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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에는 교동도라는 섬이 있습니다. 섬 중의 섬입니다. 우리나라 섬의 크기로 보면 15번째 정도로 큰 섬입니다. '교동(喬桐)'이란 이름은 큰 오동나무가 자생하여 붙여졌다고 합니다. 교동도에는 드넓은 들녘이 펼쳐있어 가을에는 황금벌판으로 장관을 이룹니다.

2014년에 강화도와 교동도를 잇는 연육교가 놓여 지금은 차량을 이용하여 들어갈 수 있습니다.

옛 향수가 묻어나는 시장골목

대룡시장 입갑판.
 대룡시장 입갑판.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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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동도에는 대룡시장이라는 고향땅에서 본 듯한 시장골목이 있습니다. 예스러운 좁은 골목은 잊혀 진 추억의 한 페이지를 끄집어내줄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골목을 천천히 걷다보면 지난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하게 됩니다.

교동읍성이 옛 교동의 중심지였다고 합니다만, 지금은 면소재지인 대룡리가 현재 교동의 번화가가 되었습니다. 

정겨움이 묻어 있는 대룡시장 골목. 여유있게 걸으면 옛 멋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정겨움이 묻어 있는 대룡시장 골목. 여유있게 걸으면 옛 멋을 느낄 수 있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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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룡시장은 뭔지 모를 고향의 뒷골목 장터를 떠올리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습니다. 또한 낭만 같은 것이 살아있습니다. 오래 전 어느 순간에 시간이 멈추고, 멈춘 당시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시대 흐름에 변화가 있기는 하지만요.

추억의 대룡시장 골목.
 추억의 대룡시장 골목.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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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 다닐 수 없는 좁은 골목 대룡시장은 키 낮은 가게에 구식 간판들로 정겹습니다. 이곳 간판들은 참 재미있습니다. 낡고 지워진 글자, 거기에다 덧칠한 흔적이 남아있는 있어 되레 멋스럽습니다. TV에서 보는 '그 때 그 시절'의 낡은 것에 묘한 매력에 빠져들게 합니다. 지난 시간이 켜켜이 쌓여있는 느낌입니다.

대룡시장은 시끌벅적하지 않습니다. 많은 물건들이 수북이 쌓아놓고 있는 시장골목을 연상하면 실망합니다. 이곳에서는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전통시장과도 거리가 멉니다. 대신 어렸을 적의 고향장터에서 느꼈던 예스러움에 대한 호기심으로 걸어보면 아련한 멋을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몇 명 안 되는 관광객들이 이 가게 저 가게 기웃기웃할 뿐, 시장골목을 그야말로 한적합니다.

시장골목 길이는 고작 400여 m. 짧은 거리를 지나는 데 10여 분이면 충분합니다. 골목길은 붉은 보도블록이 깔려있고, 울퉁불퉁 다듬어져 있지 않습니다.

어린 시절 딱지 치고, 팽이 돌리고, 구슬치기하던 추억이 골목길에서 살아날 법합니다. 그 옛날 함께 놀던 친구들은 이제 초로의 나이가 되었을 것입니다. 지금은 어디서 무얼하고 있을까요?

있을 건 다 있는 추억의 저편

시장통 담벼락에 그려진 벽화, 그 옛날 보았던 표어 포스터도 골목분위기를 더 옛것을 돌려놓습니다.

예전 초등학교 게시판에서 본 듯한 표어를 여기서 봅니다. 좀처럼 낯설지가 않고 정겹습니다.

예전 초등학교 시절 많이 본 듯한 표어나 포스터 그리고 향수를 느낄만한 벽화가 있어 운치를 더합니다.
 예전 초등학교 시절 많이 본 듯한 표어나 포스터 그리고 향수를 느낄만한 벽화가 있어 운치를 더합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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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고 닦고 치워라 새로운 공간이 열린다'
'한번 쓰고 버린 종이 뒤집어서 다시 보자'

옛 생각이 새록새록 튀어나옵니다.

오랜만에 본 제비집입니다.
 오랜만에 본 제비집입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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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게 집 처마에는 제비집이 보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 같습니다. 요즘 시골에서도 제비 보기가 어렵습니다. 초가집 처마 밑에서 흔히 보았던 제비집을 여기서 볼 수 있다니! 참 반갑습니다.

제비집에 주의사항이 눈에 띕니다.

'★ 제비 번식 중 ★. 휴대전화, 사람이 둥지에 가까이 하면 아기 제비가 불안해합니다. 둥지에서 멀리서 봐주셔야….'

제비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는데도 제비가 얼굴을 내밀지 않습니다. 아쉽게 발길을 돌립니다.

약국도 아닌 약방이 있어 주민들의 건강을 지키고 있습니다.
 약국도 아닌 약방이 있어 주민들의 건강을 지키고 있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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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가게는 지금은 거의 사라진 고무신과 장화, 슬리퍼를 비롯한 각종 신발을 팔고 있습니다.
 신발가게는 지금은 거의 사라진 고무신과 장화, 슬리퍼를 비롯한 각종 신발을 팔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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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도 낡은 이발관. 하루에 몇 명이나 이발을 할까 궁금합니다.
 간판도 낡은 이발관. 하루에 몇 명이나 이발을 할까 궁금합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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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룡시장은 짧은 골목이지만, 있을 건 다 있어 보입니다. 장사가 잘 되는지는 모르지만 미장원, 약방, 이발소, 분식점, 시계점, 전파사, 통닭집, 신발가게, 양복점, 잡화점 등등….

고무신을 '조선 나이키'라고 색다른 이름을 붙여 파는 신발가게가 발길을 붙잡습니다. 검정 고무신 하나를 샀습니다. 밭일 할 때 신으면 유용할 것 같습니다.

어느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먹기 위해 들어갔습니다.

주인아주머니가 친절하게 들어와 쉬면서 먹으라며 의자를 내줍니다. 선풍기를 세게 틀어 바람 방향을 우리 쪽으로 돌려줍니다.

아주머니는 대룡시장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여기가 이래봬도 예전 6. 25전쟁 이후 피난민들이 들어와 터전을 잡은 유서 깊은 곳이에요. 옛 것을 간직하려는 교동사람들의 손때가 남아 있구요. 우리 교동주민들의 삶의 모습이자 얼굴이죠. 어디서 이런 곳을 찾아보겠어요. 여기 아니면…."

대룡시장에서는 지역주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조금 가져와 관광객을 상대로 직접 판매하기도 합니다.
 대룡시장에서는 지역주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조금 가져와 관광객을 상대로 직접 판매하기도 합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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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밈이 없고, 바쁠 것도 없는 정겨운 골목에서 잃어버린 60, 70년대 추억의 저편을 찾아봅니다.

'응답하라 6070' 이런 TV프로그램을 만들어진다면 이곳 대룡시장이 중심무대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린 가끔 어떤 옛것에 대한 향수가 그리워질 때가 있습니다. 교동 대룡시장에서 그걸 찾아보면 어떨까요? 조금 여유를 가지고서….


태그:#교동도, #교동면, #대룡시장, #강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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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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