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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이슈가 있었다. 바로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이었던 이승만에 대한 풍자 시를 '이승만 시 공모전'에 제출한 작가가 주최 측으로부터 고소를 당한 일이다.

논란이 된 시는 이아무개씨의 영문시 <To the Promised Land>(약속의 땅으로)와 대학생 장민호씨의 국문시 <우남찬가> 두 작품. 두 작품 모두 가로로 읽으면 이승만에 대한 찬양 시처럼 보이지만, 각 행의 첫 글자를 세로로 읽어내려가면 이승만을 조롱하는 문구가 등장한다.

'이승만 시 공모전'에 제출하여 입선한 <우남찬가> 본문 내용. 가로로 읽으면 이승만에 대한 찬양이지만, 각 행의 첫 글자만을 따서 세로로 읽으면 이승만에 대한 조롱이 담긴 문구들이 등장한다.
▲ 우남찬가 '이승만 시 공모전'에 제출하여 입선한 <우남찬가> 본문 내용. 가로로 읽으면 이승만에 대한 찬양이지만, 각 행의 첫 글자만을 따서 세로로 읽으면 이승만에 대한 조롱이 담긴 문구들이 등장한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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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최 측은 이 두 작품을 각각 최우수작, 입선작으로 선정해 발표하고 시상까지 하였으나, 이후 두 시에 숨겨진 뜻을 파악하고 수상을 취소한 바 있다. 아울러 두 작가가 악의적으로 업무를 방해했다며 형사 고소 하고 5000여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까지 제기했다.

단순한 소동으로 끝날 수도 있었지만, 주최 측의 고소로 논란은 일파만파로 커졌다. "정당한 비판이 아닌 비겁한 술수"였다며 작가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함께 "풍자도 하나의 문학적 기법이다, 공모전 제출 작품에 대한 고소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행동이다"라며 주최 측을 비판하는 목소리로 양분되어 논쟁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결국 이 사건은 '표현의 자유를 어느 정도 범위까지 허용해야 하는가'라는 논점에 초점이 맞추어져, 누리꾼들의 이목을 끌어왔다.

"신변 위협보다, 지인들에게 피해 갈까 우려"

그런데 최근 주최 측인 자유경제원과 <우남찬가>의 작가 장민호씨의 법원 조정이 결렬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To the Promised Land>를 쓴 이아무개씨와는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기자는 법원 조정이 결렬된 경위와 <우남찬가>에 얽힌 비화에 대해 작가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이에 지난 6일 저녁, 동작구 상도동의 한 카페에서 <우남찬가>의 작가인 대학생 장민호(24)씨를 인터뷰했다. 장씨가 그동안 두문불출하며 언론과의 인터뷰에는 일절 응하지 않았던 터라, 끈질긴 설득 끝에 '신변보장'을 조건으로 어렵사리 성사된 자리였다. 하여 그의 학교와 얼굴 등 구체적인 신상 정보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
"방학이라 특별히 하는 일 없이 쉬고 있다."

- 그동안 언론 인터뷰를 자제해왔던 이유가 뭔가?
"실제로 고소를 당해보니, 소송이라는 게 사소한 발언이나 행동 하나에 유불리가 결정된다는 걸 느꼈다. 인터뷰 섭외에 섣불리 응했다간 자칫 재판 결과에 불이익을 끼칠 수 있으니 자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인터뷰 요청이 꽤 많이 들어왔지만, 다 거절했다."

- 이미 학과와 이름까지 공개된 마당에, 계속 신분을 감추는 이유는?
"과와 이름 정도는 공개할 수 있지만, 학교와 얼굴 등 구체적인 신상은 공개하고 싶지 않았다. 나 자신의 신변에 위협이 될까 두려워서라기보다는, 주위 지인들에게까지 피해가 갈까 우려됐기 때문이다."

- 최근 자유경제원 측과의 법적 조정이 결렬됐다고 들었다. 이유를 알 수 있나?
"자유경제원 측에서 먼저 조정 의사를 밝히며, 조건을 내밀었다. 내게 사과문을 쓰라고 했는데, 쓰지 않겠다고 했다. 여기서 만약 '잘못했습니다' 하고 고개를 숙여버린다면, 앞으로 이런 공모전이 열리더라도 더 이상 표현의 자유를 존중받지 못하게 될까봐 우려됐다. 그래서 수락할 수 없었다."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민변)에는 먼저 도움을 요청한 건가?
"그렇다. 고소장이 날아오고 당황스러운 마음에 민변 사무실에 전화를 걸었다. <우남찬가>의 작가임을 밝히니 반겨주었다. '이런 사건도 도와줄 수 있느냐'고 물으니, '당연히 도와줄 수 있다'며 법적인 절차와 변호 비용 일체를 모두 민변 측에서 부담하겠다고 했다."

