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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 캠프

여름방학이 돌아왔다.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간 뒤 처음 맞는 여름방학. 물론 그 전에 녀석이 유치원을 다닐 때도 여름방학은 늘 있어왔지만, 초등학교 학부모로서 느끼는 여름방학의 무게는 조금 다르다. 당장 아이도 여름방학 때 무슨 계획이 있냐며 학교에서 받아온 안내문을 앞에 들이민다.

초등학교 1학년이 여름방학에 뭘 하냐고? 휴가 맞춰서 바다나 계곡에 놀러가고, 친척집에 놀러가고, 선풍기 앞에서 뒹굴뒹굴 놀고, 방학숙제 하고, 그리고 개학 전에는 밀린 일기 쓰고 그러면 안 되나?

그러나 아내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요즘 초등학교 1학년의 여름방학은 우리 때와 달랐다. 매우 바빴다. 아이들의 알찬 방학을 위해 부모들이 이미 6월부터 스케줄을 빡빡하게 짜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중 가장 인기 있는 것은 바로 영어캠프라고 했다. 사정이 넉넉한 집안은 최소한 필리핀으로 영어캠프를 보내고 그렇지 않은 집은 최소한 동네 가까운 영어 캠프를 보내는 등 국내, 국외에서 모두 영어캠프가 인기라고 했다. 첫째 이야기를 들어보니 자기 반에는 여름방학 동안 미국 가는 아이도 있다고 했다.

의구심이 밀려왔다. 과연 그렇게 어린 아이들을 영어캠프에 보내는 것이 옳은 일일까? 아직까지 한글도 완전히 떼지 못하고, 영어 교육을 받아도 길어야 1개월인데 그 영어캠프가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될까?

개인적으로는 영어캠프에 관해 부정적일 수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마냥 손 놓고 있으려니 첫째에게 미안한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이었다. 물론 1학년 때는 열심히 노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집에만 있는 것이 잘 노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동생들 돌보느라고 바쁜 첫째 아이.

만해축전 2016 어린이 예술창작 캠프
 만해축전 2016 어린이 예술창작 캠프
ⓒ 어린이날다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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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눈에 띄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만해마을의 어린이예술창작캠프였다. 어린이날다협동조합이 만해마을의 협찬을 받아 진행하는 캠프였는데 평소 어린이날다협동조합에 신뢰를 가지고 있던 나로서는 그 캠프에 눈이 갈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이 신나게 놀면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갈 수 있는 캠프. 과연 어린이예술창작캠프는 영어캠프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어린이협동조합의 정채민 대표와 박현복 이사를 만나보았다.

"아이들에게 좀 더 자유를 주고 싶었어요"

- 어린이날다협동조합의 소개를 해주세요.
"어린이날다협동조합은 처음 바탕소 창작소라는 네트워크에서 나왔어요. 바탕소는 기존의 미술교육과 다른 대안교육을 추구하고자 하는 선생님들의 네트워크인데요. 그 안에서 올바른 미술교육에 대해 공부도 하고 토론도 하면서 철학을 공유하죠. 그리고 각자 창작소(학원)를 운영하면서 그 철학을 적용시켜요. 프랜차이즈하고 약간 비슷한데 다만 똑같은 미술교육을 강요하지 않아요. 각 창작소 대표의 재량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되죠.

그런데 저는 창작소를 운영하는 괜찮은 사교육 선생님이지만 역시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더라고요. 모순적인 것이 어쨌든 학원을 차린 거잖아요. 학부모님에게 돈을 받고. 하지만 가끔 학부모와 상담을 하면서 아이가 왜 학원들을 그만두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는 거죠. 그 아이를 위해 끊어야 될 것들이 보여서. 그걸 학원 원장이 이야기 하는 거예요.

그래서 이런 한계들을 고민하던 바탕소의 선생님들 몇 분이 협동조합을 하자고 나선 거예요. 협동조합이라는 형태는 공공성을 띠잖아요. 내가 생각한 것들을 펼칠 수 있고, 돈과 상관없이 좋은 일을 할 수 있고, 사회에 기여를 할 수 있고, 같이 즐길 수 있는 것들. 학원에서 하면 학원 아이들에게만 적용되지만 범주를 넓혀서 조합에서 하면 좀 더 많은 아이들이 우리들의 좋은 교육을 받지 않을까. 그래서 바탕소의 선생님들 몇 분과 그 외에 상관없으신 체육전공자, 작가 등이 모여 협동조합을 만들었죠."

