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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무리하여 30㎞를 걸은 데다 밤에는 잠도 오지 않아 잠을 설쳤다. 매일 아침 다니던 산책은 생략하고 세수를 하고 나니 오전 7시 10분이다. 배낭을 들고 바에 내려가 커피와 빵으로 아침을 먹었다. 배낭을 메고 출발한다.

오늘은 토레스 델 리오에서 나바레테까지 31.5㎞를 걸을 계획이다. 순례자 사무실에서 나누어 주는 일정표는 34일 동안 걷도록 되어 있는데 어제 오늘 30㎞를 걸어 일정을 하루 줄이는 것이다.

아침 출발할 때는 항상 상쾌하고 배낭도 가볍게 느껴진다. 알베르게를 출발하여 조금 걸으니 공동묘지가 나오고 다시 밀밭 길이 이어진다. 우리 앞에는 몇몇 순례자들이 걷고 있다. 산모퉁이를 돌아 다시 들판으로 이어진다.

잠시 쉬면서 과일을 먹고 있는데 한국인 여성 두 명이 지나 간다. 순례길을 걸으며 한국인들을 많이 만났다. 내가 만난 한국인들은 나이 든 퇴직자보다 대학생, 여성들 중 직장을 3년 정도 다니다가 사표를 내고 재충전하는 계기로 순례길을 걷는 여성이 많았다. 그 여성들은 혼자 걷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 용기가 부러웠다.
토레스 델 리오를 떠나며 바라본 언덕 위의 성당 ⓒ 이홍로
이른 아침 순례길을 걷는 순례자들 ⓒ 이홍로
밀밭과 시원한 초원 ⓒ 이홍로
언덕 위에서 만난 청년의 자전거와 수례 ⓒ 이홍로
멀리 비아나마을이 보인다. ⓒ 이홍로
오전 10시에서 오후 2시까지 열리는 반짝 시장

순례길을 걸으며 이곳은 청정지역이라서인지 연무가 없어 대부분 시야가 좋다. 언덕길을 힘들게 올라서니 다시 지평선이다. 어떤 젊은이가 이곳에서 야영을 하였나 보다. 자전거와 텐트를 실은 수레가 인상적이다.

독일에서 온 젊은이인데 텐트가 쳐진 수레를 구경해도 되냐고 물으니 보라고 하며 텐트 출입문을 열어준다. 텐트 안에는 캠핑에 필요한 것들을 다 갖추고 있다. 이동할 때는 텐트를 접고 야영할 장소에 도착하면 텐트만 펴 잠자리를 해결하는 것이다.

리오에서 2시간 반 정도 걸으니 비아나에 도착했다. 스페인은 마을과 마을 사이가 많이 떨어져 있어 2시간 이상 걸어야 다음 마을이 나타난다. 마을에 들어서니 광장에 시장이 생겼다. 이 시장은 시장 상인들도 있지만 주민들이 직접 농사 지은 농산물을 가져와 팔기도 한다. 우린 싱싱한 오렌지 2개를 샀다. 동네 아주머니들이 장바구니를 끌고 필요한 것들을 사러 나오고 있다. 이 시장은 오후 2시가 지나면 철수한다.

시장에서 잠시 걸으니 오래된 성당이 폐허가 되어 있는 곳이 있다. 산 페드로 성당 유적지다. 매우 큰 성당인데 벽과 돔이 약간 남아 있다. 이런 유적지는 보기 흉한 것이 아니라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오히려 마음에 평안함을 준다. 이곳에서 시내를 바라보면 전망이 아주 좋다.
비아나 마을의 반짝 시장 ⓒ 이홍로
비아나 마을의 반짝 시장 ⓒ 이홍로
반짝 시장으로 장 보러 가는 주민들 ⓒ 이홍로
폐허가 된 성당 ⓒ 이홍로
성당에서 바라본 비아나 시내 모습 ⓒ 이홍로
에브로강과 피에드라 다리 그 평화로운 풍경

비아나 마을을 지나 도로를 따라 길을 걷는다. 순례길을 걸으며 차도를 걸을 때가 더 피곤하고 힘들다. 비포장 도로가 걷기도 편하고 여유가 있다. 뜨거운 태양 아래 아스팔트길은 걷기 힘들다. 다행히 왼쪽 길로 접어들면서 다시 밀밭 길이다. 길을 걷다가 이탈리아 부부를 만났다. 나이는 65세로 우리와 비슷한데 수염을 기르니 더 나이가 들어 보인다. 부인은 아주 명랑하다. 우린 앞서거니 뒤서거니 걸으며 만날 때마다 반갑게 인사한다.

