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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이 닿는 날까지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빵을 만들고 싶다는 이은희 원장
▲ 이은희 원장 힘이 닿는 날까지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빵을 만들고 싶다는 이은희 원장
ⓒ 방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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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는 별난 사연을 가지고 별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어린이집 원장이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는 충남 서산시 이은희(54)씨도 그 중 한 사람이다.

최근 이씨는 살아오면서 최초로 명함을 하나 마련했다고 한다. 거기에는 원장이 아니라 '사단법인 빵이랑 떡이랑 상임이사 이은희' 이렇게 쓰여 있다.

겉보기에는 대단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말 그대로 빵이랑 떡을 주구장창 만드는 곳이다.

이렇게 만든 빵과 떡은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모두 다 돌아간다. 1년 365일 거의 쉬지 않고 만들고 또 만들지만 금방 동이 난다. 그래서 이씨는 행복하단다.

"과거에는 어려운 노인들에게 조금씩 돈을 후원했어요. 그런데 어르신들이 그 돈을 쓰지 않고, 가지고 있다가 자식들에게 주는 거예요.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방향을 바꿨습니다."

어르신들의 눈물겨운 실상(?)을 접한 후에는 그나마 이건 노인들이 자신들을 위해 쓸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반찬 나눔 봉사에 주력했다. 그러길 몇 년 이번에는 빵을 좋아하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 그래서 빵을 만들기 시작했다며 이씨는 사람 좋게 웃는다.

이렇게 시작한 빵 만들기가 벌써 5년째다. 처음에는 주먹구구식으로 만들었지만 개인법인을 거쳐 올해 초에는 사단법인으로 변모했다. 그동안 고생도 숱했다. 빵 만드는 법을 배우기 위해 지인이 있는 수원까지 들락거렸고, 떡을 배우기 위해서는 인천을 제집 드나들 듯 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제과장비와 떡 만드는 기계를 하나 둘씩 구입하다보니 이제는 웬만한 전문가게와 견주어도 빠질 것 없는 모양새를 갖췄다. 이 모든 것의 재원은 놀랍게도 이 씨의 급여. 월급의 거의 다를 빵 만드는데 기부하고 있는 이씨는 아직 미혼이다. 그 대신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내 가족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가족에게 쓰는 것이라 생각하니 아까운 줄 모른다. 도리어 더 쓰고 싶을 뿐이다.

이처럼 남다른 삶의 밑바닥에는 과거 힘들었던 시절의 추억이 자양분 역할을 하고 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고등학교 때는 신문, 엿, 떡을 팔아야 할 정도였어요. 거기다 몸까지 아파 정말 힘들었는데 교회 목사님의 도움으로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제 것을 남들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그때 받은 것을 돌려주고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 열심히 하다보면 진짜 제 것을 남들에게 주는 날이 오겠죠."

지금껏 욕심 없이 살아온 이씨는 최근 제대로 욕심 부릴 일 하나를 만들었다. 충남도에 기부금품 모집허가를 받은 것이다. 다른 세상사에는 욕심 없는 사람이 빵 한번 대차게 만들어 보겠다고 평생 안 하던 일을 벌인 것이다. 하지만 아직 제대로 된 홍보 한번 못했다. 왜? 빵 만드느라 바빠서!

자신과 뜻을 함께 해주고 있는 25년 지기 장혜순 공동원장과 어린이집 교사들, 수많은 자원봉사자와 후원자 그리고 자원봉사자들의 점심식사를 책임져주고 있는 황금뷔페 등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해주는 덕에 늘 행복하다는 이씨의 소망은 힘이 닿는 순간까지 빵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뒤를 이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지금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그대로 물려주고 싶단다.

건네는 빵을 한 입 베물었다. 맛이야 대기업 제품을 따라 갈까마는, 입의 즐거움이 아니라 가슴이 따뜻해지는 맛에 다시금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게 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서산시대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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