- 굉장히 든든했겠다.
"물론이다. 사실 변호사를 따로 선임하려면 비용 때문에라도 걱정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고소를 당해본 적이 없으니 소송 절차에 대해서도 아무 것도 몰랐고... 하지만 민변 측에서 모든 걸 대리해주고 있다보니, 심적인 부담감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 부모님과 지인들은 '우남찬가' 논란에 대해 아는가?
"다들 알고 있다. 사실 친구들이 먼저 공모전 소식을 알려줬다. 처음엔 단순한 '재미'로 시작한 일이었다. 친구들과 같이 응모했는데, 나만 덜컥 입선한 것이다. 거기에 이번 논란이 촉발되어 뉴스에까지 내 이름이 뜨니 친구, 교수님 할 것 없이 주위 지인들이 다 알게 됐다. 부모님께는 비밀로 하고 싶었으나, 집에 상장까지 온 마당에 더 이상 숨길 수 없다고 판단하여 모두 말씀드렸다."

- 부모님께선 걱정이 많으시겠다.
"물론이다. 아들이 고소당한 사실 자체도 걱정되는 일이지만, 논란이 되는 이슈로 뉴스에 언급되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시다. 졸업 후 취직 문제에 지장이 있지는 않을까 늘 노심초사하신다."

장민호 씨는 <우남찬가>를 제출하여 입선하고 상장과 상금까지 받았다. 그러나 주최 측은 장 씨의 숨은 의도를 파악하고는, 수상을 취소하고 잇달아 소송을 제기하였다.
▲ 장민호 씨가 받은 상장 장민호 씨는 <우남찬가>를 제출하여 입선하고 상장과 상금까지 받았다. 그러나 주최 측은 장 씨의 숨은 의도를 파악하고는, 수상을 취소하고 잇달아 소송을 제기하였다.
ⓒ 장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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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나냐고? 전혀 나지 않는다"

- 예전 인터뷰를 보니 고소장을 받고도 별로 겁이 안 난다고 했다(관련 내용: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5월 25일자 인터뷰 - 우남찬가 작가 "예상 못한 입상, 더 예상 못한 고소장"). 사건이 벌어진 지 벌써 반 년 가까이 되어간다. 지금은 심정이 어떤가? 아직도 후회하지 않는가?

"전혀 겁 나지 않는다. 오히려 좋은 경험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이번 논란이 벌어졌을 때 '내가 정말 잘못한 건가' 끊임없이 자문을 해봤다. 생각할수록 이건 아닌 것 같았다. 공모전에 자유롭게 의견을 낸 것이 무슨 잘못인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기에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오히려 법정을 왔다 갔다 하면서 재미있는 경험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젊은 시절의 객기라고도 할 수 있겠다. 나중에 '그땐 그랬지' 하면서 웃으며 회고할 수 있는 추억거리가 되지 않을까."

- 부모님이 걱정하는 취업 문제도 있고, 혹시라도 패소하게 될 경우 패소비용을 지불해야할텐데, 금전에 대한 걱정은 있을 것 아닌가.
"취업 문제는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 이런 걸로 불이익을 주는 곳이라면 안 가는 게 낫지 않겠나. 아울러 패소하게 되더라도 부모님께 손을 벌리지는 않을 생각이다. 알바를 하든, 취직을 하든 내 스스로 돈을 벌어서 배상하겠다. 그 문제는 그때 가서 걱정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잘못한 게 하나도 없는데 돈을 내라고 하면 억울하겠지만, 어느 정도 나의 책임도 느끼고 있기 때문에 만약 법적으로 배상하라는 판결이 난다면 승복할 것이다."

- 이번 논란에 대해 책임을 느낀다니, 무슨 뜻인가?
"잘못했다는 건 아니지만, (자유경제원 측에) 미안한 마음은 있다는 뜻이다. 솔직히 말해서 이번 논란의 핵심도 결국 '표현의 자유를 어디까지 허용해주느냐'가 아닌가. 그런데 그런 공모전을 여는 것도 결국 그들에겐 표현의 자유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누구를 추앙하건 그건 개인의 자유다. 나도 자유를 말하지만 그 사람들도 이승만을 찬양할 자유가 있다. 그런데 내가 그 사람들의 잔치에 난입을 해서 잔칫상을 뒤집어 엎어버린 꼴이니, 그들에게 미안한 감정을 느낀다는 것이다."

