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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마을 이주단지 터의 심각한 균열
 금강마을 이주단지 터의 심각한 균열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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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내성천 금강마을 이주단지를 찾았습니다. 늘 그러하듯 영주댐 설치로 곧 수몰되는 금강마을을 바라보기 위해 전망대 쪽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한쪽 땅이 움푹 꺼졌습니다. 제법 넓은 면적의 땅이 주저앉았습니다(관련기사 : 영주댐 유사조절지 붕괴위기, 이대로는 위험하다).

그제야 눈에 들어오는 것은 깃발들입니다. 깃발이 꽂힌 곳을 보니 땅에 균열이 나있습니다. 균열은 아랫쪽에서부터 올라와 뒷산까지 내달리고 있었습니다. 반대편은 출렁다리(댐에 물이 다 차면 이 다리를 이용해서 댐 구경을 할 목적으로 건설한)로 연결된 계단 좌안인데, 여러곳에 균열이 나있습니다. 균열은 아래로 계속 이어져 마침내 출렁다리까지 이어집니다. 아찔합니다.

그렇습니다. 이곳에 하마터면 대형 산사태가 날 뻔한 것입니다. 지난 장맛비가 조금만 더 왔더라면 큰 산사태가 일어났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정말 위험했던 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금감마을 공공부지 저 안쪽이 육안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주저앉았다. 지반 침하가 일어난 것이다.
 금감마을 공공부지 저 안쪽이 육안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주저앉았다. 지반 침하가 일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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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마을 이주단지 공공용지 터에 균열이 길게 이어지고 있다
 금강마을 이주단지 공공용지 터에 균열이 길게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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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한국수자원공사가 금강마을 이주민들을 위해 터를 닦은 곳입니다. 현재 17가구가 살고 있습니다. 다행히 붕괴가 진행되고 있는 곳은 민가와는 조금 떨어진 마을 공터 부분입니다. 그렇지만 주거지와 불과 30~40미터 정도밖에 떨어져있지 않습니다. 민가도 안전하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한국수자원공사에서 미리 와서 현장 점검을 했는지 곳곳에 깃발이 꽂혀 있고, 무너진 곳엔 부직포가 덮여있었습니다. 부직포가 덮인 곳은 바로 출렁다리 입구 쪽입니다. 출렁다리를 받치고 있던 땅이 무너져 출렁다리 일부가 주저앉았고, 그 여파로 출렁다리 상단이 휘어져 들려 있었습니다.

출렁다리 하단도 붕괴되어 구조물 상판이 휘어져버렸다
 출렁다리 하단도 붕괴되어 구조물 상판이 휘어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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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렁다리 상판이 휘어져버렸다.
 출렁다리 상판이 휘어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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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상가상으로 산사태가 나고 출렁다리 무너졌더라면 대형 참사가 이어졌을 게 뻔합니다. 다행히 무너지지는 않았지만 언제고 다시 붕괴가 시작될지 모르는 일이라 주민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닐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 전문가의 견해를 들어보았습니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교수는 다음과 같이 진단했습니다.

"이주단지를 만들 때 절토와 성토를 하는데 흙을 쌓는 성토작업이 잘못된 것 같다. 원래 있던 땅과 성토한 흙은 이질적이라 흙 다짐을 단단히 잘 해주어야 한다. 허술히 하면 원래 있던 땅과 성토한 흙 사이에 균열이 생긴다. 이번 비로 흙 사이에 물길이 난 것 같다."

붕괴 위험 반대편에선 꽃단장... 뭐하자는 건가요?

영주시가 출렁다리 쪽에서 공원 공사를 벌이고 있다
 영주시가 출렁다리 쪽에서 공원 공사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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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상한 장면도 보입니다. 이 사태는 관심도 없다는 듯 출렁다리 쪽에서 많은 사람들이 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자세히 봤더니 출렁다리의 준공일이 다가왔는지 출렁다리를 장식하는 일에 많은 인부들이 동원되어 있었습니다.

나무를 심고, 띠를 심고, 길을 다듬고... 이른바 '생태공원' 조성공사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가? 한쪽에서는 균열이 일어나 언제 붕괴될지도 모르는 위험에 처해 있는데, 그 반대편에서는 꽃단장에 여념이 없으니 이 일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문제의 출렁다리는 영주댐이 완공이 되면 그 출렁다리를 이용해서 영주댐을 구경하라고 만든 것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모양이 특이하고 구조가 참신하더라도 요즘 같은 시대에 댐 구경을 올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런지요? 우리나라에 댐만 해도 1만8000개에 달한다는데, 댐 구경이란 것도 유행이 지난 이야기 아닌가요?

저 멀리 영주댐이 보이고, 금강마을이 거의 잠겨간다. 영주댐은 지금 시험담수 중이라 한다
 저 멀리 영주댐이 보이고, 금강마을이 거의 잠겨간다. 영주댐은 지금 시험담수 중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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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자에 '댐 구경 간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어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 댐 관광을 위해 40억의 예산이 투입됐다고 합니다. 영주시는 이것으로 큰 관광수익을 기대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탐욕입니다. 끝 모를 탐욕의 바벨탑을 쌓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천혜의 자연 내성천과 511세대가 살던 마을이 수몰되었는데, 그 위에서 관광이라니요?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영주시는 관광사업보다는 주민의 안전에 우선을 둔 행정을 펼쳐야 합니다. 우선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는 균열의 원인 무엇이고, 그 대책을 어떻게 세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출렁다리도 곳곳에 균열이 발견된다.
 출렁다리도 곳곳에 균열이 발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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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 혈자리에 들어선 댐. 그 댐의 왼쪽 옹벽 아래에서 용출수가 솟구치고 있다. 파이핑현상에 의한 누수 현상으로 보고 있다.
 용의 혈자리에 들어선 댐. 그 댐의 왼쪽 옹벽 아래에서 용출수가 솟구치고 있다. 파이핑현상에 의한 누수 현상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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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영주시 하천과 담당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우리도 사고 구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부지는 수자원공사에서 닦았기 때문에 그쪽에 조사 후 보강하라고 요청한 상태다. 지반이나 땅 속을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정밀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사실 영주댐은 목적과 용도가 불분명한 댐입니다. 쉽게 말해 없어도 될 댐이란 말입니다. 댐의 목적이 낙동강으로 흘려보낼 유지용수 목적이 90%입니다. 그런데 낙동강은 지금 4대강 사업으로 보마다 물이 넘쳐납니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낙동강으로 강물을 공급하겠단 말인지요?

용도가 없는 댐, 없어도 되는 댐을 무리하게 추진하니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나타나는 문제들이 이를 증명합니다. 그러므로 더 큰 재앙이 발생하기 전에 원점에서 영주댐을 재검토해야 합니다. 그것이 순리입니다.

덧붙이는 글 | 기사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지난 7년간 낙동강과 내성천을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4대강사업의 심판과 대안을 다룬 책 <녹조라떼 드실래요>가 출간됐습니다. 4대강 전범들의 심판을 위해서 꼭 일독을 권해봅니다.



태그:#영주댐, #금강마을, #지반침하, #균열, #용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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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좋은 사람'이 '좋은 기자'가 된다고 믿습니다. 오마이뉴스 정치부에디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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