) 계파 패권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을 보여줬다"면서도 "이정현 당대표가 그동안 신화를 만들어온 것처럼 용기 있고 정의롭게 당과 국정을 운영해줄 것을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 이면에는 이번 전대 결과에 대한 반성과 우려가 있다.

수도권 다선 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총선 후 당권경쟁을 하면서 비박계가 소위 친박 공격에만 매몰되고 당의 비전은 보여주지 못한 게 잘못"이라며 "총선 후 제기됐던 반성과 혁신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당이 청와대의 비서는 아니기 때문에 (이정현 당대표가) 당청관계를 어떻게 풀 것인지,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당을 어떻게 만들지가 숙제"라고 지적했다.

비박 성향의 당 관계자 역시 "주호영 후보는 공천 탈락 전까지 당내 현안에 목소리도 안 내고 계속 양지에만 있던 사람인데 무슨 비박의 상징성이 있겠나"라며 비박계의 단일화 전략이 잘못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친박 측이 짜놓은 '판'에 따라 패배가 결정된 것이란 반발도 있다. 비수도권의 중립 성향 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대통령 연설도 연설이지만 연설을 마친 후 객석을 한 바퀴 돌고 나간 것이 더 인상적이었다, 이례적인 제스처 아닌가"라고 문제 삼았다.

즉, 박 대통령이 막판 표심을 친박계로 향하게 만들었단 비판이다. 그는 또 "친박들이 (전대에서) 모바일투표를 못하게 하고 자기들이 동원한 사람들만 투표할 수 있게 철저히 기획된 '그들의 잔치'로 (전대를) 만든 것"이라며 "전대로 표출된 당심이 민심과 다르게 간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다른 비수도권 의원도 "이정현 대표야 호남 출신·비주류라는 신화가 통한 것 같은데 최고위원 경선을 보면 새 지도부가 혁신과 화합을 잘 해낼 수 있을 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경선기간 내내 이  대표의 자질을 문제삼거나 그의 당선 가능성에 회의적이었던 비박 성향 의원 상당수는 "할 말이 없다", "당의 미래가 걱정된다"며 말문을 닫았다.


태그:#새누리당, #친박, #8.9 전당대회, #공천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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