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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7일과 18일 이틀 일정으로 창녕군과 갱상도 문화공동체 '해딴에'의 초청으로 창녕군을 다녀왔다. 약속장소인 마산역에서 창녕군까지는 차로 40분 남짓 되는 거리라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했다.

창녕군과 갱상도 문화공동체 ‘해딴에’ 초청으로 1박 2일 창녕군 일대를 돌아보았다. 사진은 의병장 망우 곽재우장군이 벼슬을 사양하며 노년의 삶을 보낸 망우정에서 일행들을 촬영했다.
▲ 창녕군 여행 창녕군과 갱상도 문화공동체 ‘해딴에’ 초청으로 1박 2일 창녕군 일대를 돌아보았다. 사진은 의병장 망우 곽재우장군이 벼슬을 사양하며 노년의 삶을 보낸 망우정에서 일행들을 촬영했다.
ⓒ 정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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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창녕 지석묘를 들리고, 망우정을 들러 의병장 곽재우장군의 삶과 노년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 하고 망우정 언덕배기 느티나무 아래 일행들을 모이게 해 단체 사진 한 장 촬영하고 버스를 이용해 곧장 점심식사를 하러 갔다.

2010년엔 도천면에 있는 도천 '진짜순대'에서 점심식사를 했는데 이번엔 주말이라 그곳은 예약을 할 수 없어 창녕에 있는 분점으로 갔다. 잘 되는 집은 어디나 이렇게 분점들이 여럿 있다.

도로에서 산비탈 위로 약간 올라간 곳에 분점이 있다. 차로 찾아가도 상호만 알면 어디나 본점은 물론이고 분점을 찾는 것은 이젠 전혀 문제가 없는 일이니 굳이 주소며 전화번호까지 일일이 설명할 필요는 없겠다.

일개 면소재지에 있던 ‘진짜순대’가 창년과 진주 등 여러곳에 분점을 냈다.
▲ 창녕 ‘도천 진짜순대’ 분점 일개 면소재지에 있던 ‘진짜순대’가 창년과 진주 등 여러곳에 분점을 냈다.
ⓒ 정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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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에서 하차한 뒤 버스는 다른 곳에 주차를 시킨다며 떠나고 차가 겨우 올라갈 정도로 가파른 비탈길을 조금 걷고, 몇 대의 차량이 주차할 수 있는 마당에서 다시 식당으로 올라가는 돌계단이 나온다. 건물이 단층인 본점보다 더 크다 싶다.

처음 도천면에 있는 진짜순대에서 점심을 먹자기에 속으로 '뭔 창녕의 맛집이 이렇게 없나? 순대집에서 식사를 하자면 순대와 순댓국이나 있을 거 아냐'란 생각을 했다. 그리고 순대를 파는 집이라기에 '토방에 가마솥 걸린 집이라 특별히 그 가게가 지닌 연대에 대한 이야기가 있을까' 정도로 생각했다. 그러나 이내 그런 의문은 진짜순대의 간판을 보는 순간 풀렸다.

대개 이런 음식점들은 다양한 음식들을 모두 한다고 유리창이나 간판에까지 덕지덕지 써 붙이는데 여긴 그렇지 않다. 그만큼 음식에 자신이 있다는 이야기다.

자리에 앉자 곧장 반찬부터 상위에 차려지고 이동식 가스레인지 위에 주문한 순대가 나왔다.

도천 ‘진짜순대’ 모듬순대는 왕순대와 순대, 김말이순대에 내장과 초절임생강, 이오피클 함께 접시에 담겨져 나온다.
▲ 진짜순대 도천 ‘진짜순대’ 모듬순대는 왕순대와 순대, 김말이순대에 내장과 초절임생강, 이오피클 함께 접시에 담겨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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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모여 움직일 때나, 특정한 고장을 둘러보며 느낀 건 요즘은 블로그를 하지 않더라도 음식이 나오면 누구할 거 없이 카메라부터 들이댄다. 젓가락을 들고 괜히 음식에 손이 가면 안 될 분위기다. 나도 상 위에 놓인 가스레인지 위에 놓인 순대부터 한 장 담았다.

잘 만든 순대와 내장, 김으로 만 순대까지 한 접시에 담아 초절임 생강과 오이피클을 곁들여 솜씨있게 내놓았다. 소금은 물론 식성에 따라 이용하라고 간장도 내놓았지만, 새우젓을 곁들인 그 자체만으로 이집 순대는 이미 후한 점수를 얻기에 부족함이 없다.

상위에 놓인 고추가 보기엔 매운 것 같은데 아무래도 두꺼워 보여 물어보니 '아삭이고추'라 한다. 청량고추를 달라고 했다. 어떤 음식점이나 매운 고추와 된장을 주는 집이라면 음식은 물론이고 서비스까지 다 잘하는 집 같다.