강가 공원길을 한동안 걷다 보니 피에드라 다리가 나온다. 수량이 풍부하고 강변에는 울창한 숲이 있어 참 아름답다. 차량이 꽤 많은 다리이지만 다리 양쪽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도로를 건넜다. 도착한 도시는 로그로뇨다. 다리를 건너 오른쪽으로 걸어가니 아름다운 성당이 나오고 넓은 광장이 나왔다. 광장에는 바가 있고 많은 사람들이 맥주, 커피를 마시고 있다. 스페인에서 커피를 시키면 일반 아메리카노가 에스프레소 수준이다. 우린 커피를 시킬 때 뜨거운 물을 더 달라고 하여 물을 타 먹었다.

로그로뇨는 인구 13만명의 도시이며, 와인이 많이 생산 되는 도시인데 9월 말에는 일주일 내내 포도 생산에 감사하는 산 마테오 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큰 도시는 시내를 벗어나는 것도 힘들다. 시내를 벗어나 시원한 공원에서 우리는 잠시 쉬면서 간식을 먹었다.
에브로강과 로그로뇨 ⓒ 이홍로
에브로강과 로그로뇨 ⓒ 이홍로
포도밭과 폴란테노 데 그라헤라 호수 ⓒ 이홍로
멀리 나바레테 마을 ⓒ 이홍로
로그로뇨 시내를 벗어나 1시간 30분 정도 걸으니 넓은 호수가 나타났다. 플란타노 데 그레해라 호수이다. 나이드신 어른들이 낚시를 하고 있다. 낚시터 옆 숲에는 바비큐장이 있다.  고기를 잡아 바로 구워 먹을 수 있는 것이다. 

호수를 돌아 걷고 있는데 아이들과 할아버지가 무언가를 보면서 모여 있다. 가까이 가 보니 엄청 큰 잉어들이 떼로 모여 놀고 있다. 그 옆에는 백조가 유유히 헤엄을 치고 있고. 참 평화로운 풍경이다. 호수를 벗어나 뜨거운 태양 아래 언덕을 오른다. 걷는 사람은 우리 둘 뿐이다. 대부분 로그로뇨에서 숙박을 하기 때문이다.

우린 어제 오늘 이틀 동안 30㎞ 이상을 걸으며 순례자 사무소에서 나누어 준 34일 일정에서 하루를 줄였다. 언덕을 내려가다 보니 외딴 곳에 알베르게 표시가 나온다. 우린 마을에 있는 알베르게로 가기 위해 더 걸었다. 금방 마을이 나오고 알베르게가 있을 줄 알았는데 도로와 밀밭길을 걸어도 마을이 나오지 않는다.

한참을 걸어 내려 가니 멀리 마을이 보이기 시작하고 앞에는 두 여인이 천천히 걷고 있다. 뙤약볕 아래 30㎞를 걷는다는 것은 무리다. 우린 지쳐 쓰러질 듯한 몸으로 나바라테의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오후 4시 30분이다. 샤워를 하고 식당에 내려 가 보니 여러 사람들이 요리를 해 먹고 있다. 

한국인 여대생 한 명과 두 여인이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를 하고 있다. 힘들게 걸었으니 삼겹살을 사다 먹어야겠다고 했더니, 여대생이 "정육점에서 삼겹살 제가 마지막으로 사 왔어요. 조금 남았는데 이것 드세요" 한다. 거절하지 않았다.

우리는 시내에 나가 몇몇 식당을 돌아다녔는데 순례자 메뉴를 파는 곳이 없다. 다른 순례자들도 식당을 돌아 다니며 순례자 메뉴를 찾고 있었다. 우린 닭고기와 감자튀김으로 식사를 하고 알베르게에 돌아가 여대생이 먹으라고 준 삼겹살을 먹기로 했다. 마트에 들러 내일 먹을 빵과 과일을 사고 상추와 양파도 샀다. 알베르게 식당에서 삼겹살을 맛있게 구워 먹었다.
태그:#산티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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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취미가 있는데 주변의 아름다운 이야기나 산행기록 등을 기사화 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싶습니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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