지난 4월, 이 씨와 장 씨의 두 작품에 담긴 뜻을 뒤늦게 파악한 자유경제원 측은 두 작품의 수상을 취소하고 법적 소송을 제기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 자유경제원 측의 수상 취소 성명 지난 4월, 이 씨와 장 씨의 두 작품에 담긴 뜻을 뒤늦게 파악한 자유경제원 측은 두 작품의 수상을 취소하고 법적 소송을 제기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 자유경제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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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에 대해서는 애증의 감정을 느껴

- 예전 인터뷰에서는 '지금 같은 시대에 특정 인물을 찬양하는 공모전을 여는 게 합당한 일인가' 의아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이승만 뿐만 아니라 특정 역사적 위인을 주제로 한 공모전은 꽤 많이 열리고 있는 편이다. 자유경제원 측 공모전만 놓고 '시대착오적'이라고 할 순 없지 않겠나.
"그렇다. 사실 이승만에 대한 공모전을 여는 것 자체에 대해서는 큰 반감이 없었다. 앞서도 말했다시피, 이승만에 대한 찬양도 결국 그들의 자유일 따름이다. 하지만 자유경제원 측이 공모전을 개최하는 의도에 주목했다. 한창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이 있지 않았나. 그런데 자유경제원 측이 국정교과서 찬성에 앞장서왔던 점이나, 이승만의 과(過)를 덮고 공(功)을 부각하려고 애써왔던 점들을 지켜보면서 이번 공모전 역시 그의 일환이라고 느껴졌다. 결국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역사를 재편하려고 하는 것 아닌가. 그런 점에서 공모전의 의도가 '시대착오적'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혼란했던 해방 정국에서 '반탁'의 입장에 서 있었던 이승만은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를 부르짖으며 적극적으로 반탁운동에 앞장섰다.
▲ 연설하는 이승만 박사의 모습 혼란했던 해방 정국에서 '반탁'의 입장에 서 있었던 이승만은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를 부르짖으며 적극적으로 반탁운동에 앞장섰다.
ⓒ 국가보훈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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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만에 대한 반감 때문에 공모전에 응모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 이승만에 대한 반감은 별로 없었다. 애당초 특별한 의도가 있었다기보다는 재미로 시작한 일이었다. 재미있는 공모전에 재미있는 작품을 낸 것이랄까. 다만 공모전의 의도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 건 사실이다. 거기다 그때가 4.13 총선 전이었다. 총선 전 여당이 득세하고 사회 분위기 전체가 과거로 회귀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런 분위기에 대한 반감도 작용했다. 재미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작품을 준비하면서 공모전의 숨은 의도를 비판하고, 그들이 찬양하는 이승만에 대해 공과를 균형있게 바라보자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다."

- 실제로 이승만을 조롱하기 위해 쓴 것은 아니라고 했다. 공과 과를 균형있게 담아내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다고 했는데. 이승만에 대한 본인의 역사적 평가는 어떠한가?
"내 역사관은 공과 과를 균형있게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은 공대로, 과는 과대로 인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승만에 대해 공부해보니 굉장히 똑똑한 인물이었다. 능력도 괜찮았고, 특히 처세술이 대단했다. 자칫 잘못하면 한반도 전 국토가 공산화될 뻔한 위기에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낸 건 그의 큰 업적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반면, 권력욕도 상당했다고 본다. 권력욕을 충족하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에서 너무 많은 희생이 있었다. 반대파를 숙청하고, 부정선거를 했으며, 무고한 양민들이 많은 학살들 당했다. 그런 과오들도 당연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설사 부하들이 저지른 행동이라고 해도, 최고 지휘권자의 명령 없이 가능한 일이었겠나. 그래서 개인적으로 이승만에 대해서는 애증의 감정을 가지고 있다."

- 이승만의 공도 인정한다는 건가?
"그렇다. 공과 과 모두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본다. <우남찬가> 역시 그의 공과 과를 균형있게 담아내려고 한 것이다."

- 공과 과에 대해 모두 담아내려는 취지는 좋았지만, '민족반역자'와 같은 주관적인 표현이 너무 많이 들어가서 취지가 훼손되었다는 의견도 있다. 조금 더 완곡한 표현으로 비판할 수도 있었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단어의 선택에 있어 좀 더 부드러운 표현을 썼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다. 다만 주관이 들어갔다고 해서 내 초기의 취지가 훼손되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 공모전이라는 것 자체가 결국 작가의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무엇보다 세로로 읽으면 조롱 수준이지만, 가로로 읽으면 '용비어천가' 수준이다. 극과 극으로 표현한 건데, 이 정도면 균형 있게 담아낸 것 아닌가."