스마트폰도 접어두고 순대를 안주로 낮부터 술 한 잔 나누는 맛에 사진 촬영도 잊은 이들의 모습.
▲ 진짜순대 스마트폰도 접어두고 순대를 안주로 낮부터 술 한 잔 나누는 맛에 사진 촬영도 잊은 이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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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맛을 보려면 입을 헹구고 어쩌고 하는 그런 격식으로 음식 맛을 본다. 과연 우리의 정서에 맞는 모습일까? 솔직히 진정한 그 음식의 참맛이랄 수 없다는 주의다. 우리 음식은 무언가를 곁들여 먹기 알맞은 음식들인데, 마치 일품요리의 맛을 감별하듯 하는 자체가 무리가 아닐까. 순대를 소금에 찍어 먹든, 초절임생강을 곁들여 먹든 그건 어디까지나 개인적 기호에 따를 일이다.

다만 요즘 시장이나 식당에서 흔하게 만나는 찹쌀순대는 진정한 의미에서 순대라 하기는 어렵다. 식용비닐에 선지와 당면, 약간의 파나 부추 정도를 넣고 만든 걸 순대라 말하다보니 오래전부터 선지와 시래기와 부추, 두부 등을 넣고 소를 만든 뒤 돼지나 소의 내장에 집어넣고 쪄낸 순대엔 이렇게 '진짜순대'란 이름까지 붙게 된 것 아닐까.

남자들은 음식이 나오면 곧장 젓가락을 드는 모습을 쉽게 만나지만 여자들은 역시 맛에 민감하고 기록하기 바쁘다.
▲ 같은 장소와 시간, 다른 식탁 남자들은 음식이 나오면 곧장 젓가락을 드는 모습을 쉽게 만나지만 여자들은 역시 맛에 민감하고 기록하기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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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이 합리적이라거나 정말 싸다는 등의 표현 자체는 주머니 사정에 따라 다르다. 주머니 사정이 좋은 사람에겐 이 정도의 가격은 아무 것도 아니지만, 4인 가족이 한 끼 식사로 모듬순대 대 하나에 순대전골 4인분과 볶음밥 두 개만 먹어도 5만 8000원이다.

술 한 잔 곁들여 기호에 따라 라면사리나 만두사리를 추가하면 그만큼 지출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맛에 대해서만큼은 보편적으로 후한 점수를 줄 수 있다.

창녕에 있는 ‘도천 진짜순대’에서 나오는 순대전골로 여기에 라면이나 만두 등을 추가할 수 있다.
▲ 순대전골 창녕에 있는 ‘도천 진짜순대’에서 나오는 순대전골로 여기에 라면이나 만두 등을 추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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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대접시가 비워질 무렵 순대전골이 준비되어 나왔다. 사리나 만두를 넣지 않은 말 그대로 순대전골의 모습이다.

일행들이 남자와 여자가 약속이나 한 것처럼 나눠 앉았는데 여자들은 미리 라면사리를 부탁했던 모양이다.

여자들이 주문했던 순대전골과 라면사리, 음식을 먹을 땐 진보와 보수가 없으나 이번 여행엔 대부분 진보적 성향의 이들이라 정치적 이야기 자체가 불필요했다.
▲ 순대전골과 라면사리 여자들이 주문했던 순대전골과 라면사리, 음식을 먹을 땐 진보와 보수가 없으나 이번 여행엔 대부분 진보적 성향의 이들이라 정치적 이야기 자체가 불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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깻잎과 들깨가루가 넉넉히 들어간 순대전골이 끓기 시작하자 모두들 젓가락과 수저가 분주해진다. 개인접시에 먹을 만큼 담아 부추도 살짝 익혀 순대에 곁들여 먹으니 우선 씹는 맛도 맛이지만 음식의 궁합이 제대로 맞게 먹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행복하다.

사실 이곳의 단 하나 흠이라면 새우젓이다. 오젓이나 육젓, 동백하젓과 같은 새우젓은 아니더라도 제대로 숙성시킨 김장젓이라도 사용하는, 조금만 더 좋은 품질의 것을 낸다면 하는 바람이다.

순대전골은 깊은 맛을 내는 국물도 좋지만 야채와 곁들여 먹는 순대맛도 일품이다.
▲ 다 끓여진 순대전골 순대전골은 깊은 맛을 내는 국물도 좋지만 야채와 곁들여 먹는 순대맛도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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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골이 어느 정도 모두의 입으로 들어가고 냄비가 바닥을 드러내자 밥을 주문했다. 순대전골을 끓이던 전골냄비에 밥을 넣고 약간의 양념을 넣어 볶아 준다. 볶음밥도 맛이 좋지만 이미 배가 충분히 부른 난 잠시 시원한 바깥공기를 마시러 자리에서 일어섰다.

맛집 한 곳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일까?

송이철이면 이곳 양양군도 많은 이들로 들썩인다. 그리고 오색마을은 지금은 자연산이나 국내산을 구경하기 정말 어렵지만 산채정식과 산채비빔밥만으로도 양양군에 엄청난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진짜순대'라 간판을 걸 정도로 식용비닐로 만든 순대가 자리잡은 세상에서 도천 '진짜순대'는 음식점을 하는 이들이라면 분명히 본받아야 한다. 또한 재료에 대한 자긍심과 정성은 물론이고 정직함까지 갖춰야 할 일이다.

덧붙이는 글 | 정덕수의 개인블로그에 함께 게재합니다.



태그:#창녕여행, #창녕맛집, #도천 진짜순대, #해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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