2015년 만해축전
 2015년 만해축전
ⓒ 어린이날다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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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을 잡아가는 놀이터
 틀을 잡아가는 놀이터
ⓒ 어린이날다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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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 바닷가에서는 뗏목을 만들고
 보령 바닷가에서는 뗏목을 만들고
ⓒ 어린이날다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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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어린이날다협동조합이 사교육의 한계를 뛰어넘고 공공성을 담보로 하기 위해 펼친 사업들이 어떤 것들이 있죠?
"전시, 교육, 축제, 캠프 등을 해요. 저희가 주로 하는 일은 전시로 매년 꾸준히 해왔는데 그냥 아이들 작품 전시가 아니라 기획전시죠. 수준을 갖고 있으면서 진짜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전시. 그리고 교육은 아르떼나 서울재단에서 하는 교육 등을 하는데 꿈다락토요문화학교는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교육이구요, 축제는 매년 과천어린이축제를 저희가 계속 하고 있어요.

어린이날다 첫 전시를 과천시민회관에서 했는데 그 전시회에 대한 평이 너무 좋았던 거죠. 돈을 내고 들어가는 예술의 전당 전시보다 여기가 더 좋더라는 이야기들. 체험코너들이 있었는데 아이들도 무척 좋아하고. 그러더니 과천축제재단에서 오시더니 말씀하시더라고요. 축제 같이 하자고."

- 수익은 생기나요?
"사실 협동조합의 수익은 거의 없어요. 하지만 바탕소를 통해서 돈을 벌고 있으니까. 마이너스만 아니면 되죠. 우리 협동조합은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은 안 했지만 배당을 안 해요. 재료비로 쓰고, 인건비 지급하고 돈이 남으면 적립해요. 돈이 모아지면 다른 멋진 사업들을 하고 싶어요. 예컨대 저희가 진행하는 캠프 같은 경우는 사실 가격이 싸지 않은데 그렇게 적립된 돈이 있으면 좀 더 많은 아이들에게 혜택을 베풀 수 있으니까요."

어린이날다협동조합과 만해마을

이곳이 설악산 만해마을입니다
 이곳이 설악산 만해마을입니다
ⓒ 어린이날다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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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 캠프 앞 내린천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 어린이날다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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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만해마을에는 어떻게 가게 되신 거죠?
"저희 협동조합의 주력 사업이 캠프예요. 창작을 하는데 있어서 평면에 하는 것보다는 좀 더 입체적이고 조형적인 것들에서 아이들이 더 기쁨을 느끼는 것 같고 그래서 설치조형을 하는 캠프에 주력을 두게 되었고, 주 사업이 되었죠. 어린이예술창작캠프. 올해로 6년째에요. 금산 간디학교에서 맨 처음 시작했고, 보령 드림스타트, 포천, 무주 등에서 했었어요.

그렇게 캠프 사업을 해오다가 우연히 만해마을과 만나게 되었어요. 만해마을도 저희 같은 단체를 찾고 있었대요. 자기네들의 문화적인 목마름을 해결하고 그 가치를 확산시켜야 하는데 그 방법이 부족했고,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을 만해마을로 끌어들일 방법을 찾고 있었죠. 그런데 저희가 어린이와 관련된 협동조합이라는 걸 알고 초대했죠."

- 정확하게 만해마을은 어떤 곳이죠?
"인제군 내설악 밑에 있는 마을인데 예전에 그 땅을 가지고 계시던 스님이 동국대에 기증을 하시면서 만해 한용운 선생과 관련된 박물관 등을 만들면 어떻겠냐고 하셨대요. 그래서 마을이 조성되었고 여름에 1주일 정도 만해축전이라는 축제가 열려요. 그 지역에서 중심이 되는 축제죠. 만해상도 수여하고.

작년에는 신영복 선생님이 오셔서 수상도 하셨고. 그만큼 권위 있는. 그런데 그러다보니까 생기가 조금 없는 거죠. 그래서 생기를 불어넣고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올 수 있게 문턱을 낮추기 위해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같이 참여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한 거죠."