자유경제원은 1996년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 부설기관으로 출발해 1997년 비영리 재단법인으로 분리됐다.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라는 모토를 바탕으로 자유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교육, 홍보, 계몽사업을 전개해오고 있다.
▲ 자유경제원 홈페이지 메인화면 자유경제원은 1996년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 부설기관으로 출발해 1997년 비영리 재단법인으로 분리됐다.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라는 모토를 바탕으로 자유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교육, 홍보, 계몽사업을 전개해오고 있다.
ⓒ 자유경제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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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신에 위배되는 사과는 하지 않을 것

- 향후 행보는 어떻게 되는 건가?
"그걸 잘 모르겠다.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 혹시 자유경제원 측에서 또다시 요청해온다면 법적 조정을 할 의사가 있나?
"생각해 볼 여지는 있다. 항상 조정의 의사는 열려있다. 하지만 1차에서처럼 사과를 요구한다면 계속 거절할 수밖에 없다. 이번 공모전에 응모한 나의 취지와 소신에 위배되지 않는 선에서 상호 간의 조정이 가능하다면야 합의할 의사가 있다."

- 이번 논란을 지켜보는 이들에게 특별히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우선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격려해주셔서 감사하다. 혹시 패소하게 될 경우 금전적으로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하라는 이들도 있었다. 사실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이슈가 등장하지 않나. 그래서 <우남찬가> 논란도 묻힐 줄 알았는데, 끊임없이 관심 갖고 응원해주셔서 든든할 따름이다."

이승만 정권에서 희생당한 이들도 기억해야

인터뷰 분위기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다. '이승만에 대한 솔직한 평가를 해달라'는 질문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었을 터. 그러나 장씨는 결코 회피하지 않았다. 망설임도 없었다. 질문에 대한 그의 답변은 <우남찬가>의 유려한 표현만큼이나 거침이 없었다. 오히려 그는 인터뷰를 마치고 일어서려는 기자의 팔을 붙잡으며, "한 마디만 더 하고 싶다"며 아래와 같이 당부했다.

"이승만을 찬양할 자유가 있는 것처럼, 이승만을 비판할 자유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승만 정권 하에서 희생되었던 이들이 있었고, 그들의 유족들은 지금도 가족을 그리워하며 살고 있다. 그것은 명백한 이승만의 과다.

그런 과는 무작정 덮어놓고, 공만 보라고 하는 것은 유족에 대한 모욕이며 역사에 대한 조롱이다. 유족의 아픔에 대해서도 한 번쯤 생각해봤으면 하는 심정이다. 아울러 이념논쟁을 떠나 인정할 것은 서로 인정하는 공정한 잣대가 한국 사회에 자리 잡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인터뷰를 마친 다음 날 아침, 경찰이 장씨에 대한 자유경제원 측의 형사 고소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자유경제원 측이 장씨를 고소한 혐의인 업무방해·사기·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에 대해 각하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것. 물론 민사 소송은 법원 조정 결렬로 인해 계속 진행될 예정이지만, 형사 고소의 무혐의 처분은 향후 민사 소송 최종 판결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무혐의 처분이 난 것에 대해 장씨에게 전화를 걸어 소감을 물었다.

"당연한 결과지만 기분은 좋았다. 아직 검찰 쪽 의견이 결정난 것도 아니고, 민사 소송도 진행 중이기에 안심할 때는 아니다. 그렇지만 시작이 좋게 풀리는 것 같아 다행이다."

<우남찬가> 논란은 대한민국 사회에 여러모로 유의미한 화두를 던졌다. '공과가 뚜렷한 역사적 인물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표현의 자유는 어느 정도까지 허용해야 하는가'와 같은 논쟁을 낳았기 때문이다. 이번 재판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한국 사회에서 오랜 시간 화두로 작용해왔던 기나긴 논쟁에 마침표가 찍힐 여지가 생겼다. 많은 이들이 이번 논란을 관심 있게 지켜보는 이유다.


태그:#우남찬가, #이승만, #자유경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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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사학과 박사과정 (한국사 전공) / 독립로드 대표 / 서울강서구궁도협회 공항정 홍보이사 / <어느 대학생의 일본 내 독립운동사적지 탐방기>, <다시 걷는 임정로드>, <무강 문일민 평전>, <활 배웁니다> 등 연재 / 기사 제보는 heigun@naver.com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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