만해마을의 어린이예술창작캠프

우리가 만든 상상놀이터
 우리가 만든 상상놀이터
ⓒ 어린이날다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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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공구도 만지면서 놀아요
 직접 공구도 만지면서 놀아요
ⓒ 어린이날다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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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만든 건축물
 아이들이 만든 건축물
ⓒ 어린이날다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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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날다협동조합이 만해마을에서 개최하는 어린이예술캠프는 정확하게 어떤 건가요?
"건축프로젝트예요. 작년에는 아이들이 상상놀이터를 다 같이 공동작업으로 만들었는데 이번에는 소그룹으로 나눠 마을을 만들 거예요. 마을이 화두니까. 마을을 아이들이 만들어 보는 거예요. 마을 안에 필요한 것들. 상점을 만들고, 목재소, 분식가게, 약국 등 아이들이 스스로 상상해서 자기들만의 세계를 만드는 거죠. 목공 전공하시는 선생님이 중학생들과 가운데서 큰 무대와 큰 집을 지을 거고 나머지 아이들은 그 옆에서 소규모 자기 집을 꾸미는 거예요. 벽화도 그릴 수 있고, 네일샵도 만들고, 게임방도 만들고."

- 이런 캠프를 왜 하죠?
"아이들한테 진정한 창작의 즐거움과 놀거리를 주고 싶어요. 요즘 아이들은 나름대로 무척 힘들어요. 몸이 아픈 아이도 있지만 마음이 아픈 아이들도 많죠. 그런데 아이들이 진짜 즐겁고 기쁘게 밖에서 놀 공간은 별로 없어요. 그래서 저희가 그렇게 놀고 싶어요. 아이들과 땀 흘리면서 창작하면서.

작년 경우에 많이 느꼈는데 장수풍뎅이를 잡아서 희열을 느끼는 아이들도 있었고, 다슬기 잡아서 좋다는 아이도 있었고 프로그램에 없는 여러 가지가 나오더라고요. 또 가장 인기 있었던 건 망치질과 톱질이었는데 요즘 도심에서는 아이들이 다칠까봐 섣불리 판을 못 벌리잖아요. 그걸 해주고 싶은 거죠."

- 예술창작캠프가 영어캠프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희는 아이들의 자발성을 믿어요. 영어캠프는 다 짜놓은 거잖아요. 저희도 조금 짜놓긴 하지만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2박3일간 굉장히 많은 것을, 프로그램 외에도 알아서 할 거라고 믿어요. 그 부분이 제일 좋아요. 아이들은 자기 자신을 만난 기분을 말로 제대로 표현 못하지만 느끼는 것 같아요. 그리고 학기 중에 공부를 했으면 방학에는 신나게 놀아야죠.

엄마가 영어캠프를 보내는 건 방학을 알차게 보내야 하기 때문인데, 이때 알차다는 개념은 예술창작캠프에서 더 실질적이라고 생각해요. 영어 조금 배우는 것 보다는 안 해 본 경험, 그런데 그것도 자신이 매우 하고 싶은 경험을 하는 거고. 그 경험이 아이들에게 영원히 기억될 테니까. 요즘 아이들 불쌍해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기쁨과 자유를 주고 싶어요. 판을 깔아주는 거죠. 자연스럽게 자기를 찾고.

그리고 무엇보다 이 캠프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 너무 좋아요. 설악산과 내린천. 집짓기를 이 내린천 바로 앞에서 해요. 가만히 있어도 좋아요. 좀 힘들어하는 애들은 아무 것도 안 해도 돼. 망치질, 톱질 관심 없으면 안 해도 돼. 선생님이랑 그냥 멍하게 있자 말할 정도로 장소가 너무 좋아요. 별도 잘 보이고. 이런 장소를 사용할 수 있는 혜택을 좀 더 많은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싶어요."

열심히 작업 중
 열심히 작업 중
ⓒ 어린이날다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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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시장의 한계를 느끼고, 아이들에게 조금 더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공공적인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어린이날다협동조합. 인터뷰를 하다 보니 그들이 올해 진행하는 만해마을의 어린이예술창작캠프는 우리가 놓치고 있던 무위의 지향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컷 놀아야 하는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우겨넣으려는 사회. 오히려 텅 빈 공간에서 내면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것이 우리 아이들에게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 난 결심했다. 까꿍아, 만해마을로 가자.

덧붙이는 글 | * 만해마을 어린이예술창작캠프 신청은 7월 31일까지 받으며 자세한 문의사항은 어린이날다협동조합 010-5615-7999, 010-2229-2449로 하시기 바랍니다.
* 예술캠프 바로 가기 : https://prezi.com/dsz7ogwgw027/2016/



태그:#사회적경제, #어린이날다협동조합, #만해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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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물류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했었고, 2022년 강동구의회 의원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정치, 정치의 일상화를 꿈꾸는 17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공연소식, 문화계 동향, 서평, 영화 이야기 등 문화 위주 글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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